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3주기, 풀빵 사주고픈 ‘당신’
전태일 53주기, 풀빵 사주고픈 ‘당신’
  • 백승윤·박완순·김광수·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1.11 20:21
  • 수정 2023.11.11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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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만난 노동자들

허기진 어린 여공들에게 차비를 털어 풀빵을 사주곤 청계천에서 창동까지 12km 거리를 걷고 뛰며 퇴근했던 전태일. 오는 13일 전태일 서거 제53주기를 앞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11일 서울에서 각각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두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풀빵 한 봉지 사주고픈 ‘당신’은 누구일까.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심판! 노동탄압 저지! 11·11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아이들과 청년

오경선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천분회 조합원
“내 자식들에게 주고 싶다.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을 못하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는 정말 들어가기 힘들고, 비정규직은 노동조건이 아르바이트와 다를 게 없다. 딸아이는 네일아티스트나 장례지도사를 목표로 하는데, 네일아트 업계 월급은 80만 원 수준이고 장례지도사의 경우 여성은 잘 채용하지 않더라.”

김정식 민주노총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지부 부평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
“어려운 사람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소아마비를 겪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 제가 부모인지라 그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한다. 그런데 한편으론 물가가 너무 오르면서 내 가족 먹고살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나눔이 쉽지 않은 사회가 됐다고 느낀다.”

장병운 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공감투쟁국 본부장
“사주고 싶은 사람이 많지만, 특히 결식아동들에게 가장 사주고 싶다.”

가치를 인정 못 받는 노동

신명재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스마일게이트지회 수석부지회장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떠오른다. 학교비정규직이나 조선소 하청노동자 등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그분들이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한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다.”

허차우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동구지부 지부장
“노동자 내부에서도 삶의 편차가 너무 크다고 느낀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풀빵을 나누고 싶다.”

안성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라이온켐텍지회 지회장
“지하철 역사를 청소하는 미화노동자들이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분들인데 노동환경이 엄청 열악하다. 독한 소독약 같은 유해 물질 흡입, 걸레질로 인한 뼈마디 통증 등 직업병도 심한 것으로 안다.”

김지용 민주노총 전교조 서울지부 중등강송지회 지회장
“미화노동자들에게 풀빵을 주고 싶다. 내 주변에서 미화노동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연배가 높다. 육체노동이다 보니 힘에 부치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분들께 빵이라도 나눠드리면 조금 힘이 나지 않을까 싶다.”

김필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한국장학재단콜센터지회 부지회장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에게 풀빵을 주고 싶다. 돌봄노동은 중요한 노동이지만 평가절하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중요한 일을 하면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그분들께 풀빵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다.”

박상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전북본부 본부장
“돌봄노동자들이다. 최저임금에 시달리고 고용도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이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더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

강대빈 한국노총 공공연맹 한국환경공단통합노조 위원장
“사업장 내 공무직분들에게 드리고 싶다. 행하는 직무는 같은 데 처우가 다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지켜졌으면 한다.”

한순희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노조 교육선전실장
“모든 비정규직이다. 예전에는 비정규직이 사회 문제처럼 여겨졌는데, 요즘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심판! 노동탄압 저지! 11·11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나와 함께 하는 동지

박용락 한국노총 금속노련 상임부위원장
“여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모든 노동자에게 풀빵을 사주고 싶다.”

이기일 한국노총 금융노조 총무기획본부 본부장
“이 자리를 같이하는 모든 노동자들”

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조합원 C
(양옆에 있는 두 조합원을 가라키며) “우리 동료, 동지들”

김옥란 한국노총 의료노련 정책국장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노동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김장호 한국노총 금속노련 화천기공노조 부위원장
“나와 함께 투쟁하는 동료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싶다.”

윤지선 한국노총 의료노련 순천향대병원 부천병원노조 조직부장
“여러 분야의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지만, 특히 동종업계인 의료산업 종사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서경원 한국노총 공공연맹 전국공무직노조 정읍시지부 사무처장
“일단 우리 조합원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일선에서 직접적인 민원 업무를 담당하면서 행정·환경미화·도로보수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

한상필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경기도본부 동두천지부 조합원
“건설노동자들이다. 정권 탄압의 대상이 되면서 곤욕을 겪었다. 노동조합 운영도 매우 힘들다고 들었다. 임금체불과 산업재해도 많이 당하는 분들인데 탄압까지 당해서 많이 억울할 것 같다.”

노개형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조합원
“돌아가셔서 지금 풀빵을 드릴 순 없겠지만, 노동자의 아픔을 널리 알리고 세상을 떠난 양회동 열사와 방영환 열사에게 고생했다는 의미로 풀빵을 드리고 싶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부산지역본부 대남병원지부 조합원 B
“투쟁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에게 풀빵을 주고 싶다. 노동을 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고 외롭게 투쟁하고 있을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싶다.”

김태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홈플러스일반노조 신도림지부 지부장
“교사들이다. 최근 서이초 사건 이후 초등학교 교사들의 노동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막연히 좋은 일자리라고만 생각했던 초등 교사들도 참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느꼈다. 그동안 고생했을 교사들에게 풀빵을 건네고 싶다.”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퇴진광장 열자!’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민주노총이 개최한 ‘윤석열 정권 퇴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나보다 힘겨운 이웃

채수용 한국노총 공공연맹 울산시설공단노조 위원장
“나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

한국노총 연합노련 연세의료원노조 조합원 A
“풀빵 1,000원어치도 사 먹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

박준성 한국노총 공공연맹 산업안전보건공단노조 조합원
“본대회에서 연대발언을 한 이철빈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공동위원장 등 깡통전세 피해자 그 분한테 풀빵을 사주겠다.”

최형규 한국노총 교사노조연맹 강원교사노조 정책실장
“지금 여기 거리에 나와 있는 분들도 있지만,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하고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계신 분들께 풀빵을 사 드리고 싶다.”

이영원 한국노총 금속노련 아진카인텍노조 위원장
“가난한 사람”

사각지대 노동자

김일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지부 서울지회 지회장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아무리 많은 풀빵을 준비하더라도 모자랄 것 같다. 대표적으로 배달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생각난다. 현대차와 기아의 비정규직 영업사원들이 모여 있는 금속노조 자동차판대연대지회 동지들도 생각난다.”

김현웅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
“아직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 대표적으로 한 주 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자들이다. 그들과 풀빵을 나누고 싶다.”

최혜영 민주노총 대학노조 강원대학교지부 한국어교원지회 지회장
”초단시간 노동자들이다. 정규직이 필요한 일인데도 근로기준법 미적용 등을 위해 쪼개기 계약을 하면서 초단시간노동자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조합원 D
“고용노동부 장관한테 사주고 싶다. ‘이거 먹고, 정신 차리고 잘 좀 하라’는 뜻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