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걸어가자!”··· 한국와이퍼 투쟁 승리 보고대회
“다시 걸어가자!”··· 한국와이퍼 투쟁 승리 보고대회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9.09 03:34
  • 수정 2023.09.09 0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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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한국와이퍼분회 조합원들이 8일 열린 투쟁 승리 보고대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회사 청산으로 209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 상황에서 지역 고용약자와 같이 미래를 준비하겠단 목표로 투쟁한 끝에, 외투기업 사측과 ‘사회적 고용기금’ 운영에 합의한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이 ‘투쟁 승리 보고대회’를 열었다. 1년 넘는 투쟁 속에서 내내 입던 형광 주황 투쟁조끼를 하늘로 날린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은 “잘했어, 수고했어, 다시 걸어가자!”고 외쳤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분회장 최윤미)는 8일 오후 경기 안산 단원구 4.16 노란 리본 광장에서 ‘세상을 바꾸는 희망 뚜벅이들, 한국와이퍼 승리 보고대회’를 열었다. 

한국와이퍼분회는 “우리는 217일간 현장 사수 농성을 하며 4일간 걷기대회, 국정감사, 단식농성, 창원 투쟁, 일본 원정 투쟁, 삭발 투쟁 등 일본 덴소자본의 일방적 청산에 맞서 투쟁했다”며 “그 결과 사회적 고용기금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조합원들의 재도약 프로그램을 집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투쟁의 승리는 금속노조 경기지부 조합원들과 안산 지역 시민들의 연대로 만들어 질 수 있었다. 모두의 노고를 달래고 감사의 의미를 담아 승리 보고대회를 준비했다”고 이야기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8일 한국와이퍼분회의 투쟁 승리 보고대회가 경기 안산 ‘4.16 노란 리본 광장’에서 열렸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보고대회의 문을 연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은 “돌아보면 와이퍼분회는 매 순간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 늘 연대와 보호를 받았다”며 “그렇게 고통을 나누는 과정에서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존엄은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연대 덕분에 감히 투쟁 승리를 꿈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윤미 분회장은 덴소코리아 화성공장부터 국회 앞까지 3박 4일간 90km 도보행진을 함께한 ‘덴소 규탄 뚜벅이들’, 고된 노동 뒤 퇴근길 버스 정류장마다 와이퍼분회의 투쟁을 알리는 전단을 붙인 안산 시민들과 안산시민행동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국회 앞에서 44일간 단식농성한 최윤미 분회장의 곁을 지키며 고통을 나눈 “살 같은 분” 이규선 금속노조 경기지부 지부장, “투쟁의 고비마다 함께 울고 웃으며 막힌 투쟁의 길을 뚫어준” 장석우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 창원(한국와이퍼 대체 생산 공장)과 울산(현대자동차) 원정 투쟁에 기꺼이 나와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역 조합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전달됐다.

최윤미 분회장은 해고 노동자들에게 생계 지원 대출금을 내준 “든든한 지원군” 좋은이웃(안산·시흥지역 노동자들을 위한 생활 공제회), “와이퍼분회의 투쟁을 작은 이야기로 만들어 받은 상금 300만 원을 투쟁기금으로 준” 좋은이웃의 청년 동아리 마니또, 밥 연대 밥통, 안산 희망교회 등 “굉장히 많은 연대 동지들”을 소개했다. 

최윤미 분회장은 “이런 관계들 속에서 어렴풋이 우리의 사회적 역할을 깨달았다. 세상을 만드는 노동자에게 사회적 역할도 막중함을 알 수 있었다”며 “이는 교육으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삶의 경험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에 낙인처럼 남아 있을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와이퍼분회는 투쟁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운” 전 동료 송명섭·장창우 씨와 이규선 지부장에게 감사패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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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 장창우 씨, 송명섭 씨, 정민규 한국와이퍼분회 수석분회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어 한국와이퍼분회의 투쟁과 함께한 ‘뚜벅이’들이 등장했다.

