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반복된 인재를 막아라”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반복된 인재를 막아라”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5.06 16:22
  • 수정 2020.05.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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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연맹, “중대재해 기업처벌 및 중대재해 건설사 입찰 제한 필요”
총리실 산하 TF 활동 및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노동자 참여 보장돼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6일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창고 신축공사 참사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40여 년 동안 배관용접노동자로 살아온 이승무 씨(63)는 지난 4월 29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로 함께 일한 적 있는 동료를 잃었다. 이천 화재참사는 예견된 것이고 건설현장 화재 위험성은 이미 만연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동시 작업은 만연해요. 특히 마감 공사 시기 혹은 개보수 공사 때는 더 그래요. 마감을 빨리해야, 공기를 단축해야 비용을 절감하죠. 개보수 공사는 호텔이나 백화점이 많은데 빨리 끝내야 그쪽이 영업하죠. 그쪽 매출하고 연관이 있으니까.”

“그래서 보면 우레탄 폼 작업, 페인트 작업, 방수 도포 작업, 용접 작업이 한 공간에서 다 이뤄져요. 가스 나오고 불꽃 튀고.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6일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창고 신축공사 참사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승무 씨와 같이 이번 이천 화재참사가 예견된 참사의 반복이라고 규탄했다.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은 “1998년도 부산 냉동창고 건설 현장에서도 같은 형태의 사고가 있었다”며 “10년 뒤 2008년 이천 화재참사, 12년 뒤 2020년 또다시 이천 화재참사 같은 참사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설 현장에서 이처럼 화재참사가 끝이지 않는 이유로 ‘동시작업’과 같은 건설 현장의 위험 요소에 대한 ‘무늬만 규제감독’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승무 씨는 “현장에 안전관리자를 둬야 하지만 공사 초기에만 하는 척 하고 공사 마감 시기에는 안전 위해 요소들을 묵인하거나 현장에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40여 년의 현장 경험에 비춰 전했다.

또한 건설 현장 안전관리자의 능력도 문제였다. 이승무 씨는 “안전관리자(주로 시공업체에서 직원)가 현장 공정을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무엇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지적할 수 없다. 안전고리는 제대로 했는지, 담배 피우는지 안 피우는지 확인하는 정도”라고 문제 삼았다.

건설산업연맹은 건설현장 화재참사 재발방지를 위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안전관련 노동조합 일상 활동 보장 ▲건설현장 중대재해 하한형 적용 ▲적정공사비 보장 및 적정공사기간 보장 ▲중대재해 건설사 입찰제한 ▲건설현장 안전보건 노사협의체 설치 의무화 ▲제대로 된 건설안전 특별법 제정 및 제정과정에서의 노동계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건설산업연맹의 7가지 요구를 살펴보면 ▲법제도 강화 ▲노동자 참여 ▲건설업 비용절감 구조 개선 등 3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천 화재참사에서도 드러났듯이 당시 현장 공사에 참여한 하청업체만 9개이다. 각 하청업체는 서로 공정에 대해 알 수 없고, 동시 작업이 이뤄져 위험하더라도 서로에게 작업을 중지시킬 권한이 없다. 원청이 전체 공정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하청업체 간 작업 조율 권한이 있다. 따라서 법제도 강화를 통해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건설산업연맹의 설명이다. 더불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및 하한형을 통해 징벌적 규제를 통한 산업재해 예방이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 참여 보장은 이승무 씨의 증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설 현장의 공정을 아는 노동자가 건설 현장 안전관리에 다방면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건설현장 원하청 통합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의무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현장 출입 보장 등이 현실화 돼야 한다.

또한 이번 화재참사로 노동부가 건설 중인 전국 물류창고를 특별 점검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건설산업연맹의 주장이다. 정세균 총리가 말한 국무총리실 산하 TF,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말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도 현장을 자세히 아는 노동조합이 참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TF나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오는 5월 8일 이번 화재참사로 인한 국토부 장관 주재 회의가 열린다.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회의이다. 이 회의에서 앞으로 노동조합의 참여에 대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건설산업연맹은 이날 건설현장 화재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요구안을 밝히면서, 이번 화재참사로 목숨을 잃은 건설노동자에게 애도를 표했다. 동시에 부상을 입은 노동자의 산재 인정 및 제대로 된 치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급 대피로 목숨을 구한 노동자의 트라우마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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