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위기 벗은 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 “고용불안 해법 찾아야”
해고 위기 벗은 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 “고용불안 해법 찾아야”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2.18 20:21
  • 수정 2023.12.18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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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 14일 ‘경력직 신규 채용’ 결정
[인터뷰]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

KB국민은행 대전 지역 콜센터노동자 234명이 지난 14일 대규모 실직 위기에서 벗어났다. KB국민은행 용역업체들이 해당 콜센터노동자를 경력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데 합의하면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19일 콜센터 용역업체 입찰 공고를 내며 본래 6개 업체가 맡았던 금융 부문 고객상담 용역계약을 4개 업체와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용역계약 축소로 입찰에서 탈락한 2개 업체 소속 콜센터노동자 240여 명은 직장을 잃게 됐다. 지금까지 콜센터노동자들은 2년 단위로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업체에서 고용승계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유지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지부장 김호경) KB국민은행 콜센터 협의회는 집단 해고를 막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정치권과 노동계, 지방고용노동청에서도 연대와 지원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 14일 입찰에 성공한 신규 용역업체 두 곳(고려휴먼스, KS한국고용정보)에서 자진 퇴사자 등을 제외한 234명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투쟁을 일단락한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기존-신규 용역업체 간에 콜센터노동자들을 ‘고용승계’하지 않고 ‘경력직으로 신규 채용’하기로 협의했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라고 밝혔다. 고용승계와 달리 경력직으로 신규 채용될 시에는 연차나 경력, 업무를 그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와혁신>은 김현주 수석부지부장과 18일 오후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 ⓒ 김현주 수석부지부장

- 234명 전원 재고용이 결정됐다. 소감은?

240여 명이라는 적잖은 콜센터노동자가 생계를 위협받고 고통을 겪을 뻔했다. 처음 해고를 통보받았을 때는 눈앞이 캄캄하고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투쟁을 통해 이겨냈고 일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정말 다행스럽다고 느낀다.

- 2개월 가까이 투쟁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정치계에서 적극적으로 응답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고용승계 결정이 이뤄진 지난 14일에는 비도 오고 날씨가 궂었는데,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이 농성 현장을 방문했다. 강성희 의원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뭐든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지’ 묻고 직접 KB국민은행에 연락했다. 정의당 대전시당에서도 성명을 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최고위원회에서 KB국민은행에 고용승계를 촉구했다. 우리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 국회의원, 정당, 한국노총 금융노조 등 여러 방면에서 연대가 있었다. 이런 연대와 지원이 당사자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졌나?

저임금·비정규 노동자 해고 자체도 물론 큰 문제이지만, 이번 사안은 모든 노동자들이 공유하는 불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KB국민은행 측에선 인공지능(AI) 상담을 도입하면서 ‘콜이 줄었다’는 이유로 해고를 했다. 그러나 KB국민은행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ARS에서 ‘상담사 연결’ 버튼을 눌러도 무조건 AI가 전화를 받는다. 고객이 선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직 기술 수준이 낮아 AI 상담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불편을 느끼지만 KB국민은행을 비롯해 AI를 상담 업무에 도입하는 기업들은 그런 불편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 같은 자동화를 빌미로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하지 않을 회사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겠나. 우리 투쟁에 연대해 준 이들도 단순히 KB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노동자에게 번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더 적극적으로 함께해 준 게 아닌가 싶다.

-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손필훈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장이 직접 KB국민은행 본사를 찾는 등 여러 방면에서 도왔다. 대전 지역은 인구에 비해 콜센터노동자가 많다. 지역 일자리가 부족해지자 대전시에서 직접 일자리 유치사업에 나선 결과다. 현재는 여러 기관·기업에서 일하는 콜센터노동자 2만여 명이 대전에 있다. 콜센터노동자 240여 명이 한꺼번에 해고되는 상황을 대전 지역사회나 지방고용노동청에서 더욱 심각하게 대하고 함께 대응한 것 역시 그래서라고 생각한다.

- 고용승계 과정에서 기존 용역업체나 새 용역업체와 논의할 부분 역시 많을 것 같다. 어떤 점을 중심으로 논의를 풀어갈 것인가?

KB국민은행이 지난 10월 19일에 낸 입찰 공고에는 “고용승계 시 기존 급여 수준 및 경력, 퇴직금 정산 등 제반 사항에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원칙 삼아 이전까지 진행됐던 자연스러운 고용승계 형태로 소속 업체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논의에 임할 생각이다.
* KB국민은행은 입찰에서 탈락한 기존 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경우 통상적으로 이뤄져 온 고용승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 향후 과제가 있다면?

지금으로서는 2년 계약을 한 번 더 한 것뿐이다. 2년마다 용역업체를 입찰할 때마다 발생하는 고용 불안을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AI 서비스와 콜센터노동자들이 공존할 수 있게 해법을 찾으라고 KB국민은행에 촉구하는 한편, 우리 노동자들도 AI가 손댈 수 없는 부분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상담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아직도 하루 100콜 이상 전화를 받는 콜센터노동자들이 너무나 많다.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마시는 시간, 다른 업무를 확인하거나 잠깐 대기하는 시간을 모두 체크해 가면서 업무를 수행해야 이 실적을 유지할 수 있다. 콜센터노동자를 전화 받는 기계로 만드는 것이다. 상담 서비스의 품질을 높여 AI와 콜센터노동자가 공존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하루에 40~60콜 수준으로 사람답게 전화를 받으며 고객 역시 전화 한 번으로 용건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과제고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