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월급제’ 요구한 분신 택시노동자 숨져···“노동부·서울시 불법 방치”
‘완전 월급제’ 요구한 분신 택시노동자 숨져···“노동부·서울시 불법 방치”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10.07 10:34
  • 수정 2023.10.0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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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환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분회장 6일 사망
노동당·공공운수노조·택시지부 공동대위 꾸려 투쟁 예정
6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열린 고 방영환 노동자 투쟁 추모 문화제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택시 완전 월급제 정착’ 등을 요구하며 분신한 노동자 방영환 씨가 6일 오전 6시 18분께 끝내 사망했다. 전신에 73% 화상을 입고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된 지 열흘 만이다. 택시발전법 위반 등 사측의 불법 행위를 관리·감독하지 않은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서울시 택시업체인 해성운수에서 택시기사로 일한 고 방영환 씨는 올해 2월부터 ‘완전 월급제 시행’, ‘체불 임금 지급’ 등을 경영진에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26일 회사 사무실 앞에서 분신했다. 해성운수 대표이사 등은 1인 시위를 하던 고인에게 폭행·명예훼손·협박 등을 저질러온 혐의를 받고 있다. 방영환 씨는 생전에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분회 분회장과 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이날 저녁 한강성심병원 앞에선 투쟁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노동당과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발족해 고인이 생전에 요구했던 택시 완전 월급제 이행, 그리고 분신 사태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한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다음 주부터는 매주 2회 한강성심병원 앞에 마련한 분향소 인근에서 추모 문화제를 개최한다.

고인의 주요 요구사항인 완전 월급제는 법인택시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택시발전법 11조 2항 준수가 핵심이다. 2020년 1월부터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전액관리제(월급제)를 도입한 여객자동차법 개정에 따른 것으로, 이 법에 따라 사업주는 택시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2021년 1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서울시 내 대부분의 법인택시 사업장에서 택시발전법 11조 2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대책위는 “택시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축소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택시 자본의 만연한 행태에 대해 최저임금법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음에도 노동부는 택시 자본의 눈치만 보아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택시 월급제 정착에 행정 책임이 있는 서울시는 이윤에 혈안이 된 택시 자본의 여전한 사납금제 시행을 방치했고, 불법이 판치는 택시 현장을 바로잡기 위한 능동적인 행정처분을 취하지 않았다”며 “서울시는 관리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고 방영환 씨는 생전 사측의 지시에 따라 주 40시간 이상 근무했지만, 2022년 1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월 100만 원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했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노동조건에 불리한 근로계약 서명을 거부한 이유로) 해고된 방영환 동지가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복직하자마자 회사는 따돌림, 관리자를 동원한 집단행동 등 모욕감을 주는 몹쓸 짓을 하며 회사에 대들지 말라는 듯 표본을 만들었다. 그 회사를 눈앞에 두고도 안 보이는 척 방관하는 노동부, 서울시, 양천구청, 경찰을 보면서 방영환 동지는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방영환 동지의 분신 소식을 듣고 아득해졌다. 227일 동안 너무 혼자 외롭게 싸우도록 놔둬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며 “방영환 동지가 꼭 쟁취하겠다던 (완전 월급제, 민주노조 사수 등의) 요구를 우리가 받아 안아야 할 것 같다. 오늘 긴급 상임집해위원회를 통해서 박명환 동지를 열사로 규정한 공공운수노조가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이삼형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정책위원장은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노동부가 지금이라도 택시현장을 전수조사해서 주 40시간 이상의 소정근로시간과 최저임금마저 주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