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땐 부려 먹더니 240명 나가라?” 분노한 콜센터노동자들
“코로나 땐 부려 먹더니 240명 나가라?” 분노한 콜센터노동자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2.12 07:41
  • 수정 2023.12.12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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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콜수 줄었다”며 콜센터노동자 240여 명 감축
콜센터노동자, 쉬운 해고 가능한 고용구조 비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가 11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국민은행에 콜센터노동자의 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KB국민은행이 내년 1월부터 콜센터노동자 240여 명(기존 1,000여 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KB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때 급증한 콜센터 업무를 견뎌 온 노동자들을 해고한다’며 KB국민은행에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KB국민은행은 콜센터 콜수가 최근 2년간 급감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는 11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국민은행에 콜센터노동자의 고용 보장을 촉구했다.

KB국민은행은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통해 콜센터노동자를 간접고용한다. 용역업체는 2~3년 주기로 변경되지만, 콜센터노동자들은 용역 업체가 변경되면 기존 업체에서 해고된 후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해 왔다.

김현주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할 때마다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고용이 돼 왔다”며 “KB국민은행 콜센터엔 경력만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콜센터노동자도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 1월엔 기존 1,000여 명의 KB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 중 240여 명이 줄어든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19일 콜센터 용역업체 입찰 공고를 내며 기존 6곳이던 콜센터 용역업체를 4곳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용역업체 그린씨에스와 제니엘의 KB국민은행 상담사 240여 명은 전원 해고 통보(그린씨에스 지난 11월 28일, 제니엘 지난 6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다른 용역업체로 고용이 보장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 그린씨에스와 제니엘의 KB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들은 해고 통보 외엔 KB국민은행과 용역 업체로부터 향후 고용 관련 계획을 듣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코로나19 완화 이후 대면 상담 수요 회복 및 비대면 금융의 발전으로 인한 금융권의 AI 서비스 고도화 등의 영향으로 고객센터로 들어오는 콜 수가 2022년엔 2021년 대비 8%가량 감소했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20% 정도 줄었다. 이에 불가피하게 콜센터 협력업체 수를 일부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들은 먼저 원청이 용역업체 변경 및 축소 등을 이용해 손쉽게 콜센터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고용구조를 비판했다. 그린씨에스 소속 콜센터노동자인 이진 씨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콜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우리 KB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들은 급증한 콜에 화장실도 못 가며 목이 터져라 KB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로서 상담 업무를 했다”면서 “그렇게 부려 먹더니 이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니 콜수가 줄었다고 나가라고 한다. 국내 최고 은행이라고 자부하는 KB국민은행이 이런 갑질을 저질러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KB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들은 인원을 줄일 필요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현주 부본부장은 “원래 콜센터는 용역업체끼리, 그리고 콜센터노동자끼리 무한경쟁을 시켜 최소한의 인원으로 극한의 효율을 뽑아낸다. 그동안 과도한 경쟁으로 비정상적으로 유지돼 왔던 콜센터가 이제야 콜수가 조금 줄어 약간이나마 정상화된 것”이라며 “지금의 감원은 이제 다시 콜센터노동자 수를 줄여 비정상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새로운 대출 상품이나 정부 금융정책 등이 나올 때면 콜수가 평상시의 1.5배까지 증가한다”며 “이런 일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이런 때에 대비해서라도 인원을 늘리면 늘렸지, 줄여야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은 “현행법상 KB국민은행이 용역업체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순 없다. 하지만 선정된 업체를 대상으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직원 고용승계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들은 이날부터 KB국민은행이 콜센터노동자의 고용 보장을 약속할 때까지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가 11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국민은행에 콜센터노동자의 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