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동자들이 말하는 윤석열 정부 공공기관 정책의 문제점
공공노동자들이 말하는 윤석열 정부 공공기관 정책의 문제점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7.11 09:34
  • 수정 2023.07.1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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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공대위 ‘2023년 공공노동자 5대 공동요구안’은 어떻게 탄생했나
[미니인터뷰] 양대노총 공대위 노동자 5인

지난해 5월 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향후 5년간 정책 방향을 담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110대 국정과제엔 “공공기관을 혁신”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효율화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구상은 구체화됐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가이드라인엔 공공기관 기능 축소, 인력 감축, 직무·성과 중심 보수체계 개편, 자산 매각, 복리후생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해당 사항의 이행 여부를 매년 1회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기관장을 해임 대상에 올리고 직원 성과급을 삭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국무회의에서 강력한 공공기관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하며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축소 일변도인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에 공공노동자들은 정부 정책이 공공기관의 공공성 약화·민영화·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우려 끝에 결국 공공노동자들은 대정부 공동투쟁을 결의했다. 지난해 7월 20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공노동자들은 6년 만에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양대노총 공대위)’의 대정부 공동투쟁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6년 전 양대노총 공대위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저지 대정부 공동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양대노총 공대위에는 한국노총 공공노련·금융노조·공공연맹,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양대노총 공대위는 지난 1년간 정부의 공공기관 관련 정책에 대해 “공공기관의 본연 역할인 ‘공공성’ 대신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반공공적인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23년 공공노동자 5대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공동요구안은 ▲공공기관 공공성 강화 ▲공공기관운영법 전면 개정 ▲직무·성과급제 도입 반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총액인건비 제도 폐지로 구성돼 있다. 참여와혁신은 양대노총 공대위에 참여하는 한국노총 공공노련·금융노조·공공연맹,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에게 5대 요구안의 의미를 물었다.
 

"공공성 강화"

이광조 공공노련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위원장

이광조 공공노련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위원장

- 양대노총 공대위는 올해 공공기관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당연한 말로 들리기도 하는데,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입장에서 공공성 강화란 어떤 의미인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국민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이는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국민임대주택은 효율성이나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보자면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다. 국민임대주택을 더 많은 국민에게 공급할수록 적자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 주거권은 중요한 기본권이고, 이를 위해서 LH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사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목적은 공공성을 강화해 국민의 복지에 이바지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효율성이나 재무 건전성은 수단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선 재무건정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오히려 본연의 목적인 공공성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만약 LH가 영업이익을 얻고자 국민임대주택의 가격을 높게 설정하고, 수익을 많이 창출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기능이 전보다 훨씬 약해질 거다. 이런 상황에서 LH가 영업이익을 많이 남겼다고 좋은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국전력이나 수자원공사 같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전기요금을 올려서 한국전력이 영업이익을 많이 내면 좋은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공공성 강화는 공공기관이 그 본연의 목적과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확대"

김정섭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교선실장

김정섭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 교선실장

- 서울교통공사노조는 그간 인력 충원을 요구해 왔다. 어떤 부문의 충원이, 왜 필요한가?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지하철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대표적으로 부족한 것이 안전 인력이다. 작년 승무원이 순찰 업무를 하다 참변을 당했던 신당역 참사를 기억하나. 당시 승무원이 2인 1조로 순찰을 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1인 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지하철 수송 인원이 늘고 있다. 그에 걸맞은 인력 충원이 요구된다. 하지만 공사는 정부의 인력 효율화 기조에 따라 외려 계속 인력을 줄이려고 시도 중이다. 그래서 인력 충원이 필요한 시점인데도 인력 감축에 대해 논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다.

인력 충원은 시민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 인력이 늘어난다고 해서 노동자의 임금이 늘어나진 않는다. 결국 우리가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이유는 대시민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인력이 비대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기실 우리나라 공공노동자의 비율은 OECD 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 OECD 국가들의 전체 노동자 대비 공공노동자의 비율은 17% 수준인데 한국은 7% 정도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해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이 옮은 방향이라고 본다.