조광옥 뚜벅이(금속노조 현대위아 안산지회)는 “한국와이퍼 조합원들과 인연은 좋은이웃 동아리 활동에서 시작해 전국 각지 투쟁과 연대의 현장에서 이어졌다”며 “오늘 투쟁 승리 현장에서 보니 더 반갑다. 와이퍼분회는 앞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활동하게 될 텐데, 현대위아 안산지회도 그 길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손범국 뚜벅이(금속노조 SJM지회)는 “2년 전 우리 공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한국와이퍼 식당에 가서 30분짜리 설명회를 한 기억이 떠오른다. 가장 어려운 투쟁을 가장 현명한 결과로 만들어 낸 조합원들에게 잘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반월·시화공단에 있는) SJM지회를 포함해 다수의 사업장이 앞으로 5년, 10년 뒤 힘든 날이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날이 두렵지 않다. 여기 있는 안산 시민들과 금속노조 경기지부가 엄호해 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언제나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도 잊지 말아 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와이퍼분회 조합원들에게 ‘동(양)피(스톤) 그분’으로 불려 온 이항석 뚜벅이(금속노조 동양피스톤분회)는 “뚜벅이 도보행진을 시작한 첫날, 이 투쟁이 승리할까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많이 힘들었다. 함께 걷는 와이퍼분회 누나들을 보며 나도 남잔데 낙오하지 말아야지 열심히 걸었다”며 “그런 수많은 발걸음과 연대가 있었기에 와이퍼분회가 함께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힘들었던 기억은 뒤로 하고 다시 앞으로 걸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손승연 뚜벅이(좋은이웃)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고 지역에서 함께 연대하면 승리한다는 역사를 만들어 갈 거란 마음으로 지난해 10월 13일에 화성에서부터 27km 정도 걸었다”며 “이겨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어서 정말 감사드린다. 물론 이겼다고는 하지만 소중한 일터가 없어지는 것이니 마음 한편에 그 허전한 마음은 무엇으로 채울지 걱정된다. 그래도 좋은이웃 회원들이 있으니 우리와 함께하다 보면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주위에 힘든 분들과 서로 손 잡아가며 살아가자”고 말했다. 

김남호 뚜벅이(한국노총 안산지역지부)는 “와이퍼분회의 투쟁에 함께하면서 배운 점이 굉장히 많다. 투쟁 과정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수많은 사색을 할 수 있었다. 오히려 내가 함께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앞으로 와이퍼분회가 가는 길에 항상 희망과 연대가 함께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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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선 금속노조 경기지부장이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장에게 감사패를 받았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규선 지부장은 “그간 투쟁하며 쌓아온 지난날들이 앞으로 와이퍼분회 조합원들의 인생에 좋은 씨앗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조합원들의 앞날에 더 많은 행복과 좋은 곳이 기다리고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이영일 한국와이퍼분회 조합원은 “나는 사무직 조합원이다 보니 처음 투쟁을 시작할 때 낯설었다. 그런데 우리 조합원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하며 다가와 줘서 어색함을 금방 지울 수 있었다”며 “우리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 동료들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오늘이 끝이 아니다.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당분간 많은 고민의 시간이 기다릴 거다. 어떻게 보면 이 시기가 우리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쉼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힘내자”고 말했다.

한국와이퍼분회 노동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앞으로 나왔다. “우리는 가지요. 그렇게 가지요~” 노래하며, 춤췄다. 싸이의 노래 〈연예인〉을 개사해 “난 그대의 뚜벅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공연의 끝엔 투쟁조끼를 벗어 하늘 위로 던졌다. 

“마음이 이상하다”며 조끼로 눈물을 닦는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의 뒤로, 흥을 이기지 못한 뚜벅이들의 자체 공연이 이어졌다. “만지면 폭신폭신해서 잠이 솔솔 오는” 머리카락을 밀고 일본 원정 투쟁에서 돌아온 엄마, 최윤미 분회장에게 “그래도 제일 예쁘다”며 안겼던 7살 둘째 꼬맹이의 신난 불빛 바퀴 쌩쌩이가 무대 근처를 쉼 없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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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금속노조 경기지부 안산시흥일반분회장, 황훈재 금속노조 동양피스톤분회 분회장의 기타 연주에 맞춰 한국와이퍼분회 노동자들이 노래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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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하는 한국와이퍼분회 노동자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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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와이퍼분회 노동자들의 공연에 환호하는 뚜벅이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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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하는 한국와이퍼분회 노동자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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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하는 한국와이퍼분회 노동자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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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끝에 투쟁조끼를 벗어 던지는 한국와이퍼분회 노동자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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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와이퍼분회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뚜벅이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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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승리 보고대회 이후 함께 춤추는 뚜벅이들과 한국와이퍼분회 조합원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