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서울시에 “택시사업장 불법 전수 조사” 진정
노동계, 서울시에 “택시사업장 불법 전수 조사” 진정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10.12 09:30
  • 수정 2023.10.18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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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방영환 씨 유족, 장례 절차 공동대책위에 위임
“완전 월급제 이행과 해성운수 대표 처벌 위해 끝까지 싸울 것”
11일 방영환 씨의 유족과 공공운수노조, 노동당,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등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서울시 관계자에게 서울 시내 택시 사업장 전수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전달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택시 완전 월급제 정착’ 등을 요구하며 분신한 택시운전기사 방영환 씨가 사망한 지 닷새만인 11일, 서울 시내 택시업체에서 횡행하는 불법 행위를 전수 조사 해달라는 진정이 서울시에 접수됐다. 고 방영환 씨 유족과 노동계, 정당 등은 택시발전법 위반 등 사업주의 불법 행위를 사실상 방치해 온 서울시를 규탄하며 행정명령을 통한 제도 정착을 촉구했다.

서울시 택시업체인 해성운수에서 택시기사로 일한 고 방영환 씨는 올해 2월부터 ‘완전 월급제 시행’, ‘체불 임금 지급’ 등을 경영진에 요구하며 227일간 1인 시위 등을 벌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26일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사무실 앞에서 분신했다. 방영환 씨는 생전에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분회 분회장과 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이날 방영환 씨의 유족과 공공운수노조, 노동당,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등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서울시 관계자에게 서울 시내 택시 사업장 전수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전수 조사를 통해서 법인택시 월급제와 관련한 법령을 위반하는 사업주를 처벌해서 택시 완전 월급제를 정착시키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택시 완전 월급제는 2019년에 개정된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과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을 준수하라는 의미다. 사납금제를 폐지한 현행 여객자동차법은 2020년 전국에서 시행됐고, 법인택시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을 1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하도록 한 택시발전법은 2021년부터 서울에서 시행 중이다. 두 법에 따라 택시 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택시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수납해선 안 되고, 주 40시간에 해당하는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대부분의 택시 사업장에서는 변형된 사납금제가 운용되고 있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택시노동자가 적지 않다고 택시지부 등은 지적했다.

택시지부 등은 “관련 법령인 여객자동차법과 택시발전의 현장 집행에 대한 책임은 서울시에 있지만, 법이 시행된 2021년 1월 1일부터 서울시는 제대로 된 현장 지도·감독을 하지 않아 도입된 법은 잠자고 있다”며 “(방영환 씨의 죽음은) 서울시의 미온적 행정이 불러온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진정서를 전달한 뒤 유족은 “(고인이) 없는 법을 만들어 달라 한 것도 아니고 나라에서 이미 만든 법을 지켜달라는 너무 당연한 요구를 했을 뿐인데, 그 이행 여부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억울하게 돌아가셨다”며 “택시노동자가 편안하게 일하길 바라던 아버지 뜻을 이루기로 결심했고 공동대책위원회와 완전 월급제 이행과 해성운수 대표 처벌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노동당과 택시지부 등에 따르면 해성운수는 고 방영환 씨가 택시 완전 월급제에 위배되는 근로계약서 서명을 거부하자 불량 차량을 지급하는 등 탄압을 이어갔다. 주 40시간 근무를 준수한 방영환 씨에게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임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완전 월급제 시행’과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는 고인에게 대표이사 등 관리자들은 폭행·폭언을 일삼기도 했다.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유족은 노동당, 공공운수노조 등이 발족 준비 중인 공동대책위원회에 장례 절차를 위임한 상태다. 공동대책위는 △택시 완전 월급제 정착 △체불 임금 지급 △분신 사태 책임자 처벌 등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고 방영환 씨의 장례를 연기할 계획이다. 오는 18일에는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추가로 참여한 공동대책위가 정식으로 발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