 

"총액인건비 제도 폐지"

신선미 보건의료노조 근로복지공단의료본부지부 지부장

- 공대위는 총액인건비 제도 폐지를 주장한다. 어떤 지점에서 총액인건비 제도*가 문제적인가?
* 총액인건비제도: 공공기관이 정부가 지정한 총액인건비 내에서 조직, 정원, 보수, 예산을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제도를 말한다.

보건복지부에선 2019년 10월부터 정책적으로 간호사들의 야간근무에 대한 보상으로 야간간호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 수당은 보건복지부에서 간호사에게 지급하는 수당이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예산의 총액을 정하는 총액인건비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총액인건비 제도가 공공노동자 인건비 총액을 정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 수당도 총액인건비 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민간 병원 간호사들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야간간호료를 받음에도 근로복지공단 간호사들은 야간노동을 하고도 야간간호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근로복지공단에 지급하고 있는 야간간호료는 현재 공단 내부에 계속 쌓이는 중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이 수당을 총액인건비에서 제외해 간호사들에게 지급하자고 노동조합과 같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자율·책임 운영을 위해서 총액인건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처럼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에 모든 임금 및 수당을 일일이 통제받고 있다. 총액인건비 제도를 폐지해야 공공기관의 자율·책임 운영이 더 수월해질 것이다.

 

"직무·성과급제 도입 반대"

김재범 금융노조 사무총장

- 공대위에선 정부가 공공기관에 도입하려는 ‘직무·성과급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공공기관은 이미 성과급제를 시행 중이라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공공노동자들은 이미 5개 구간으로 나누어 차등 된 보수를 받는다. 이 상황에서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급간을 세분화해 개인별로 임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그건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 적당한 경쟁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면 문제가 생긴다.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경쟁보단 협업이 중요한데 협업이 전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공공기관이 총액인건비 제도로 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정해진 총액에서 각자 성과나 직무에 따라 총액을 배분받는 제로섬 게임이 되면 옆에 있는 동료 임금을 뺏어서 내 임금을 올리는 구조가 된다. 이건 사기업에서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하는 것보다 훨씬 과도한 경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조직 내 협업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다.

공공기관도 기관마다 특성이 다르지 않나. 공공성이 특별히 강조되는 기관도 있고, 다소 시장 친화적인 기관도 있다. 기관 내부에서 노사 간 협의를 통해 기관에 적합한 임금체계를 만들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일률적으로 경쟁을 심화시켜 성과를 올린다는 발상은 다소 일차원적이다

 

"공운법 전면 개정"

류형석 공공연맹 정책실장

-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이하 공운법) 전면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그 배경은?

공운법에서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에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사항 대부분을 심의·의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공운위를 기획재정부 장관 소속으로 둬 공공기관 운영에 있어 기획재정부가 과도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운영 방향과 공공기관노동자의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이 더 이상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휘둘리지 않도록 공운법을 개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3가지가 있다.

첫째, 공운위 구성과 운영의 민주화다. 현행법에선 민간위원을 11인 이내로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민간위원은 기재부 장관 추천으로 대통령이 결정한다. 공운위에 시민사회와 노동계 추천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둘째, 공공기관 기능조정 결정의 민주화다. 공운위는 공공기관의 자산매각, 기능조정, 민영화 등을 독자적으로 의결한다. 하지만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중대한 결정 사항, 즉 민영화나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매각 등에 관한 사항은 국회 동의를 받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노사관계의 민주화를 위해 정부위원과 노동자 위원 동수로 구성된 ‘임금 및 노동 결정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지난 6월 ILO는 대한민국 정부에 공공기관과의 정기적 노정 교섭 구조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공공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공운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정 간 협의하고 심의할 수 있도록 노정이 교섭할 수 있는 기구를 법제화해야 한다.

이런 법 개정이 있어야 공공기관이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민영화되거나 공공성을 축소하는 것을 방지하고, 또 공공기관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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