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구체적 계획 안 보이면 7월 서울 병원 멈춘다”
“공공의료 구체적 계획 안 보이면 7월 서울 병원 멈춘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6.07 15:04
  • 수정 2023.06.08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쟁 선포 기자회견 진행한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의사·간호사 확충, 보건의료인력 적정기준 마련 등 촉구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가 7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이 병원비보다 더 비싼 간병비와 인력 문제 해결 등을 내걸고 오는 7월 무기한 총파업을 준비 중인 가운데, 지역 보건의료노동자들도 이에 발맞춰 지자체에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본부장 최희선)는 7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선8기 공약실천 계획서를 통해 약자와의 동행을 이야기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 체계 확충과 전문 인력 및 의료자원 확보 체계 구축을 이야기했지만, 현실에서 공약 이행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며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파업을 통해서라도 해결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이고, 이제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선 5월 31일 보건의료노조는 제2차 중앙위원회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산별중앙교섭과 대정부 교섭, 지부 현장교섭 상황을 공유한 후 단체행동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오는 6월 27일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서울지역본부도 본부의 요구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7월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함께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지역본부는 서울시와 정부에 ▲서울 지역 공공의료 강화 ▲초고령사회 대비·간병문제 해결 ▲의사인력 확충·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 적정인력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지역본부에 따르면 서울시의 2020년 기준 1인당 보건예산액은 4만 9,153원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2로 하위권에 속한다. 이 와중에 서울시 보건정책을 총괄하는 시민건강국 사업비 예산이 지난해 대비 44.1%에 해당하는 약 5,000억 원이 삭감된 상태다. 또한 서울시 공공병원의 의사 정원 대비 충원율은 지난해 5월 기준 서울의료원 86.7%, 서남병원 73.7%, 동부병원 76.5%, 북부병원 70.6% 정도다.

서울지역본부는 이 통계들이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 시립병원 기능 강화를 약속했던 오세훈 시장의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희선 서울지역본부 본부장은 “코로나19 시기 ‘덕분에 캠페인’을 했던 정부는 이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지원도 끊겼다. 그야말로 어제는 영웅 오늘은 토사구팽”이라며 “서울엔 보란듯 큰 병원이 많이 있지만 공공의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의 투쟁은 정부와 지자체가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공지현 서울지역본부 한양대의료원지부장도 “(의사 인력 부족으로) 병원 안 업무분장은 엉망이다. 간호사가 상처 봉합 처치, 수술, 수술 동의서 받기 등 어디까지가 불법이고 합법인지 모른 채 일하고 있다”며 “간호 인력도 OECD 평균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한 명의 간호사가 12명에서 13명의 환자를 본다. 인력 충원을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더 이상 불법행위가 의료현장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정은 서울지역본부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은 “코로나19 전담병원이었던 서남병원의 일상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코로나19 기간 코로나19 관련 전공 외 많은 의사들이 이직을 했고, 안 그래도 일이 힘든데 환자수가 적다는 이유로 간호사 인력충원을 안 해준다고 한다”며 “코로나19 전담병원 손실지원금은 불과 6개월 동안만 지원된다. 덕분에를 말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간 건가. 환자가 없다는 이유로 직원을 줄일 게 아니라 노동자도 시민도 안전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안수경 서울지역본부 국립중앙원의료원지부 지부장은 “지난 몇 년간 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견디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정부와의 9.2 노정합의가 이행될 것이란 믿음 속 버텨왔으나 2년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정부는 합의 이행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민간 중심 의료체제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국가의 필연적 책무를 잊어선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7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진행된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투쟁 선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본부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됐으나 현재까지 실효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민으로서 나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에 의사·간호사 인력을 확충하고 보건의료인력 적정기준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요구한다”고 힘을 보탰다.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도 “탈시설 장애인의 건강권이 어떤지 알고 있나. 온갖 질병을 가진 채 시설에서 나와 병원에 가야 하는데 갈 병원이 없다”며 “이윤을 위해 공공의료를 줄이고 간호사와 의사를 줄이면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어디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단 말이냐”고 물었다.

서울지역본부는 ‘어제는 영웅, 오늘은 토사구팽’ 등이 적힌 현수막을 찢어 ‘보건의료 인력 확충’이 적힌 현수막이 보이게 하는 퍼포먼스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광화문 교보문고와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서울지역본부의 요구를 알리는 선전전을 1시간가량 진행하기도 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