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 공공병원 노동자들 국회 기습 연좌 농성
“절박” 공공병원 노동자들 국회 기습 연좌 농성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2.19 19:53
  • 수정 2023.12.19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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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증액 촉구하며
단식 16일차···여야 원내대표 면담 요구해 민주당 만나
보건의료노조가 29일 오후 4시경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여야 원내대표 면담을 촉구하는 기습 피케팅을 시작하자 국회 경호과 관계자들이 저지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단식 16일차다, 얼마나 절박하면 이러겠나.” 공공병원 노동자들이 국회 본청 계단 앞에 모여 코로나19 대응으로 경영난을 겪어 임금체불을 걱정해야 하는 공공병원의 상황을 여야 원내대표에게 전하게 해 달라고 외쳤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이 29일 오후 4시경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여야 원내대표 면담을 촉구하는 기습 피케팅과 연좌 농성을 벌였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와 공공병원 노동조합 간부 28명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공공병원들이 경영 상황을 회복하려면 충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며 지난 4일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19일 기준 8명이 병원으로 이송돼 20명이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천막 농성을 시작한 지는 41일째다.

앞서 정부는 감염병 전담병원의 회복기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는 예비심사에서 이 예산을 2,896억 원 증액하라고 의결했지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예산 증액에 반대하며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너무 간절하고 절박해서 16일 동안 국회 밖에서 얌전히 단식하고 있었다. 8명이 병원으로 실려 갔다. 나머지 사람들이 내일(여야가 합의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기한)까지 희망을 가지고 단식에 임했으나 아직까지도 기재부가 예산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코로나19 시기 단 한 사람의 환자라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그 영웅들이다. 원내대표들이 기재부를 설득해 내년 예산에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을 반영할 수 있도록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선희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곡기를 끊고 공공병원을 살려내기 위해 단식하는 공공병원 노동자들을 국민께서 애처롭게 봐 달라. 꼭 공공병원을 살려달라”며 “공공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 함께 힘을 실어 달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단식자들과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이 국회 본청 계단에서 발언을 준비하는 과정을 국회 경호과 관계자들이 저지하며 현수막을 뺏는 등 충돌이 있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은 “얼마나 절박하면 이러겠나”, “얼마나 간곡하면 단식자들이 이렇게 나왔겠냐”, “원내대표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고 외쳤다. 충돌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중재에 나서며 일단락됐다.

단식 중인 공공병원 노동자들도 발언을 이어갔다.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지부 지부장은 “지방에는 환자분들이 갈 병원이 없다. 지방에서 분만하는 분들,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을 진료하는 곳이 공공병원이다”라며 “공공병원 죽으면 그 분들 다 어디로 가나. 공공병원이 있어야 지방 사람들이 진료를 잘 받을 수 있다. 공공병원이 무너지지 않게 회복기 예산 꼭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윤희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지부 지부장도 “우리 의정부병원은 (환자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60% 이상이 넘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중요한 의료원이다. 코로나19 시기 우리는 시설이 열악해 장례식장에 머물며 책임을 다했다”며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도민의 감염병 대응을 책임진 것은 정부가 회복기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이 없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 우리 노동자들과 환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고 이야기했다.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지부 지부장은 “코로나19가 끝나고 우리는 잊혀졌다. 다시 환자들이 돌아오고 병원이 정상화될 때까지 4~5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제 너네끼리 자구책 마련해 보라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냐”라며 “다음에 감염병이 안 올 것 같나. 조금만 더 미래를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숙현 강릉의료원지부 지부장은 “막무가내로 예산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정부 명령대로 했는데, (코로나19 당시) 울면서 근무한 직원들에게 (병원 적자가 늘어) 임금을 줄 수 없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며 “이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세워달라고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우리도 얼마나 고민한지 모른다. 이 선택을 한 우리의 처지가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상황을 우리의 책임으로 돌리지 말고 정당한 태도를 취해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왼쪽),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가운데), 이선희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오른쪽)이 대화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연좌 농성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보건의료노조와 면담에 응하며 마무리됐다. 면담은 오후 5시경 진행됐으며,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이선희 부위원장,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지부 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보건의료노조에 “협상이 되곤 있는데 (예산) 순증이 쉽지는 않다.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단 말씀 드리겠다”며 “(국민의힘 측에겐) 내가 자료를 들고 전달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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