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고 학생 사망, ‘사회적 타살’이다
직업계고 학생 사망, ‘사회적 타살’이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6.23 18:24
  • 수정 2020.06.23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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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준서 학생 사망 진상조사 중간보고 발표
6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신라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조사 중간보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권영국 변호사.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신라공고 고 이준서 학생의 사망과 관련해 ‘기능반 훈련 과정에서 학교가 심적인 압박을 줬다’는 의혹이 나왔다.

6월 23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경주 S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준서 학생의 사망 진상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직업계고에 재학 중이던 열일곱 살 고 이준서 학생은 지난 4월 기능대회 합숙훈련 중 비극을 맞았다.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는 ‘이준서 학생은 전국기능대회 메카트로닉스 종목 동메달 수상 이후 파트너 문제, 비인간적인 기능반 훈련 등으로 기능반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실패했다’며 ‘이준서 학생은 죽기 전 약 일주일 사이 후배에게 60차례나 전화를 걸며 매달렸으나 후배가 먼저 기능반을 그만두고 연락을 두절하는 것으로 기능반 탈출 계획이 끝내 실패로 돌아가자 절망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 이준서 학생 진상조사단(단장 권영국 변호사)’은 신라공고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 조사를 실시했다. “준서와 함께 만나면서 준서가 수없이 하던 학교 기능반에 대한 불만과 괴로움을 들었다. 준서는 기능반을 계속해서 나가고 싶어 하며 매번 저와 친구들에게 말했지만 (학교는) 준서에게 이번 대회만 하고 나가자며 준서를 기능반에서 못 나가게 했다.” (친구들 다수의 증언)

권영국 변호사는 “학교는 강압이 없었다고 이야기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강압, 즉 학생을 학교 실적의 수단으로 이용한 학교의 욕심이 한 학생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는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진상조사 ▲직업계고 특별반인 기능반 폐지 ▲메달 경쟁을 조장하는 기능경기대회에 대한 전면적 진단 등을 요구했다.

이용기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진상조사를 할 곳은 교육부인데 공대위에서 하게 돼 유감스럽다”며 “이준서 학생의 사망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기능반 폐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6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신라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조사 중간보고 기자회견' 참석자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직업계고 운영실태 폭로 ‘학교 폭력, 과도한 훈련 시간 등’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 “직업계고 특별반인 기능반 폐지하라”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직업계고 기능반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이들은 “신라공고 기능반 학생들 모두 기숙사에서 합숙을 하며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기능경기대회에 필요한 숙련 훈련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했다”며 “학교폭력, 특기생에게 당연시되고 있는 수업불참, 과도한 훈련시간, 방치되는 기숙사 관리 등 다수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이준서 학생이 재학했던 신라공고는 고인이 사망한 이후에도 합숙을 계속했다. 기능대회를 위한 과도한 훈련 시간도 고 이준서 학생을 사망하게 한 원인으로 꼽혔다. “준서가 저학년 때 고학년들 대회 연습하고 나서 남은 거 분해해야 하는데 그걸 다 저학년들이 하고 나면 새벽 3시 그 때 쯤에 잔다고 했었다.” (친구 증언)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는 “기능반 학생들은 기능대회 메달 수상과 실적을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훈련 노동을 요구받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등교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합숙 훈련을 강요하는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며 “훈련을 지속한 학교, 이를 발견하고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교육부와 경북도교육청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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