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했던 공공병원 노동자들 ‘예산 확보 투쟁’ 전면화
코로나19 대응했던 공공병원 노동자들 ‘예산 확보 투쟁’ 전면화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1.08 20:47
  • 수정 2023.11.08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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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예산 증액 요구하며
국회 앞 농성 돌입···“공공의료 살리고자 집단 단식도 불사할 것”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공공의료 강화!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공공병원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에 참가자가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공공의료 강화!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공공병원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에 참가자가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제는 모두가 잊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 기간, 출근하면 얼굴뼈가 주저앉을 것 같은 고글과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병실에 들어가 퇴근할 때까지 환지를 보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정부가 감염병 전담병원에 대한 지원 예산을 확대해야 또 국가 재난 상황이 왔을 때 공공의료가 가장 먼저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김정아 보건의료노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지부 지부장)

공공병원 노동자들이 “감염병 전담병원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다른 감염병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의료체계는 붕괴한다”며 감염병에 대응했던 공공병원들이 충분히 경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라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투쟁을 전면화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에 조직된 500여 명의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8일 오후 2시 국회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2024년 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국회 밖에서 예산 확보 투쟁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때 정부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공공병원들은 환자들에게 종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고, 전담병원 해제 후 의사 부족과 재정난에 시달렸다. 정부도 공공병원들의 회복을 위한 지원금을 제공해왔으나 내년 정부 예산안에 이 지원금은 올해 대비 98.7%가 삭감된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병원들의 경영 정상화에 더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내년엔 3,500억 원의 회복기 지원 예산이 필요하다 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35개 지방의료원의 2023 손실액은 기관당 평균 84억 원, 총 2,93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약재비 대금을 늦추는 등 버티고 있지만 경영 위기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임금체불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력을 다해 감염병과 싸운 결과가 공공의료의 붕괴로 이어지는 참담한 상황이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며 “우리 노조는 오늘 결의대회를 통해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 확대를 촉구하며 전면 투쟁에 돌입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정의로운 투쟁이기에 질 수도 없고, 져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공공의료 강화!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공공병원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투쟁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공공의료 강화!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공공병원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투쟁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국회가 내년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동안 국회 앞 천막 농성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면담 등 다양한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국회가 노동자들의 요구에 소극적이라면 집단 단식 돌입도 계획하고 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한 단계씩 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가겠다. 전국에서 코로나19 영웅들이 올라와서 농성을 하고 오는 27일부터는 집단단식도 불사할 것”이라며 “공공의료를 살릴 것이냐 죽일 것이냐는 국회에 달려있다. 국회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서삼석 예결위 위원장과 50명의 예결위 위원들은 코로나19 영웅들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인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코로나19 시기에 정부가 약속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이 추운 겨울날 천막을 치고 길거리에 나앉아야 생색내기 쥐꼬리 예산이 만들어지는지 답답할 따름”이라며 “정의당이 예결소위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최종 결정하는 자리에 없어 죄송스러울 뿐이지만, 공공병원에 대한 회복기 예산 3,500억 원을 반드시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결의대회에 온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김정아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지부 지부장은 “지금 파주병원은 매달 인건비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인건비 말고도 약제비, 퇴직 적립금 다 밀려있다. 다른 거 빼서 임금 먼저 주라고 해서 임금은 줬지만 결국 다 빚”이라며 “메르스 대응 3주 하고 회복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코로나19 대응은 몇 년이 지나야 모두 회복이 될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서해용 천안의료원지부 지부장도 “이미 우리 병원은 현금이 바닥나 은행 차입으로 월급을 지급하고 있고 이마저도 몇 개월을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리 공공병원들이 잘못한 것이라고는 정부가 하라는 감염병 전담병원을 한 것뿐인데 이제 모든 짐을 우리보고 지라고 하는 정부를 보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는 참석자들이 “공공의료를 더 튼튼하게 하자는 마음을 담아” 벽돌을 쌓고,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벽돌엔 ‘공공의료 강화, 회복기 지원 예산 확대’ 등이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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