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 바친 공공병원 지원해 달라” 노사 한마음 호소
“혼신 바친 공공병원 지원해 달라” 노사 한마음 호소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2.13 17:16
  • 수정 2023.12.13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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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하며
공공병원 노사 공동 기자회견 열어 “책임 있는 결단” 강조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보건의료노조 노사 공동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예산지원 촉구 및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노사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저희 원장들이 직원들께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정부를 믿고 국민만을 보며 희생을 요구했던 저희가 너무나 잘못했습니다.” 전국 지방의료원 원장들이 10일째 곡기를 끊은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말했다.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의 여파로 경영난을 겪는 공공병원들엔 충분한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이 전국 공공병원 원장들과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증액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3일 오후 1시 30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진행했다. 코로나19 시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들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하느라 다른 진료과 운영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의료진과 환자들은 떠나 적자와 임금체불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영을 회복하려면 내년 최소 3,500억 원의 정부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산했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엔 공공병원의 회복을 위한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보건의료노조에 조직된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지난달 8일부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고 지난 4일부터는 28명이 무기한 집단 단식에 돌입했다.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년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감염병 전담병원들의 회복기 지원 예산을 2,695억 원 증액하라고 의결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논의가 감감 무소식인 상태라 공공병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공병원 노사는 공동 호소문을 통해 “참담하다.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이 존폐 기로에 놓여 있는데, 안타깝게도 국회는 멈춰 있다. 20일 본회의가 잡혀 있다지만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 예산을 둘러싼 여야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 않다”며 “너무나 간절하고 절박한 요구다. 공공의료, 지역의료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노사가 따로 없듯, 공공병원의 붕괴를 막는 회복기 지원 예산에 여야가 입장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여야 지도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호소한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홍익표 원내대표·이개호 정책위 의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유의동 정책위 의장, 서삼석 예결위 위원장,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결단을 촉구한다. 1분 거리도 안 되는 단식 농성장을 찾아 현장을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인천의료원장)은 “전문 분야와 직역에 관계없이 모든 의료진, 모든 직역이 힘을 모아 코로나19와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우리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저희 공공병원의 존재 이유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부를 믿고 혼신을 바친 공공병원을 지원해 달라. 지역 공공병원의 붕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국가 공공의료 체계의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누구도 나서지 않을 때 숨쉬기조차 힘든 두터운 N95 마스크와 방호복 안에서 땀 흘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 코로나19 영웅이 거리에 나섰다. 10일이 넘도록 추운 바닥에서 단식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조만간 또 닥쳐올 국가적 재난에 우리 공공병원 직원들께 다시금 헌신을 요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조승연 연합회장은 강조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노사 공동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예산지원 촉구 및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노사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국민 92.6%, “공공병원에
코로나19 회복기 지원해야”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단식 기간이 두 자리 숫자로 늘어나면서 벌써 다섯 명이 응급실로 실려 갔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을 방문했고,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국회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며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편성에 찬성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공공의료, 지역의료를 살리는 데 역할을 다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발언했다.

보건의료노조가 12일 여론조사기관인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원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16명 중 ‘코로나19 종식 이후 새로운 환자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는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찬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92.6%(매우 찬성한다 49% + 찬성하는 편이다 43.5%)로 나타났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공공병원의 역할은 얼마나 클 것인지’에 대한 질문엔 ‘클 것’이란 응답 비율이 91.2%(매우 클 것이다 61% + 어느 정도 클 것이다 30.2%)였다. ‘적정한 공공병원 지원 기간’을 묻는 질문엔 ‘공공병원이 정상화 될 때까지’라고 응답한 국민이 77.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벼랑 끝에 내몰린 공공병원을 외면한다면 제2, 제3의 감염병은 무슨 수로 대응하고, 국민 건강권은 어떻게 지키겠다는 것이냐”라며 “예산안에 회복기 지원 예산을 즉각 반영할 것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촉구하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도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을 100% 다 살려내기 위한 노력에 국회와 정부가 화답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보건복지위원회 회의가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심각하게 논의했다. 제1당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예산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겠단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여러분이 겪은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예산을 담고자 노력했지만 세수 여건이 많이 안 좋다”면서도, “지방의료가 살아야 지방균형발전도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예결위 차원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있고, 공공의료체계를 굳건히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노사 공동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예산지원 촉구 및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관계자들이 ‘덕분에 라더니, 영웅이라더니, 토사구팽?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이 마련되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들고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노사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관계자들이 ‘덕분에 라더니, 영웅이라더니, 토사구팽?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이 마련되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들고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날 기자회견은 “‘덕분에’라더니 ‘영웅’이라더니 토사구팽? 회복기 지원 예산이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기자회견의 취지엔 보건의료노조와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원장, 문영수 적십자의료원 원장, 소윤섭 서울시동부병원 원장, 송권영 서울시 북부병원 원장, 표창해 서울시 서남병원 원장,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이현석 서울의료원 원장, 김휘택 부산의료원 원장, 김시오 대구의료원 원장,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 정일용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원장, 하성호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원장,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원장, 이문형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원장, 추원오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원장, 백남순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 원장이 공감했다.

또 권태형 원주의료원 원장, 김종욱 강릉의료원 원장, 용왕식 속초의료원 원장, 서영준 영월의료원 원장, 권오선 삼척의료원 원장, 김영규 청주의료원 원장, 윤창규 충주의료원 원장, 이경석 천안의료원 원장, 임수흠 공주의료원 원장, 김건식 홍성의료원 원장, 김영완 서산의료원 원장, 조준필 군산의료원 원장, 오진규 남원의료원 원장, 조백환 진안군의료원 원장, 김대연 순천의료원 원장, 정기호 강진의료원 원장, 최형호 목포의료원 원장, 함인석 포항의료원 원장, 이국현 안동의료원 원장, 정용구 김천의료원 원장, 김용신 울진군의료원 원장, 김진평 마산의료원 원장, 이상훈 제주의료원 원장, 박현수 서귀포의료원 원장 등이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노사 공동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예산지원 촉구 및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노사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노사 공동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예산지원 촉구 및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공동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노사 공동 기자회견’에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과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이 공동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조영철 통영적십자병원 원장이 단식 농성 중인 김성철 보건의료노조 적십자본부지부 수석부지부장에게 쓴 편지 중 일부 ⓒ 적십자본부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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