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상생·협력 일자리’ 준비 10곳, 중간점검으로 ‘한 단계 업’
② ‘상생·협력 일자리’ 준비 10곳, 중간점검으로 ‘한 단계 업’
  • 정다솜 기자,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7.31 08:18
  • 수정 2023.07.31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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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 10개 지역은 지금?
‘격차 해소형’ 2곳 + ‘지역 맞춤형’ 8곳, 중간점검으로 일자리 모델 발전

‘2023년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총괄 고용노동부·주관 노사발전재단)이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올해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은 노사민정이 머리를 맞대 ‘지역 맞춤형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려는 8개 지역,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격차 해소를 통한 ‘지역 일자리 지속 성장’을 도모하려는 2개 지역이 지원받고 있다. 각 지역만의 일자리 모델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10개 지역은 지난 5월 착수 보고회, 6월 상반기 간담회를 통해 중간점검을 했다. 한 단계씩 일자리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10개 지역이 어디까지 왔는지 정리했다.

* 격차 해소형(2곳) : 전라남도, 울산광역시 동구
* 지역 맞춤형(8곳)  : 충청북도, 제주특별자치도, 전라남도 순천시, 강원도 삼척시, 강원도 태백시, 전라북도 김제시, 충청남도 부여군, 전라북도 고창군

전라남도의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경과를 노성호 대불산학융합원 사무국장이 발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전라남도의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경과를 노성호 대불산학융합원 사무국장이 발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위기에 강한 지역 조선업 위해
상생·협력 일자리 모델을 고민하다

전라남도 서남권(목포시·영암군·해남군)에는 조선해양특화산단이 조성돼 있다. 영암군 대불국가산단을 중심으로 현대삼호중공업, 대한조선 등 조선·해양·소재기업 약 310개가 모여 있다. 울산광역시 동구에도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비롯해 조선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두 지역 모두 10년 만에 찾아온 국내 조선업 호황에 따라 당분간 수주 물량은 걱정이 없지만, 인력이 문제다.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숙련공 이탈, 기존 인력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조선업 인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성호 대불산학융합원 사무국장은 “현장에선 일할 사람이 없어 물량 반납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일자리 인프라 강화 등으로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전라남도와 울산 동구는 조선업 일자리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 조선업 도약을 위한 이중구조 해소방안 도출 △조선업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상생·협력 일자리 모델 발굴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지역이 우선 비즈니스 모델을 하나 만들면 조선업 상생협약에 담긴 과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며 “예를 들어 모범적인 사외 블록업체 모델을 만들겠다면 적정 임금, 기성금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올해 초 조선업계와 정부는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을 맺은 바 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컨설팅 과정에서 사내 협력업체를 동원해 온 한국 조선산업 전략의 일정한 한계를 원청이 인정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이제 지역 차원에서 조선산업이 협력업체를 활용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앞으로 원청 임금의 50~70% 수준을 협력업체에 지불하는 방식으로는 조선산업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협력업체 활용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특히 중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반도체·초경량 소재 등 
제조업 일자리 모색 

충청북도 노사정은 반도체 후공정 등 첨단 산업 분야의 투자와 일자리 마련이 지역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란 공감대를 형성해 컨설팅을 신청했다. 첨단 반도체 산업은 충청북도 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먼저 도는 도내 첨단 반도체 산업을 영위하는 대·중소기업과 해당 노사관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이호창 노사발전재단 사업연구지원팀 수석연구원은 “이 시도는 국가적·지역적으로 함의가 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노사민정 각 주체가 어떻게 상생해서 발전할지를 구체적으로 보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전라남도 순천시는 초경량 소재(마그네슘 소재 부품 특화)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준비 중이다. 양정하 순천대학교 산학협력단 책임연구원은 “기업 간 가치사슬을 구축해 원재료 공급, 강판 공급, 그리고 최종 수요처 기업들이 참여하는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며 “이 생태계의 양성화 단계를 거쳐 정부의 지방주도형 투자 일자리로 선정돼 지역 경제와 고용 활성화를 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컨설팅 2년 차인 순천시는 마그네슘 산업 일자리화 전문가 간담회, 연구진의 14개 기업 실사, 기업 간 가치사슬 구체화, 사업의 현실성 입증 등 남은 계획을 수행해 올해 말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전라북도 고창군은 ‘주민과 기업의 상생을 통한 첨단 미래 산업 및 친환경 ESG 산업단지 조성’이란 키워드로 상생형 일자리 모델 마련에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청정고창’이라는 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주민들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엔 설문조사, 노사민정 대화 등을 진행하고 고창군이 원하는 기업유치의 환경적 기준이 ‘법적 기준’이라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향후 고창군은 제조업체 현황 분석부터 지역 실정에 맞는 친환경 ESG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산업 현황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김현철 군산대학교 융합기술창업학과 교수는 “(이번 컨설팅을 통해) 올해는 지역 차원에서 뭔가를 해보도록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변화의 씨앗을 만들어놔야, 향후 컨설팅 사업에 다시 선정되지 않더라도 지역 내에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부여군이 노사민정 상생·협력 협의회 발대식을 지난 6월 26일 개최했다.
부여군이 노사민정 상생·협력 협의회 발대식을 지난 6월 26일 개최했다. ⓒ 부여군청

