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지역 상생·협력 일자리, 올해는 ‘격차해소’ 방점
① 지역 상생·협력 일자리, 올해는 ‘격차해소’ 방점
  • 정다솜 기자,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5.04 09:16
  • 수정 2023.05.0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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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 10개 지역 선정
‘지역 맞춤형 일자리 모델’ 더해 ‘격차 해소형’ 신설

노사민정이 협력해 ‘지역 맞춤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거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격차 해소를 통한 ‘지역 일자리 지속 성장’을 도모하려는 지자체를 지원하는 ‘2023년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총괄 고용노동부·주관 노사발전재단)이 지난달 출발했다. 올해 컨설팅을 받는 지역은 총 10곳이다. 지난해 컨설팅을 통해 ‘산·학·연·관 협력과 혁신을 통한 미래차 부품 대전환’ 일자리 모델을 만든 경상북도 사례를 짚어보고, 올해 다각화된 컨설팅 내용을 소개한다.

경상북도가 지난해 12월 6일 도청에서 정부의 지방주도형 투자일자리 신청 및 선정을 위한 투자협약과 함께 노사민정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 경상북도

‘전환 + 상생형 일자리 모델’
컨설팅 통해 구체화한 경상북도

경상북도는 ‘전환’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경상북도엔 미래차 전환으로 인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약 14%가 모여 있다. 2021년 기준 1,414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3만 6,000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연 매출액은 약 13조 8,000억 원 수준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 매출의 대부분이 ‘경주시(52.7%)-경산시(14%)-영천시(15.5%)’(남부권 벨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환을 준비해야 하지만 연구개발(R&D) 기능은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지역 인재도 수도권에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경상북도에는 지역의 혁신을 주도해야 할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하단 뜻이다. 전인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000년대 이후 대기업들의 수도권 이전과 신·증설, 연구개발 기능의 수도권 이전 등은 지역 인재의 블랙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청년(20~39세) 인구는 연평균 1만 명 내외로 빠져나가다가 코로나19를 겪은 2020년에는 두 배로 뛰어 1만 9,516명이 떠나기도 했다. 지역 노동시장의 고령화 속도 역시 빨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경상북도는 이러한 지역 산업과 노동의 위기에 대응할 주체는 지방정부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산업전환은 특정 기업과 특정 도시만의 문제가 아닌 경상북도 전체의 문제이며, 특히 2·3차 협력업체들이 홀로 산업전환에 대응하긴 버거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상북도는 2020년부터 자동차 부품산업 핵심 벨트인 3개 도시(경주시·영천시·경산시)와 함께 산업전환에 대응해야겠단 전략을 세웠다. 2021년엔 도지사 직속 ‘미래일자리자문위원회’(지역고용거버넌스)를 운영했다. 같은 해 경상북도는 신규 혁신 일자리사업 개발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경상북도는 고민 끝에 대규모 예산 지원이 가능한 중앙정부의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통해 남부권 벨트에 ‘미래차 부품산업 수퍼클러스터’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의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경북형 일자리 모델 개요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경북형 일자리 모델 개요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경상북도는 지역 노사민정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일자리 모델을 구체화했다. 큰 틀로는 자동차 부품산업의 핵심 주체인 1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2·3차 협력사들과 상생하는 구조를 짰다. 10개 참여기업(중견기업 8곳·중소기업 2곳)은 미래차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부품 경량화, 친환경 소재 개발 등 부품 고도화·다각화 전환 전략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지원을 받은 참여기업들은 지역 내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고 협력사들과 공동 연구개발 등 이른바 수평적 네트워크 협업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상북도는 산·학·관 협력을 통해 지역인재가 지역에서 일자리와 삶 모두를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계획이다. 특히 클러스터 내 일자리 관련 기획과 운영을 하는 ‘일자리혁신파크’를 구축해서 산업정책과 노동정책이 동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쓸 예정이다. 일자리혁신파크는 일자리 관련 데이터 베이스(DB) 구축, 노동전환 및 일자리 관련 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을 수행할 전망이다. 이 외에 경상북도와 참여기업들은 100억 원 규모의 원하청 상생복지기금을 조성해 2·3차 협력사의 노동환경, 정주환경 등을 개선한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는 애초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의 취지에 맞게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지역 경제주체들이 함께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전인 교수는 “지역경제 주체들이 쉼 없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삶을 영위하는 공간 속에서 다가올 도전과 위기에 노사민정이 함께 대응해 변화의 물꼬를 트고자 하고 있다”면서 “이런 경북형 일자리 모델의 핵심은 지역의 내생적 자원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지역 발전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경상북도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방주도형 투자 일자리 특화 전문 컨설팅’을 받으면서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경상북도는 사업에 선정되면 10개 기업의 5,882억 원 투자를 통한 약 800명의 고용 창출을 예상하고 있다. 

