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 예산 ‘0원’···예산 뜯어고쳐야”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 예산 ‘0원’···예산 뜯어고쳐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0.31 17:00
  • 수정 2023.10.3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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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보건의료노조, 30일 국회 앞 기자회견 열고
대폭 삭감된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예산 3,500억 증액 요구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와 보건의료노조가 31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공공병원의 회복을 위한 예산이 대폭 삭감돼 노동시민단체들이 예산 증액 투쟁에 나선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31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코로나19로 감염병 전담병원이 됐던 공공병원에 아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알리며 이같이 밝혔다. 

떠난 환자·의료진 돌아오지 않아
병상 가동률 반토막, 손실만 커져

코로나19가 유행하던 기간 대부분의 공공병원은 정부에 의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운영됐다. 감염병 전담병원이 된 공공병원들은 코로나19 치료와 관련이 적은 진료과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고, 이곳에서 일하던 의료진은 다른 병원으로 떠나기도 했다. 의료진이 없어지자 환자들도 다른 병원을 찾아갔다.

문제는 감염병 전담병원 해지 후에도 공공병원을 떠난 의료진과 환자가 돌아오지 않았단 점이다. 보건의료노조는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 35개 지방의료원에 내원한 연인원환자수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전담병원 해지 후 1년이 지났지만 코로나19 이전 시기였던 2019년에 비해 3분의 2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된 공공병원에 최대 6개월, 거점전담병원의 경우 최대 1년을 회복기간으로 두고 지원금을 차등 지급해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 지원금이 유명무실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은 올해 대비 98.7%가 삭감돼 “거의 0원이나 다름없다”는 게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 명령으로 시작된 감염병 대응이었고, 감염병 대응에 따른 손실보상과 충분한 지원은 정부의 약속이었다”며 “정부가 감염병 대응에 대한 손실과 회복에마저 인색하다면, 또다시 국가 재난 상황이 왔을 때 그 어떤 병원이 정부를 신뢰하고 대응에 나서겠는가”라고 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지방의료원 노동자들이 각자의 상황을 전했다. 김운용 보건의료노조 순천의료원지부 지부장은 “순천의료원은 코로나19 이전 84.61%였던 병상 가동률이 지금은 54.9%로 떨어진 상태다. 그나마 우리 의료원 사정은 나은 편”이라며 “국가가 지켜야 할 국민의 공공병원을 외면하는 것인가. 손상된 공공병원의 재생 없이 앞으로 또 다른 팬데믹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가면 공공병원은 하나둘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급했던 개산급*을 정산해 지원금을 토해내란 요구를 받은 공공병원도 있었다. 강현근 보건의료노조 대한적십자사본부지부 사무국장은 “통영적십자병원의 경우 지난 9월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2억 5,000만 원을 환수하겠다는 통지서를 받았다”며 “정부가 지원금을 정산해 환수한다면 감염병 전담병원과 공공병원들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확정되지 않은 금액을 어림잡아 계산해 미리 지급하는 방식

감염병 전담병원뿐 아니라
공공의료 예산도 삭감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이전의 경영상황으로 돌아가려면 3,500억 원의 예산이 더 지원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금액은 공공병원들의 경영현황을 노동조합이 분석·추산해 도출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35개 공공병원(지방의료원) 경영현황을 살핀 결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들의 결산상 당기순이익 총계는 약 292억 7,000만 원 흑자였다. 반면 코로나19 전담병원 해지 후 약 6개월이 지난 올해 상반기(1월~6월) 경영실적을 기초로 올해 경영실적을 추산했을 때 올해 이들은 약 2,938억 6,000만 원(기관당 약 84억 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에 비하면 약 3,231억 3,0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와 보건의료노조가 31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진행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이서영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간사는 “(경영악화로)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임금체불 위기에 처해 있다. 공공병원을 감염병 병상으로 확보한다며 정부가 퇴원 명령한 취약계층 환자들은 어떤가.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부는 신경조차 안 쓰고 있다”며 “애초에 위기의 본질은 팬데믹도 아니고, 바이러스도 아니고, 취약한 공공성의 위기였다. 윤석열 정부는 예산을 뜯어고쳐 공공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필수의료 제공을 위한 핵심 예산인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도 전년 대비 95억 원이나 감액 편성됐고, 감염병 대응 예산을 포함한 보건의료부문 예산도 전년 대비 2조 6,000억 원 삭감 편성됐다”며 “이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회 앞 농성 투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감염병에 대응했던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와 공공의료 역량 강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우선 다음 달 8일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결의대회가 국회 앞에서 예정돼 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감액 편성된 이유가 나라 살림이 어렵다는 이유라지만, 내년 선거를 의식한 듯 SOC예산은 4% 넘게 증가시켰다”며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의지가 없는 것이고, 공공의료 후퇴 정책을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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