공무원보수위로 쏘아 올려야 할 상상
공무원보수위로 쏘아 올려야 할 상상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8.31 10:26
  • 수정 2022.09.13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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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공무원 보수, 전체 공공노동자의 기준임금
공무원·교원·공공부문 비정규직 모두 임금‘교섭’기구 있어야

[리포트] 모든 공공노동자들은 예산 당국과의 임금테이블을 가져야 한다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노총이 공무원보수위원회 파행을 선언한 후 지난달 10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보수 인상과 공무원보수위원회 위상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올해 공무원보수위원회가 ‘답정너’라는 공무원들의 비판 속 결렬됐다. 정부는 지난 7월 15일 공무원보수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공무원들의 요구에 한참 모자란 보수 인상 구간인 1.7~2.9%를 고집하며 표결을 강행했고, 노조 추천 위원들과 일부 전문가 위원은 반발하며 퇴장했다.

그 회의가 올해 공무원보수위원회의 마지막이었다. 노조 추천 위원들은 정부가 이미 내년 보수 인상률을 정해놓은 듯 논의에 임하는데 앞으로의 위원회가 무슨 의미냐며 참여를 거부했다. 정부가 제시한 인상 구간에서 전혀 양보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공무원보수위원회가 파행되고도 공무원노조들은 보수 인상 투쟁을 계속했다. 지난 2년간 공무원보수위원회의 합의는 무용지물이었다. 정부가 공무원보수위원회의 권고안보다 낮은 수준으로 다음해 공무원 보수를 결정해왔기 때문이다. 노조들은 낮은 보수와 높아진 물가로 공무원들의 실질 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주장하며 7.4% 보수 인상, 공무원보수위원회 위상 격상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공무원들의 요구안인 7.4% 보수 인상이 으레 그랬듯 ‘높다’는 이유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또 살펴봐야 할 것은 ‘공무원보수위원회 위상 격상’이라는 구호다. 격상된 위상을 가진 공무원보수위원회는 여전히 상상할 여지가 있다. 예산 당국이 참여한 기구를 만들고, 해당 기구에서 논의된 결과가 다음해 공무원 보수에 실제로 반영돼야 한다는 게 공무원노조들의 주장이다.

더불어 참여 주체가 고민돼야 한다. 그간 정부는 공무원 보수를 전체 공공노동자들의 기준임금으로 활용해 왔다. 공무원보수위원회가 임금교섭기구로 모습을 바꾼다면 이 부분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지금처럼 공무원 보수를 전체 공공노동자들의 임금에 적용시킬 것이라면 관련 기구에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서로 적용받는 법이 다르기에 따로 구속력을 가진 임금교섭 기구를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볼 법 하다.

공무원보수위
논의해봤자 ‘헛수고’

공무원보수위원회는 공무원노조들과 정부가 10년 간 진행했던 ‘2008년 대정부교섭’을 통해 2019년 만들어졌다. 정부와 동수로 보수를 논의할 기구를 얻었다는 점에서 공무원노조들에게는 값진 결과물이다.

공무원보수위원회 전에는 ‘공무원 보수 민간심의위원회’가 2010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 기구는 21명 이하의 심의위원 중 노동자 대표가 3명이었고, 공무원노조들은 노·정 위원이 동수로 구성된 공무원 임금교섭 기구를 요구해왔다.

공무원보수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5인 이내(노조 추천 5명, 정부 5명, 전문가 5명)의 위원이 참여한다. 노조 추천 위원은 당시 대정부교섭에 참여했던 3개 공무원노동조합이 추천하고, 인사혁신처장이 위임한다. 2008년 대정부교섭에 참여한 공무원노조들은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이하 전국공무원노조),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 한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배근범)이다.

그렇게 공무원보수위원회가 가동됐지만, 첫 해인 2019년을 빼놓고는 논의 결과가 실제 공무원 보수에 반영된 적이 없다. 2019년 공무원보수위에서는 보수 2.8~3.3% 인상, 직급보조비 3만 원 인상, 정액급식비 2만 원 인상에 합의했고, 실제 보수는 2.8% 올랐다. 여기서도 합의사항인 직급보조비는 인상되지 않은 채 정액급식비만 1만 원 올랐다.

