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 전국기능경기대회 개최에 “기술로 피우는 꽃? 이미 저물었다”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 전국기능경기대회 개최에 “기술로 피우는 꽃? 이미 저물었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9.14 17:54
  • 수정 2020.09.17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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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강행은 직업교육 혁신 포기한 것”
기능경기대회 보상폐지·직업계고 기능반 폐지 등 요구
지난 6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S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조사 중간보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권영국 변호사.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개최에 ‘경주 S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가 우려를 표했다. “올해는 고인의 죽음을 슬퍼해야 함에도, 기능대회 입상 성적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려는 학교의 민낯이 대회 현장에 투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의 표어는 ‘미래를 여는 천년 전북, 기술로 꽃피우다’이며, 9월 14일 시작해 21일까지 진행된다. (▶관련기사 : 숙련기술인들의 축제,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전북서 개최)

경주 지역의 직업계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열일곱 살 고 이준서 학생은 지난 4월 8일 기능반 합숙훈련 중 유명을 달리했다.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 메카트로닉스 종목 출전을 위한 훈련이었다. 지방기능경기대회 입상자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는 "이준서 학생의 죽음은 가정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기능반을 그만두려던 자신의 요구와 계획이 끝내 실패로 돌아가자 절망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이라며 "이준서 학생의 사망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난 6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신라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조사 중간보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는 이번 전국기능경기대회 개최 소식에 성명을 내고 “학교 시험기간에 대회 준비를 위해 기능훈련을 연마해야 했던 기능반 학생 1,500명이 9월 14일 제55회 전국기능대회에 출전하고 있다”며 “기능반이라는 특정 집단에 예산과 교사의 역량은 집중 투여된다. 기능반 소속 학생은 실적을 내기 위한 고통의 늪에서 해매고 있다. 일반 학생은 학교교육에서 소외받는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메달을 목표로 매달려온 학생들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에도 경기를 스스로 포기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고인의 죽음을 성찰해내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며 “산업화 초기의 기술이 꽃 피운 기능대회는 이미 저물었다. 다른 방식으로 기술이 꽃 피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준서 학생 공대위는 ▲학생의 죽음 애도·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사과 ▲직업계고등학교 교육정상화를 위해 기능대회 성과에 따른 보상 폐지 ▲기능경기대회 개선과 직업계고 기능반 폐지 등을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 요구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이용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장은 “학생이 죽었는데 기능경기대회를 ‘경축’하는 사회의 모습이 정말 슬프고 안타깝다”라며 “기능경기대회는 일반 기능인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기능반 중심으로 운영되는 직업계고등학교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