7년 차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올해는 ‘격차해소’에 방점 

경상북도처럼 노사민정이 모여 지역의 특성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지자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노사민정이 각자 구상한다면 막막할 수 있지만, 의지만 모은다면 중앙정부의 도움이 기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은 올해도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을 통해 일자리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지역을 돕고 있다. 

명칭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은 올해 7년 차를 맞았다. 컨설팅을 받은 뒤 정부가 지정하는 ‘상생형 일자리’로 최종 선정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제품이 생산돼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성과를 만든 지자체는 1호 광주광역시를 비롯해 여럿이다. 지난해 컨설팅을 받은 고창군, 대전광역시, 순천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역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상생협약안을 만들었다. 논산시와 전주시는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을 지난해 새로 만들었다. 논산시의 경우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전주시, 경상북도는 상생협약을 체결해 고용과 투자규모를 확정하기도 했다.

올해도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은 상생의 일자리를 만들어 보려는 지역 노사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계획했다. 올해의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핵심은 지역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격차해소형’ 컨설팅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은 4차 산업혁명이 일하는 방식과 생산 시스템을 크게 변화시키고, 고용형태를 다양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 노동정책은 노동자들이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며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들어 내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려면 노동시장 내 존재하는 격차를 완화해야 했다.

이번 컨설팅도 이 점을 고려해 기존 투자촉진형에서 나아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격차 해소를 통한 일자리 지속 성장을 지원하는 격차해소형 컨설팅 사업을 신설하게 됐다. 지난해 말 노사발전재단은 “사업 7년 차를 맞아 사업 유형을 보다 다각화해서 확대할 예정”이라며 “지역 일자리 마련뿐 아니라 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 유지와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 등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해 지역 일자리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 이를 통해 변화하는 노동환경 속에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지역투자형 일자리 모델을 만드는 기존 투자촉진형도 이어 진행된다. 투자촉진형은 협의 단위를 구성하고, 사업 방향을 도출하는 등의 1단계와 상생요소를 발굴하고 일자리모델을 구축하는 2단계, 실무논의와 의견수렴 단계인 3단계, 상생협약을 구성하는 4단계로 구분한다. 

격차해소형의 컨설팅 골격은 투자촉진형과 유사하지만 이름처럼 ‘격차해소 모델’을 도출해 내는 데 초점을 맞춘 컨설팅이 진행된다.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격차해소형 모델 개발 단계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격차해소형 컨설팅 지역을 탄탄히 지원하기 위해 현장자문단 분야도 확대한다. 지난해 현장자문단은 노사관계 전문가 4인과 산업분야 전문가 4인으로 구성됐다면, 올해는 노사관계 전문가 3인과 산업분야 전문가 3인, 그리고 조선산업에 특화된 전문가 2인을 추가한다. 

올해 컨설팅 받는 지역은?

올해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을 받게 될 지역은 10곳이다. 광역은 ▲충청북도(반도체 종합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사상생 클러스터 조성) ▲전라남도(조선해양산업의 재도약과 지역경제 활성화) ▲제주특별자치도(청정바이오·지능형 관광서비스·그린 에너지 솔루션 등 모델 구축)가 선정됐다. 

기초자치단체 7곳은 ▲강원도 삼척시(석탄·시멘트 업종 퇴사자 등 일자리 전환 지원) ▲울산광역시 동구(조선업 도약 노사상생 일자리 모델 발굴) ▲전라북도 김제시(스마트 농업산업 특장·모빌리티 일자리모델) ▲전라북도 고창군(모빌리티 관련 부품산업 생태계 조성) ▲전라남도 순천시(초경량소재산업 생태계조성) ▲강원도 태백시(태백형 先순환 바이오에너지 기업투자와 인프라 구축) ▲충청남도 부여군(스마트농업 클러스트화로 농·산업혁신생태계 조성) 등이다.

올해 이들 지역은 노사발전재단의 컨설팅을 받으며 상생·협력 일자리를 마련할 여정을 시작했다. 지역의 속도에 맞춰서 지역 현황을 진단하고, 노사민정이 일자리 모델을 모색하고, 공론화를 거쳐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기사는 참여와혁신과 노사발전재단의 공동기획으로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