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스피커] 김만재 “더 아래로, 현장과 생동하는 한국노총 만들 것”
[선거스피커] 김만재 “더 아래로, 현장과 생동하는 한국노총 만들 것”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12.27 00:00
  • 수정 2023.01.02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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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 조직”
[인터뷰] 김만재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

한국노총의 제28대 임원선거가 오는 1월 17일 열린다. 선거운동의 시작은 3파전 구도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정연수 연합노련 위원장’이 ‘위원장-사무총장’ 후보조로 선거 레이스 위에 섰다. 3명의 위원장 후보를 만나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비롯한 노동의 위기 앞에서 향후 한국노총을 어떻게 끌어나갈지 들어봤다. 인터뷰는 후보 간 비교를 위해 공통질문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28대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8대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의 이번 한국노총 28대 임원선거 운동 키워드는 ‘현장’이다. 선거 운동 슬로건도 ‘현장의 힘으로! 다시 뜨겁게! 한국노총!’이다. 김만재 위원장은 산업전환,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 등 노동운동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현장으로 돌아가 조합원과 소통하고 바닥부터 조직화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현장으로 돌아갈 러닝메이트는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이다. 김만재 위원장에게 현장 중심의 한국노총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그렇게 되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지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24일 서면으로 진행했다. 

노동운동의 위기 돌파 위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야

- 한국노총 제28대 임원선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한국노총, 아니 노동운동이 위기다. 산업전환기 대규모 구조조정, 초장시간 노동, 비정형·불안정 노동의 폭발적 증가, 고령자 임금소득 공백과 청년 일자리 부족, 공권력에 의한 노동기본권 침해 등 열거조차 힘든 지경이다. 노동을 둘러싼 엄중한 정세 앞에서 한국노총 선거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제 노총 스스로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다시 일하는 노총으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의 조직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노동개악·노조탄압 같은 거친 파도가 밀어닥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노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많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조합원과 소통하고 바닥부터 조직화를 통해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바로 조직, 투쟁, 협상이다.

지금 엄혹한 역사적 상황이 다시 나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다. 내 목표는 그저 한국노총 위원장직이 아니다. 한국노총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어디서든 당당한 한국노총 위원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에서 한국노총을 지킬 수 있다.

- 한국노총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가? 

이번 선거운동의 슬로건이 ‘현장의 힘으로! 다시 뜨겁게! 한국노총!’이다. 다시 한국노총을 뛰게 하려면 무엇보다 결집된 현장 조합원의 힘이 필요하다. 지난한 과정이 필요할지라도 현장을 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성을 상실한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 투쟁력이 담보되지 않는 협상의 한계, 이에 따른 투쟁력의 저하. 이것이 한국노총의 고민이다. 이 고민을 풀어내려면 노동운동 기조를 재정립해야 한다. 산별운동에 대한 새로운 고찰,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는 원칙,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성 확보가 중요하다. 더 아래로, 노동조합이 필요한 곳으로 확장성을 가져갈 것이다.

- 한국노총 27대 집행부의 임기 3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도부와 현장 간 신뢰가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현장의 기대와 달리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본다. 현장에서는 노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소통도 많이 부족했다. 조합원의 요구와 외침이 집행부에 닿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 위원장은 선거 때만 감언이설을 펼치는 정치인들과는 달리,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계획하면 계획을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죽기 살기로 실행해야 한다. 조합원들과 약속이기 때문이다. 실행했다면 반드시 평가받아야 한다. 한국노총에도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현장’을 강조하고 있다. 현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현장 중심의 한국노총은 어떻게 가능한가?

현장의 요구는 곧 한국노총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의 요구가 한국노총의 정책이 될 때 조합원 참여가 가능하다. 조합원이 묻고 위원장이 직접 답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등 접촉면을 최대로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늘 그래왔듯 현장으로 달려가 한국노총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실천해 가겠다. 업종별로 책임부위원장을 선임해 일하는 한국노총을 만들겠다. 사무총국도 현장 중심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사무총국 동지들과 함께 현장에서 신뢰를 쌓아갈 생각이다. 현장과 한국노총 지도부 사이에 신뢰가 바탕이 될 때 조직력이 생기고, 그 조직력을 바탕으로 투쟁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노동운동 역사에서 노동자의 투쟁이 동반되지 않는 개혁은 존재하지 않았다.

핵심 공약으로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 직선제 도입 등

- 핵심 공약은? 

장시간 노동정책, 최저임금 개악 시도, 노조탄압 분쇄 및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총파업 투쟁 조직화에 매진할 생각이다.

또 150만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한국노총 위원장 직선제 도입을 추진하겠다. 충분한 토론과 공감대 조성이 필요하고 준비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임기 내에는 꼭 완성하겠다.

아울러 온전한 노동3권 보장을 위해 타임오프제 확대,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하청노동자의 파업권 확대와 더불어 공무원, 교원의 쟁의권 보장과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해 불합리한 법 제도를 개선해 나갈 생각이다. 특히 공무원 및 교원 책임 부위원장을 지명하고,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노정교섭을 이어가겠다.