2020년부터는 ‘이럴 거면 공무원보수위원회를 왜 하냐’는 항의가 나올 만큼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 2020년 공무원보수위원회는 보수 1.3~1.5% 인상을 합의했지만, 기재부는 0.9% 보수 인상률을 발표했다. 기존 합의사항인 직급보조비와 정액급식비 인상도 없었다. 지난해 공무원보수위원회도 같았다. 공무원보수위원회 합의사항이었던 1.9~2.2% 보수 인상은 1.4%로 깎여 국무회의에 보고됐다.

이렇게 정부는 공무원보수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보수 인상률을 발표해왔고, 공무원들의 실질 임금은 계속 내려갔다. 매해 물가인상률이 반영되지 않은 보수 인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직과 하위직 공무원의 임금 격차가 커진다는 점에서 문제였다. 공무원 보수는 정액인상이 아닌 정률인상이다. 하위직 공무원의 보수 1%와 고위직 공무원의 보수 1%는 다르다. 하위직 공무원은 기본급 자체가 적게 책정돼 있어 고위직 공무원보다 실질 인상액이 낮다.

낮은 보수 인상률이 해마다 반복되자 하위직 공무원의 보수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게 됐다. 실제로 2023년 최저임금은 201만 580원으로 결정됐는데, 지금 공무원 보수가 2% 인상되더라도 9급 1호봉의 월급은 199만 5,130원에 불과해 최저임금 미만이다. 결국 정부는 30일 2023년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공무원노조들이 요구해왔던 7.4% 인상안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마지막으로 열렸던 전체 회의에서 노조 추천 위원들이 제안한 6.2% 양보안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6.2%는 최저임금 인상률인 5.0%와 기존 공무원노조들의 요구안인 7.4% 중간이다.

‘헛수고’ 못 해본
공무원들은 절박

보수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못 내본 교원들은 절박하다. 이들은 공무원이지만 정부와 보수를 논의할 기구 자체가 없다. 교육부와 교원노조 차원의 단체교섭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교육부와의 단체교섭에서 보수와 관련된 의제는 뒷전이다. 정부는 공무원들의 보수는 공무원보수위원회를 거쳐 기재부에서 결정하니, 교원들이 교육부와 보수를 논의해도 소용없다고 말해왔다. 교육부는 통상 공무원보수위원회 정부 측 위원으로 참여한다. 사용자인 교육부는 있는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교원노조가 없다. 그래서 정소영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대변인은 “권한이 부족한 공무원보수위원회라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소영 대변인은 “(보수와 관련한) 창구가 공무원보수위원회 하나밖에 없다. 공무원보수위원회가 계속 파행을 겪고 있는데, 정부가 협의를 해도 무시하고 더 깎아서 보수를 결정해왔던 게 문제”라면서도, “공무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교원이 공무원보수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 반쪽짜리라고 생각한다. 교육공무원이 공무원보수위에 같이 참여해서 더 실질적인 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공무원노조들과 위상 강화를 추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들은 교원의 공무원보수위원회 참여를 대정부교섭에서 이야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무원노조들은 2008 대정부교섭 이후 진행 중인 2020년 대정부교섭에서 ‘공무원보수위원회 위상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 위상 강화에는 참여 주체에 대한 고민도 들어가 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5월 위원장단 만남을 통해 교원노조가 공무원보수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교원노조가 지금의 공무원보수위원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사혁신처 훈령 개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한국노총 공무원·교원조직들도 공무원보수위원회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공무원보수위원회에 들어가지 못하는 배경엔 2008 대정부교섭 이후 공무원노조들이 쪼개진 흐름이 있다. 한국노총이 지난해부터 공무원·교원 조직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한국노총에 조직된 공무원·교원노조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용서 한국노총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6월 공무원보수위원회 참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40만 교육공무원은 전체 국가공무원의 58.5%, 전체 공무원의 35%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교원노조 대표를 배제한 채 공무원보수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은 위원회의 설치 목적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용서 위원장은 “신학기 때마다 교원들이 매우 기피하는 업무 두 가지가 있다. 담임과 보직이다. 이 두 가지 업무 때문에 매학기 학교 현장의 긴장이 높아져 가고 있다. 담임교사 수당은 13만 원이고, 보직교사 수당은 20년째 7만 원”이라며 “(교사들이 비현실적인 수당을 받는 이유는) 교원들이 목소리를 낼 합법적인 창구가 전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위원회가 7월 15일 공무원보수위원회 전체회의 앞에서 공무원보수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임금 논의, ‘헛수고’였던 건
공무원 아닌 공공 노동자들도 같았다

