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대화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한국노총이 먼저 정부, 여·야와 대화하고도 풀리지 않으면 강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지금의 한국노총이 “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 대화는 위원장이 나서야 하는 일이라 보기에 사무총장 권한에 한계도 느꼈다. 이동호 사무총장이 28대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다.

지난 19일 전국우정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동호 사무총장은 “제대로 새 판을 짜서 일하는 노총으로 만들어 노동개악 폭주를 빠른 시일 내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선이 된다면 시급한 현안부터 TF를 꾸려 정부, 여·야와의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 길에 정연수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함께한다.

현 한국노총, 노동개악 막을 수 없어 출마
선거 100% 완주할 것

- 한국노총 28대 임원선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노동자의 삶이 현 정부의 노동개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실이다. 더 이상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지금의 노총의 역량으로는 턱없다 생각한다. 제대로 새 판을 짜서 일하는 노총으로 만들어 노동개악 폭주를 빠른 시일 내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갖게 됐다.

- 단일화 이야기가 이어진다. 완주 계획은?

100% 완주고, 불변이다. 다만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한국노총을 개혁하려면 서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속 이야기를 해야 한다. 서로 존중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좋은 단일화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김만재 위원장으로 단일화하는 것보다는 이동호로 단일화를 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들을 들었다.

-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단일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현 집행부가 이끄는 한국노총은 현장과 소통이 부족했다. 노동조합은 단결이고, 함께 가야 하는 건데 편을 나누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었다. 한국노총을 하나로 묶어서 통합시켜야 여러 현안을 정부와 협상하고 푸시할 수 있다. 그런 바탕이 지금은 없다.

할 일 제대로 하는 한국노총 재건할 것

- 한국노총 제27대 사무총장으로서 임기 3년은 어떻게 평가하나.

내부적으로는 인사와 예산, 직원들의 복지를 개선했다. 한국노총은 그간 인사를 잘 단행하지 못했다. 한 직원이 다른 본부로 인사 발령이 나면 적응을 잘 못했다. 적재적소에 인사를 단행했다. 예산도 불요불급한 것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필요한 부분만 집행했다.

그런데도 사무총장 권한에 한계를 느꼈고 한국노총이 특정 정당에 매몰돼 노동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봤다. 한국노총이 일단 정부, 여·야와 대화를 해야 한다고 본다. 대화와 교섭을 통해 해결이 되면 좋고, 안 되면 강한 투쟁을 해야 한다. 이런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대화를 단절하고 무조건 투쟁부터 하는 것은 동의하지 못한다. 국민들도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 한국노총이 손을 내밀면 정부가 대화에 나설 것이라 보나?

한국노총은 대한민국의 제1노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 때 한국노총에 와서 한국노총은 ‘친구’라고 했다. 정부 쪽에서 대화를 하고 싶어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사무총장인 내가 할 수는 없고 위원장이 해야 하는데 이런 대화를 배제한다는 게 문제라는 거다.

- 구상 중인 핵심 공약은 어떤 것이 있나?

‘강한 제1노총, 제대로 일하는 한국노총’이 슬로건이다. 당선이 된다면 각 산별의 여러 현안에 대한 TF팀을 꾸려서 시급한 것부터 풀어갈 것이다. 여·야와는 입법으로, 정부와는 시행령으로 해결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은 우리 입장에서 개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령으로 바꾸려 하고 주에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과로사와 산업재해가 늘어날 가능성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공공기관들에 대한 개혁도 교섭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낙하산 인사와 지방 이전도 해결해야 한다. 경사노위에 넘어간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를 조기에 확정을 지어야 한다. 정치기본권과 연금도 핵심 현안이다.

또 전문성을 강화해서 단결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한국노총으로 재건하는 것이 목표다. 업종별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상임부위원장으로 임명해 정책적으로 확실하게 성과를 내는 구조로 가야 한다. 임기 3년뿐 아니라 미래 30년을 책임지는 민주적이고 통합된 한국노총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이 ‘행복’
현 정부는 거꾸로··· 저지해야

- 노동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사회 첫발은 우체국 계리직이었다. 강남우체국에서 일했는데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관리자들의 권위의식이 심했다. 지금으로 이야기하면 갑질이다. 노동조합이 있었음에도 사측과 야합하는 모습을 봤다. ‘저런 사람이 대표자라니,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우체국 지부장으로 나가서 당선됐고 열심히 하니까 우정노조 본부 국장으로 발령이 났다. 그러다 보니 우정노조 위원장도 하게 됐다.

- 노동운동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을 듣고 싶다.

