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 다행이라더니”··· 코로나19 전담병원 고사 직전
“있어 다행이라더니”··· 코로나19 전담병원 고사 직전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6.13 17:33
  • 수정 2023.06.1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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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들 병상 가동률 회복 ‘아직’
임금 체불 걱정해야 하는 ‘덕분에 영웅들’,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해야”
보건의료노조가 13일 오전 10시 30분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코로나19 기간 동안 ‘영웅’이라 찬사받았던 공공병원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병상 가동률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아 매달 적자를 기록하는 탓이다. 향후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라도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회복기 지원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공공병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리고 정부와 지자체에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공병원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됐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 감염병에 필요한 진료과가 아닌 부분을 축소·중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연히 환자는 다른 병원을 찾게 되고, 해당 진료과 의사들도 병원을 떠난다. 때문에 정부는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된 공공병원이 병상 가동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대 6개월, 거점전담병원의 경우 최대 1년을 회복기간으로 두고 지원금을 차등 제공해왔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지원금이 충분치 않아 “코로나19 대응 3년 동안 최전선에서 싸워온 공공병원이 이제 토사구팽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방의료원들의 결산자료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 35개 지방의료원에 총 1조 5,598억 원의 손실보상금이 지원됐지만, 지방의료원들은 총 1조 5,737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의료노조는 “3년 동안 발생한 손실과 지난 3월까지 지급된 손실보상금을 비교해보면 손실에 비해 지원액이 약 138.6억 원가량 부족한데, 이는 실제 지원된 손실보상금이 3년간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023년 이후 35개 지방의료원들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발생할 손실도 총 1조 1,243억 원으로 추계된다”고 밝혔다.

지원금의 기간도 짧아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병상 가동률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신규 환자 유입 등이 더디게 진행되며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평균 48.5%였다.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12월 78.5%에 비하면 30%p 낮은 수치다. 기관별로 보면 가장 낮은 병상 가동률을 보이는 곳은 속초의료원(32.3%), 군산의료원(34.3%) 등으로 2019년 12월의 절반도 미치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는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기자회견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앉았다”는 서해용 천안의료원지부 지부장은 “2020년 복지부가 3일 이내로 천안의료원의 전체 병동을 비우고 감염병원으로 전환하라고 했고, 지금 의료원은 임금 체불과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며 “적자가 의료원의 몫이 되고 직원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다시 감염병이 발생한다면 어떤 병원이 전담병원의 역할을 수행하겠나. 그 때까지 남아 있는 공공병원이 있겠나”고 물었다.

신경옥 강진의료원지부 지부장도 “의사도 환자도 병원을 떠나고 매달 몇 억씩의 적자가 발생한다. 올해 2월 급여 일부가 지급되지 않다가 급여일로부터 10일 후 지급됐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대통령은 의료진을 모아 서라고 하더니 ‘큰 박수 부탁한다’고 말했다. 도지사는 직원 각각에게 편지를 썼다. 우리는 이런 거 필요 없다. 임금 체불 걱정하지 않고 직장을 다닐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기간 신설돼 전담병원의 역할을 곧바로 수행했던 성남시의료원은 적자를 이유로 민간 위탁으로 운영될 기로에 놓였다. 성남시의료원은 시민들이 주민발의조례운동을 통해 세운 공공병원이기도 하다. 김경운 성남시의료원지부 부지부장은 “병원 신설 이후 기능을 정비해야 했지만 코로나19 대응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며 “신상진 성남시장과 성남시의회는 민간 위탁 추진을 중지하고 신뢰받는 보건의료서비스라는 미션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발언했다.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노조는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재앙에 대비하려면 공공병원을 고사시킬 것이 아니라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에 △공공의료 강화와 공공병원의 공익적 비용·회복기 지원 확대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을 위한 필요 예산을 2024년 정부 예산에 반영 △공공의료 기능 강화를 위한 의료진 확충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 전담병원 해제 이후 의사 부족과 재정난으로 공공병원들이 붕괴 위기에 처했지만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더 이상 좌고우면 하지 말고 지금 당장 코로나19 전담병원의 회복기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 절실한 요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코로나19 전담병원 조합원들은 7월 총파업 투쟁의 최선두에 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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