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실현 가능한 사회개혁으로 나아간다 ①
우리는 실현 가능한 사회개혁으로 나아간다 ①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6.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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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진보정당 운동, 대중조직까지 망치고 있다
[인터뷰] 임성규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

<참여와혁신>은 지난 5월 17일 임성규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를 2시간 가까이 인터뷰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의 대선기간 활동을 두고 여기저기서 많은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임성규 대표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다소 길지만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다. 긴 시간에 걸쳐 인터뷰가 진행된 만큼 분량이 많아, 모두 7개의 꼭지로 나눠 공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출범한 사회연대노동포럼(공동대표 임성규, 최재호)은 주로 민주노총의 전·현직 활동가들로 구성된 단체이다. 출범 이후 ‘사회연대전략’을 내걸고 그동안 민주노총이 추진해 왔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과는 결이 다르게 정권교체를 위한 활동을 하면서 민주노총의 날 선 비판에 직면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이 지난 2월 18일 국회에서 정책대회를 통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였던 문재인 후보와 정책협약을 진행하자 비판의 강도는 높아졌다. 일부에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배신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9대 대선을 앞둔 4월 16일부터 5월 2일까지 전국의 노동조합과 단체들을 순회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일부 현장에서는 민주노총의 비판과 유사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민주노총의 비판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특히 민주노총의 대선 방침이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 양자를 진보후보로 지지하는 것으로 정해지자,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불만이 고조됐다. 한 명을 선출하는 선거인데 두 후보를 지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었다.

5월 9일 치러진 대선에서는 결국 사회연대노동포럼이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지지했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증을 받는 즉시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연일 파격적인 인사와 행보를 보이면서 국민의 환호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지 1주일 만인 지난 5월 17일, 민주노총 전 위원장을 역임했던 임성규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로부터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들었다.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사회연대는 현장에서 이미 시작됐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지난 4월 16일 목포 신항에서 시작해 전국을 돌면서 노동조합과 단체를 만났다. 당시의 소감을 듣고 싶다.

“2003년부터 연맹 단위 일을 했다. 2003년에 연맹 사무처장, 2007년에 연맹 위원장을 하고 2009년에 민주노총 위원장을 했다. 주로 상급단체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현장순회를 가도 지역본부나 산별연맹 사무실을 출발점으로 해서 연맹이나 지역본부가 골라주는 사업장을 순회하는 게 다였다. 매일 순회할 수 있는 사정이 안 되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밑바닥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그런 좋은 기회가 됐고, 시간적 제약을 덜 받다 보니까 이야기를 풍부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느낀 게 좀 더 오래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순회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회한이 남았다.

87년 이후에 조직 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이 올라가 있는 상태고, 간부들의 평균연령도 40대도 있지만 50대 후반까지 이른 상태에서 젊은 노동자들의 생각을 조직된 노동자들이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거나 조직을 못하는 현상을 봤다. 예전에 노동자들을 정치세력화하고 정치방침에 의해 현장을 조직하는 것이 신선했을 때는 (설득하는 게) 수월했는데, 지금은 훨씬 많은 설명이 필요하고 훨씬 많은 실천적인 모범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그들에게 감흥을 주고 동의를 구하고 행동까지 이끌어내려면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당시 만난 수많은 노동조합과 단체들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두 곳이 기억에 남는다. 4월 16일 목포 신항에서 출발할 때 나는 기아자동차 광주지회에 교육하러 갔다. 기아자동차 광주지회 내부에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다. 최근 비정규직과 분리투표를 하면서 정규직 지도부나 활동가들이 매우 힘들어하는 것을 봤다. 그때 당시는 그런 투표를 앞두고 있는 시기였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광주지회 동지들이 구례군농민회와 연대하고 교류하는 것을 지속하고 있더라. 그 사업이 하루 이틀 된 게 아니고 여러 해 됐다고 한다. 기아자동차 광주지회의 집행부가 정파에 따라서 바뀌기도 하지만 그 사업만큼은 끊이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왔다는 게 놀랍다. 농민회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계속 바뀌었을 텐데 지속적으로 연대를 해왔다. 그게 사회연대라는 측면에서 노동조합이 중심이 되거나 나서서 해야 할 사회연대 항목 중의 하나일 거다. 그런 점에서 감동을 받았다. 거기 가서 내가 굳이 연설하지 않아도 그 모습 자체가 굉장히 아름다웠고, 뭔가 노동운동에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부산 갔을 때 내가 지하철 출신이기도 하고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기도 해서 그 쪽에서 반갑게 맞이하기는 했지만, 부산지하철노조와는 시간이 없어서 이야기를 깊이 하지는 못했다. 부산지하철노조에서는 다들 정의당을 이야기하거나 정의당 당원들이 많다.

그런데 부산지역에서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가리지 않고 공동대책기구를 이미 오래전부터 만들어서 공공부문에 대해서 공동대응도 하고, 정치적 상황이 왔을 때 공동대응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더 듣지는 못했으나, 이렇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넘나드는 사업과 활동, 공공부문이 공동의 이해와 목표를 가지고 연대의 틀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까지 생각이 통일되지는 않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치방침까지 (나아가는 활동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면서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이 헤어질 때 나한테 부산에서는 간부들이 다른 정당을 지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 부산 사람들의 짠맛, 독한 맛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연대라는 게 누가 만들어서 짜여 있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이나 산별연맹의 단위노동조합들이 스스로 지역의 노동조합들과 동질성을 찾아서 연대를 해나가는 것을 권장하고 잘 되도록 지원하는 것도 고민을 해봐야 할 지점이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