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임원선거 토론회] 엇비슷한 전망과 엇갈린 청사진
[한국노총 임원선거 토론회] 엇비슷한 전망과 엇갈린 청사진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1.11 23:08
  • 수정 2023.01.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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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1번 김만재·박해철 후보조 “150만 총파업 조직, 사무총국은 투쟁 상황실로 재편”
기호 2번 김동명·류기섭 후보조 “노동과 삶 문제 해결 위한 범국민협의체 꾸릴 것”
기호 3번 이동호·정연수 후보조 “정당 가리지 않고 대화, 일방적 노동개악엔 정권 퇴진운동”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제28대 한국노총 임원선거가 오는 17일 예정된 가운데, 후보들의 청사진을 확인하는 토론회가 11일 열렸다. 제28대 한국노총 임원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진다. 김만재·박해철 후보조가 기호 1번, 김동명·류기섭 후보조가 기호 2번, 이동호·정연수 후보조가 기호 3번이다.

토론회의 공통질의는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평가, 조직화 방안, 총선 대응 정치방침, 산업·고용위기 대응, 알리고 싶은 공약 등의 주제로 구성됐다. 토론회에서 세 후보조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과 산업전환에 노동이 위기를 맞았다는 데 고개를 끄덕였다.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정체되고, 이에 한국노총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위기를 풀어갈 방법은 조금씩 달랐다. 제27대 집행부 3년의 평가가 상반됐기 때문이다. 기호 1번 김만재·박해철 후보조는 총파업을 들고 나왔고, 배경은 지난 집행부가 현장과 동떨어졌던 데 있다고 지적했다. 기호 2번 김동명·류기섭 후보조는 3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단체·전문가들과 협의체를 꾸려 윤석열 정부에 맞설 힘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기호 3번 이동호·정연수 후보조는 정부와 대화를 먼저 해보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 집행부가 특정 정당에 매몰됐다는 비판에서였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폭주하는 윤 정부 노동개악
정책 기조 ‘어떻게’ 바꾸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지났다. 한국노총 제28대 집행부는 윤석열 정부의 임기와 같이 가게 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와 관계 형성은 미래 한국노총의 주요한 키워드다. 기호 1번 김만재 위원장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노동조합 말살 정책, 대기업 거대 자본들의 소원 수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의 빌미는 건산노조(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전국 회계비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김동명 집행부가 줬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기호 1번 김만재 위원장 후보는 “당선된다면 오는 2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150만 한국노총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는 됐지만, 노조를 악으로 규정하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의 경질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했다.

기호 3번 이동호 위원장 후보는 노동개악의 상황에서 “노총과 정부가 대화를 단절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기호 3번 이동호 위원장 후보는 “현 정부의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건강한 노정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계속해서 정부가 선택적 공권력으로 노동자를 향해 칼을 댄다면 그 칼을 맞는 건 다름 아닌 국민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면서도 “당선되면 여야 가리지 않고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일방적 노동개악이 계속된다면 정권 퇴진(운동)도 불사한다”며 대정부 투쟁도 시사했다.

“노동정책이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반대한다. 노동조합을 부패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고립시켜 정권이 원하는 노동개악과 연금개악 등을 밀어붙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윤석열 정부 정책을 평가한 기호 2번 김동명 위원장 후보는 “힘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노동조합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외연을 확장해서 맞설 수 있는 힘을 더욱 두텁게 하겠다”며 한국노총이 주도하는 사회적 투쟁을 말했다. 대화에 대해서는 “경사노위라는 틀에 얽매이지는 않지만 노동이 원하는 의제와 방식으로 사회적 대화를 노총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지속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지역 지원과 노총 조직개편에 방점

사무총장 후보들은 총연맹의 숙원사업인 조직화 방안에 대해 답했다. 노동조합 조직률은 2021년 14.2%로 2020년과 같다. 지난 정부 후 가파르게 성장 중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2021년 통계 결과로 정체기를 맞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기호 3번 정연수 사무총장 후보는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를 3개 팀으로 확장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먼저 “확장성이 많은 공공, 금속, 공무원, 교사를 집중적 관리”할 수 있도록 “산별과 시·도지역본부 특성에 맞는 조직활동가를 전면배치”한 팀을 꾸린다. 상급단체가 없는 노동조합의 한국노총 가입 유도를 위한 대화를 맡는 팀도 구성할 계획이다.

작은 사업장 노동조합을 주력으로 하는 팀도 만들 계획이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서는 무료로 법률을 지원하는 조직과 상담소를 지역본부 등에서 상시 운영한다. “열악한 노동자와 함께하는 노총이 된다면 200만, 300만을 넘은 한국노총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기호 2번 류기섭 사무총장 후보는 “노조 조직률은 비인간적 대우, 처참한 노동환경에 맞서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에 나섰던 1989년 최고점을 찍었지만, 현재는 노동조건만이 아니라 나의 삶과 비전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며 조직률을 높이려면 제도와 사회문화적 측면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이 주거, 교육, 복지, 빈곤 등의 문제에서 중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사업으론 “산별연맹, 지역본부, 지역지부가 조직화에 같이 노력할 수 있도록 사무총국에 지역국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기호 1번 박해철 사무총장 후보도 조직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기획했다. “노총 200만 조직화 특별위원회를 위원장 직속 기구로 준비하고 정기대의원대회 때 특별위원회 설치를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계획이다. 16개 시·도지역본부에 노무사 직접 채용과 일반노조 건설을 지원하고, 노동상담소를 설치하겠다는 공약도 강조했다.

