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속가능한 기업 만들 비전 제시하면 된다
영속가능한 기업 만들 비전 제시하면 된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0.08.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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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바람직하게 매각’하는 방법
지역 주민과 발맞춰 고용보장·지역 경제 회생
[Special Report] ③ 해법을 찾아서- 대우조선노조의 ‘경쟁력 경쟁력 갖추고 지역과 함께’

ⓒ 대우조선노동조합
대우조선해양은 참 굴곡 많은 기업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조선업계의 대표 기업 중 하나로 기술력과 경쟁력 등에 있어 초일류 기업으로 분류될만도 하지만, 해마다 매각을 둘러싼 소용돌이 속에서 바람 잘 날 없는 것이 현실이다.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문제라기보다는 대우그룹의 문제였다. 당시 대우조선은 대우중공업 소속이었다. 대우중공업은 대우조선과 함께 현재는 GM대우로 넘어간 대우자동차 창원공장, 두산인프라코어로 인수된 대우종합기계까지를 모두 포괄하고 있었다.

2000년 대우종합기계와 분리된 후 2001년에는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그때부터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렸다. 현재 지분은 산업은행이 31.3%, 자산관리공사가 19.1%를 보유하고 있다.

2008년 10월에는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이 인수의향을 밝히고 이중 한화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매각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한화측이 인수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이렇게 불씨가 가라앉는 듯 보이던 대우조선 매각 문제는 2009년 11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 재추진을 발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뜨거운 감자가 대우조선인 셈이다.

노조·전문가·지역의 삼위일체

대우조선노동조합(위원장 최창식)은 매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바람직한 매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공대위는 크게 세 축으로 움직인다. 우선 대우조선을 비롯해 대우건설, 금호생명, 쌍용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매각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의 노동조합들이 공동대응에 나섰다. 또다른 축은 전문가 그룹이다. 회계, 경영, M&A 등 각 분야들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노동조합의 정책에 도움을 준다. 나머지 한 축은 지역이다. 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지역주민과 상공인들까지 합세했다.

그렇다면 노조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매각’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대우조선노조 백순환 부위원장은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고용보장은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워크아웃 기간은 물론 그 이후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헌신해 온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은 당연한 요구라는 주장이다.

해외 매각 반대의 원칙도 분명히 했다. 방위산업까지 담당하고 있는 특수성, 특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서도 해외 자본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

세 번째 원칙은 회사가 영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는 매각이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중국이 거세게 추격해 오고 있는 가운데서도 밀리지 않고 갈 수 있는 것은 기술력 때문인데, 이 기술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매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순환 부위원장은 “두산이 한국중공업 인수하면서 부동산과 건물 등을 팔아치운 전례가 있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담보와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백 부위원장은 “앞서 제시한 기본 원칙이 지켜진다면 어떤 회사든 (대우조선을) 영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인수자이면 되기 때문에 동종업계는 안 된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노조 조현우 조사통계부장은 인수자가 영속적 발전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발전 계획 등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대우조선노동조합

여론이 모이면 강력한 힘을 낸다

대우조선 매각반대 투쟁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역대책위의 적극적인 활동이다. 거제지역 경제살리기 시민대책위와 같은 단체, 그리고 지역 상인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지역대책위는 단순히 이름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대책위는 거제지역에서 집회가 있을 때마다 항상 참여하고, 때로는 노조의 ‘상경투쟁’까지 동행하기도 한다. 이들 지역주민들이 대우조선노조의 든든한 지원군인 셈이다. 이런 ‘연대’가 가능한 것은 대우조선이 거제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있지만, 그간 노조가 꾸준히 지역민들과 공감해 왔기 때문이다. 노조에서 해마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여는 문화행사는 거제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행사이기도 하다.

조현우 부장은 “매각반대 투쟁이 노동조합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지역대책위”라고 설명했다.

백순환 부위원장은 지역민들과 함께 하면서 여론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론의 지원을 받게 되면 10만 명 모아서 투쟁하는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노조는 지역경제를 위해서나 기업가치를 위해서도 적정한 매각 가격 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현우 부장은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풋백옵션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그 때문에 회사의 부실을 가져왔다”면서 “따라서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너무 싸거나, 혹은 너무 비싸거나 다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노조가 매각 과정에서 가장 크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영속가능한 기업 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없이 일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지역민들과 함께 대책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대우조선노동조합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