- 개인적인 이야기도 궁금하다. 노동조합 활동의 시작을 떠올려 본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SK하이닉스이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전자에 입사했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왔더니 회사가 복직을 시켜주지 않았다. 각종 아르바이트로 버티며 회사에 찾아가 복직을 요구해도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더라. 노동자를 무시하는 회사에 처음으로 분노를 느꼈다. 그때쯤 친구, 선배들과 모임을 만들고 노동조합 관련 공부도 같이 하다가 현대전자 노동조합 설립에 함께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 노동운동을 해온 과정을 쭉 돌이켜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금속노련에서 25년 넘게 상근하며 무수한 투쟁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동고동락했다. 수많은 투쟁을 이끌었고 여전히 모든 기억이 생생하다. 2020년에 포스코의 하청사가 작업권을 반납하고 폐업하면서 조합원 145명 전원이 해고당한 일이 있었다. 내가 먼저 국회 앞 단식을 포함해 31일간 농성투쟁을 전개했다. 이후 전 조합원이 결합해서 집단 단식 노숙투쟁을 했다. 결국 145명 전원을 하나의 회사로 복직시켰던 성암산업 투쟁이 최근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성암 투쟁 이후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연대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사업이전 시 고용을 승계하도록 하는 법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 위원장이 되면 이 법안 통과를 위해 노총의 대국회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다.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중심으로
전국적인 조직화 전략 세울 것

- 산업전환은 앞으로도 일터의 화두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 노동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는 산업전환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당장 조합원의 일자리와 직결된 석탄화력발전소와 내연기관차 부품업체 등은 머지않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같은 재료산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할 노동의 활동은 미미했다. 이해당사자인 노동자가 탄소중립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고 이행 과정을 공동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와 사측은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를 운명공동체로 인식하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민주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현장과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 노동자의 시각에서 본 기후위기 및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조합원들에게 제공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갈 것이다. 한국노총 위원장이 된다면 고용보장을 위한 정책 대안 등을 제시하고 이를 조직화로 연결할 수 있는 업종별 위원회를 강화할 생각이다. 특히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직업교육 및 전직지원센터를 16개 시도지역본부에 설치할 것이다.

- 조직화 방안은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

2012년 금속노련 위원장에 당선되고 10년 동안 금속노련은 괄목할만한 조직확대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대기업 무노조경영을 분쇄하고 전략조직화에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 노조와 삼성전자 노조가 있다. 현대제철 사내하청사들이 자회사인 현대ITC로 전환됐을 때 노조를 조직했다. 금속일반노조를 중심으로 사내하청노조 조직화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타깃 전략 조직화 계획을 수립해 각 지역본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예산과 인원을 투입한 결과다. 지역본부 등 현장의 공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였다. 

한국노총도 더 아래로, 더 노동조합이 필요한 곳으로 찾아가 현장을 조직해야 한다. 우선 정규직 노조 사업장 내 사내하청 조직화, 지역본부와 산별연맹을 중심으로 한 공단지역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전국적인 조직화 운동을 추진하겠다. 조직화의 중심은 각 산별연맹과 지역본부라고 본다. 산별연맹 및 지역본부의 조직화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그 일환으로 조직화의 거점이 될 한국노총 16개 지역본부에 공인노무사를 한 명 이상 채용해서 배치하겠다. 전 산업에 걸쳐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전 방위적 조직 확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28대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8대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윤 정부 노동탄압 저지 위한 총파업 조직···
현장의 힘으로 다시 생동하는 한국노총 가능하다”

-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노동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얼마 전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 및 유연근로제 확대, 임금체계 변경, 쟁의행위 무력화, 파견업종 확대 등을 내용을 담은 권고문을 냈다. 노동시간뿐 아니라 파견업종 확대까지 재계의 민원을 총망라하고 있다. 공공부문 정책은 더 심각하다. 공공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축소하고 공공서비스 영역을 민간에 넘기려 하고 있다. 게다가 인력감축을 동반하는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소위 노동개혁을 말하며 정작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지한 자세로 설득하려는 의지는 없다. 노동자들을 그저 찍어 누르려 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누군가 나서야 한다. 그 누군가는 당연히 한국노총 위원장 아니겠는가. 강력한 투쟁력이 담보되지 않은 노정교섭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물론 모든 결정을 하기 전에 조합원들에게 묻겠다.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에 두고 노동계 및 시민단체와 연대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투쟁할 것은 투쟁하는 실천대오를 명확히 하겠다.

- 김문수 위원장이 있는 경사노위가 노동계의 우려를 받는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해나가야 한다고 보나?

경사노위의 근본적 취지를 생각하면 그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공무원 및 교원 노동자의 처우와 노조활동에 관한 사항 등 경사노위 참여가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 당연히 경사노위에 적극 참여해 조합원들의 요구를 실현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현 김문수 위원장의 노동을 적대시하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노총 위원장에 당선되는 즉시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를 요구하겠다. 한국노총이 주도해 경사노위를 정상화하고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겠다. 

- 한국노총 위원장에 당선된다면 가장 먼저 추진할 일을 꼽는다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노동탄압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 조직이다. 현장에서 죽을 각오로 뛸 것이다. 나는 평생을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해온 활동가다. 물론 차근차근 조직해 나갈 것이다. 한 배에 탄 선원들이 선장을 믿지 못하는데 그 배가 제대로 갈 수 있겠는가. 현장이 한국노총 지도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다. 총파업을 위한 로드맵을 설정하고 현장과 신뢰를 형성해 나간다면 산별연맹과 지역본부도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탄탄한 신뢰와 조직력이 바탕이 될 때 정부·여당과 제대로 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한국노총은 거대 자본, 반노동 정권과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지난 76년의 역사를 통해 경험한 시행착오, 이를 통해 뼈를 깎는 변화를 만들어낸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누구보다 강했다. 전 조합원이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적임자가 위원장이 돼야 한다. 한국노총이라는 노동운동의 뿌리, 그 철학은 살리면서 한국노총다운, 승리하는 한국노총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현장과 함께해온 내가 그 적임자이다. 현장의 힘으로 다시 생동하는 한국노총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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