공공기관·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도 공무원보수위원회를 매년 주시한다. 이들은 국가·지방·교육공무원법의 영향을 받는 공무원·교원과 달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각 기관과 매년 임금과 노동조건을 교섭한다. 임금은 교섭의 여지가 없다. 공공기관의 임금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정해지는 총액인건비를 통해 묶여있고, 개별 공공기관의 노사가 이를 넘겨서 합의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총액인건비 이상으로 인건비를 사용하면 다음해 경영평가를 통해 불이익을 받는다. 이 총액인건비가 정해질 때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공무원 보수다.

공무직·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도 그렇다. 각 지자체 혹은 기관과 교섭을 하지만,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대부분 마지노선이다. 답답한 마음에 김성환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위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참여하지 못하는 공무원보수위원회를 “비정규직에 대한 정부 폭력”이라고 말했다.

“저희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무원들 보수 인상률을 계속 봐요. 올해는 어느 정도 올라갈까? 거의 그 수준에서 저희 임금도 맞춰지니까요. 그러면 공무원보수위원회를 공무원들만의 위원회로 할 게 아니라 공공부문 비정규직까지 참여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우리가 이 정도 올렸으니 너네도 똑같이 받아’ 이거는 아니잖아요. 공무원보수위원회 참여가 안 된다고 하면 저희도 보수위를 만들어야죠.”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차별과 격차 해소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공무원에 비해 식대, 교통비, 명절휴가비 등 복리후생 수준이 열악하다. 공무원보수위원회 참여가 안 된다면, 공공부문 비정규직만의 임금교섭 기구를 만들어 격차 해소에 필요한 논의를 이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박정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실장도 “공무원 보수의 실권은 기재부가 쥐고 있는데 공무원보수위원회에 참여를 안 해 유명무실하다고 본다. 노정교섭 기구를 만들어 기재부, 공무원, 교원, 필요하면 공무직까지 참여해서 임금을 결정하면 참 좋겠다”면서도, “공무직과 공무원간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상황이다. 공무직들은 공무직위원회가 별도로 있으니 이것을 상설화해 임금을 결정하는 기구를 만들고, 격차 해소를 위한 기구를 만들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보수위든 다른 기구든
구속력 가진 테이블 만들어야

전체 공공노동자들과 정부가 보수를 논의하면 좋겠다는 대전제는 공무원노조들도 동의한다. 그러나 전면의 요구는 아니다. 여기에는 공무원 보수 결정 과정에 대한 회의가 깔려 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정당하지 않게 산정된 공무원 보수를 정부가 공공기관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공무원 보수는 고통분담이라는 이유로 물가 상승률과 무관하게 낮게 책정돼 왔다.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 정부는 노조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았고, 어렵게 합의를 했는데도 정부가 억지를 부려서 깎은 공무원 보수를 모든 공공노동자들에게 적용하면 모든 노동자들의 임금이 저하된다”는 게 박중배 대변인의 주장이다.

공무원보수위원회의 본질적인 문제로 돌아가 보자. 공무원보수위원회는 교섭기구가 아니라 인사혁신처 훈령에 규정된 자문기구다. 정부는 공무원보수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딱히 없다. 그 결과 휴지 조각이 된 공무원보수위원회 논의 결과는 매번 공무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공무원보수위원회의 위상을 격상해야 한다는 공무원노조들의 요구는 정부와 제대로 된 임금교섭 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여기에 함께하고자 하는 교원노조들, 공무원보수위원회든 공무직위원회 상설화든 임금교섭 기구를 가지고 싶어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들, 기재부와의 노정교섭을 원하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있다. 방향성은 같다. 모든 공공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사용자인 예산 당국이 참여하는 임금교섭 테이블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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