‘농업’+첨단·스마트 
접목해 청년 유입 시도 

전라북도 김제시는 첨단 농기계 산업과 특장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보고자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을 신청했다. 특장차와 첨단 농기계 산업은 ‘미래형 이동식 작업기계’라는 점에서 연관성이 높다.

올해는 연구와 공론화를 시도한다. 지역의 고용현황 분석과 고용형태·산업구조 실태조사가 오는 11월까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 노사민정은 간담회를 통해 만난다. 채준호 전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 사업은 산업정책과 노동정책이 만나는 장”이라며 “산업정책에 치중되기보단 노동자들의 처우가 어떻게 개선되고, 노동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중심에 놓고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부여군은 농업 중심지라는 특성을 가져가며 청년에게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일자리를 모색하고자 ‘스마트 농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려 한다. 부여군이 청년에게 농지를 임대하면, 지역사회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새내기 농업인의 정착을 지원한다. 청년 농업인을 양성하는 과정에서 관련 연구와 농촌 체험 등 연계 산업도 키울 수 있다. 부여군은 지난 6월 26일 노·사·민·정 상생·협력 협의회 발대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정재욱 비즈데이터 충남지사장은 “실질적으로 참여할 기업을 구체화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적 숙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클러스터엔 유형과 더불어 무형도 있다”며 “지식 네트워크 등 무형의 클러스터들을 포함시키면 고부가가치에 기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산업구조 전환 당면한 지역들 
고민 깊어··· ‘천연 자원’ 열쇠 될까 

석탄과 시멘트 산업이 지역 경제를 지탱해 온 강원도 삼척시는 새로운 산업 구조로의 전환이라는 목표를 갖고 컨설팅을 신청했다.

삼척시는 몇 가지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고민 중이다. 먼저 일자리를 떠나야 하는 석탄·시멘트 노동자들의 경우 티타늄 생산 가공 회사와 연계해 기술훈련을 받아 재취업하는 방식이 있다. 삼척시에 폐교가 많다는 점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조성된 폐광기금을 활용해 폐광지역에 실버타운을 세우는 것도 계획 중이다.

배규식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 상임위원은 “실현 가능성을 가진 사업이 나열돼 있다”며 “협동조합 활동가들과 같이 사업을 하면 지역민들과 노력해서 지방주도형 투자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고 평가했다. 

과거 강원도는 화석 연료 중심의 산업을 주도해 왔다. 태백시는 광업소 노동자들의 실직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태백시는 산림 자원을 활용한 바이오 에너지 산업을 정착시키려 한다. 석탄 산업 종사자들도 기술 훈련을 통해 전직을 도울 계획이다. 태백시는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의 약 7%를 가지고 있고, 이중 약 61%는 국유림으로 활용이 용이하다. 올해 태백시는 고용노동환경을 분석하고 바이오 에너지 생태계의 잠재력을 조사하는 한편, 지역 이해당사자들을 만나 공감대를 형성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노동자 전직이 주된 목적은 아니지만, 태백시와 같이 천연 자원을 활용한 일자리 모델을 준비 중이다. 제주도가 고심한 아이템은 제주의 특별한 자원, 용암해수를 활용하는 것이다. ‘40억 년의 물’이라고도 불리는 용암해수는 제주도 동부지역에 부존하는 염지하수로, 현무암층에 의해 여과돼 쌓인 자원이다. 용암해수를 탈염하면 화장품 원료, 소금 등 다양한 2차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마을 지역 대표와 지자체 등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주체들이 종합적으로 모여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인터뷰를 통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했다면 이제는 해당 의제를 가지고 논의 단위를 구성해 풀 차례”라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참여와혁신과 노사발전재단의 공동기획으로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