업종별로 책임부위원장제도를 도입하고 지도부는 겸임을 금지시켜 집행부부터 조직화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점도 내세웠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내년 총선 대응 정치방침
“현장의 뜻”·“실용주의”·“대화”

한국노총은 2017년 총선과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은 바 있다. 그간 한국노총이 당선 가능성을 점치며 지지후보를 골라왔던 관례와는 사뭇 다른 행보로 평가받는다. 기호 2번 김동명 위원장 후보는 두 번의 정책협약을 “자주적인 선택”이라 표현하며 “일반 대중에 한국노총이 더 이상 권력에 기대는 조직이 아니라 그래도 자기 결정을 할 수 있는 조직, 어용노조가 아니라는 신뢰를 쌓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호 2번 김동명 위원장 후보는 한국노총의 선택으로 “ILO 기본협약을 비준했고, 가사노동자법과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 등 꽤 많은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 정치방침은 미리 표를 줄 테니까 무엇을 달라는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당에 대해서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기호 1번 김만재 위원장 후보는 ‘실용주의’ 정치방침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안에 한국노총의 노동입법과제를 각 당에 먼저 제시하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지지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호 1번 김만재 위원장 후보는 “현장 조합원들의 삶이 더 나아진다면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겠다”며 “정치 세력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소통하겠다. 정치 세력과의 소통 원칙은 무조건 노동자의 이익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호 3번 이동호 위원장 후보는 “노동계가 총선방침을 정할 때 정치 이념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도부는 특정 정당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여야 정부 할 것 없이 대화를 통해서 만나고, 총선도 마찬가지로 방침을 세울 때 우선적으로 공식적인 논의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 공식적인 논의기구에서 결정된 사항은 일부 지도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일방적으로 바꾸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산업·고용위기 대응
협의체·입법·지원에 주도적이어야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으로 초래되는 산업·고용위기 대응에 노동은 속수무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으로 더 많은 일터에 깊은 영향을 미칠 산업전환에 후보조들은 협의체·입법·지원 등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단 의견을 각각 밝혔다.

기호 1번 김만재 위원장 후보는 “김동명 후보는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노동계 몫으로 단 한 명 참석했던 그 자리조차 지켜내지 못했다”고 공격한 뒤 “3월 중 각 당에 제안할 노동입법과제에 노동전환지원법 통과를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노동자 총고용 보장과 전직을 위한 재교육 제도마련도 국회에 촉구할 계획이다. 한국노총 내부적으론 산업전환에 타격이 큰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전직지원센터를 설치한다. 지역본부들의 사회적대화도 지원해 지역 맞춤 대응책도 강구한다.

기호 3번 이동호 위원장 후보는 환경단체들과 공정한 전환을 요구하는 독일의 금속노조 사례를 언급하며 “이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노동전환에 대한 대응과 참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루빨리 국내의 현실에 맞는 노동전환 대응방침을 구축해 노동계가 빠진 탄중위에 이를 적극 요구하고, 노동계의 참여가 보장되도록 전 국민적 홍보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이동호 후보의 생각이다.

기호 2번 김동명 위원장 후보는 산업전환은 노동과 더불어 교육, 복지제도, 주거환경 등 사회문제와 연결된다고 봤다. 산업전환 대응은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그룹, 국민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범국민회의를 한국노총이 제안하고 앞장서는” 방식으로 풀어갈 계획이다. 기호 2번 김동명 위원장 후보는 “한국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 우리 조합원들의 든든한 보호막,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마지막으로 알리고 싶은 공약을 묻는 질문에 기호 3번 정연수 사무총장 후보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세 후보조의 공약은) 대부분 비슷하다”면서도, “저희 후보조는 제대로 일하는 한국노총으로 반드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끊임없이 인재를 양성해야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대결할 수 있고, 문턱을 낮춰 누구도 들어와서 일할 수 있는 한국노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호 2번 류기섭 사무총장 후보는 범국민회의 구성을 다시 강조했다. “노동의 문제는 노동만의 문제가 아니고, 시민단체와 전문가 그룹과 함께하는 범국민회의를 한국노총이 주도하고 활동을 전개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호 2번 류기섭 사무총장 후보는 “우리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며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가 한국노총 조직화에 든든한 자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역국 신설 공약도 짚었다.

기호 1번 박해철 사무총장 후보는 “식물노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노총 내부가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혁신돼야 한다”며 한국노총 위원장 직선제 도입, 업종별 책임부위원장제 도입과 지도부 겸임 금지, 특별쟁의사업장 직접 지도제 도입, 위원장이 직접 답하는 조합원 SOS청원제 시행, 회계감사위원회 확대 개편 등의 공약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