2019년도에 집배원 과로사 철폐를 위한 총파업을 공무원 최초로 결의했다.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94%의 찬성을 받았다. 그때 국민들도 많은 호응을 해줬다. 정부도 우리의 요구대로 집배원 3,000여 명을 증원하고, 예산 450억 원을 배정했다. 업무 시스템도 개선했다.

당시 집배원들의 소망은 가족과 9시 뉴스를 보는 것이었다. 집에 가면 밤 10시, 11시가 넘었다. 지금은 가족과 9시 뉴스뿐 아니라 식사도 같이 하고 개인 활동도 할 정도로 노동 강도가 완화됐다. 집배원들의 행복지수도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65년 우정노조 역사에서 집배원 관련 투쟁을 그렇게 강하게 한 적이 없었다. 반복되는 과로사와 중노동의 종지부를 2019년도에 찍은 것이다. ‘해냈다’는 생각에 상당히 뿌듯했다.

-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행복하기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노총의 140만 노동자들의 다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한다. 업종별로 현안도 다 다르다. 그렇지만 저녁이 있는 삶과 안전한 일터를 위해선 임금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 건 같다. 현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고,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 정부 및 정치권과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 나갈 생각인가.

보수 정권이 들고 나온 개악안들은 항상 실패했다. 절차가 무시됐기 때문이다. 서로 대화하고 공감 속에서 개혁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외적으로 노동자들을 폄하하기만 했다. 노동자가 개혁의 대상은 아니다. 노동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의견을 낼 공간을 마련해 대화를 하는 게 먼저다. 대신 노동을 개혁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대화에 임한다면 대정부 관계는 쉽지 않을 것이다. 친구가 아닌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될 것이다.

양대 노총 가입 안 된 노조 조직화하고
경사노위는 탈퇴 등 수 내야

- 앞으로 노동이 산업전환에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보나?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선 정의로운 전환 실현과 모든 국민의 민주적 참여 보장이 주요하다. 탄소중립은 전 세계가 약속한 에너지 산업 대전환이다. 국내 노동시장에서만 해도 90여만 개의 일자리가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한다고 한다. 퇴장산업과 재료산업 종사자들은 생계에 직격탄을 맞게 됐는데, 기업은 노동조합과의 소통을 외면하고 있다. 노동자 참여 없는 정의로운 전환은 불가능하기에 정의로운 전환이 실현되도록 국가와 기업이 나서야 한다. 정부가 약속한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도록 강력히 요청하고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 조직화 계획은?

3년 전 조직 확대 인력을 50명 채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조직 활동가 50명을 채용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사실 한국노총 재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래서 조직본부에 인력을 좀 더 투입해 핵심적으로 조직 확대 사업을 추진했다. 플랫폼 노동자들, 공무원·교원들을 조직해 제1노총 지위를 확보했다. 앞으로도 현재의 방향으로 하되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본다. 조직화 사업을 해보니까 쉽지가 않더라. 플랫폼 노동자들을 조직했는데 개별적으로 일하다 보니 노동조합 가입자가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우선은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조합들과 대화하고자 한다.

- 사회적 대화는 어떻게 해나가야 한다고 보나?

경사노위에 가봐야 해결되는 게 거의 없다. 결정할 권한이 없어서 그렇다. 정부와 정치권도 경사노위에 넘겨놓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공무원노조 타임오프를 경사노위에서 10개월을 논의했다. 언제까지 논의해서 확정한다는 부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과물이 계속 안 나오는데 논의만 하면 뭐 하겠나. 없애든지 탈퇴하든지 무슨 수를 내야 한다.

노동조합 회계 건드리는
정부에 대응할 것

- 당선돼서 가장 먼저 추진할 일을 하나 꼽는다면?

각 연맹의 현안들을 모아 급한 것부터 정리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정부가 노동조합의 회계와 관련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조합원들이 결의를 통해 노동조합에 조합비를 내고, 감사를 거쳐 지출하는 절차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것이다. 정부의 이야기는 상식 밖이고, 법적 근거도 없기에 대응하고자 한다.

- 더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무원이 무슨 한국노총 위원장을 하냐는 폄하 발언이 들린다. 공무원 신분으로 가열찬 대정부 투쟁을 해서 성과를 냈다. 강력한 당선자라는 위기의식을 느끼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대화할 때는 하고 안 되면 그 누구보다도 세게 투쟁한다는 확실한 기조를 가지고 있다. 140만 노동자를 위해 한국노총을 잘 이끌고 열심히 일해 결과물을 낼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