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실업 한파’ 기록 경신
코로나19 이후 ‘실업 한파’ 기록 경신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8.17 00:00
  • 수정 2020.08.17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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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수 4개월 연속 감소 … 실업자 수·실업률 1999년 이후 최고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내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한 코로나19

 커버스토리 ➊ 프롤로그

각자 저마다의 절벽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

고용절벽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속 가팔라지는 고용절벽을 막기란 쉽지 않다. 8월호 커버스토리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각자 저마다의 절벽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실업을 다루지만, 실업에만 국한하지는 않았다. 계약해지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청년, 코로나19로 인해 일감이 줄어든 노동자, 정부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계 문제로 눈앞이 캄캄한 노동자가 서 있는 절벽을 마주 보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실업 한파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업종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그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있다. 통계청은 매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긍정적인 신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실업자 수와 실업률도 꾸준히 치솟고 있다.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업종·연령 가리지 않는 ‘실업 한파’
취업자 수 3월부터 4개월째 감소

통계청에 따르면 본격적인 실업 한파가 몰아친 것은 3월부터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4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월까지의 4개월 연속 이후 약 10년 만의 기록이다.

코로나19는 전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6월 취업자 수 증감을 업종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숙박·음식점업(-18만 6,000명), 도·소매업(-17만 6,000명), 교육·서비스업(-8만 9,000명), 제조업(-6만 5,000명) 순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6만 4,000명), 농림어업(5만 2,000명), 운수·창고업(5만 명) 등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연령별 취업자 수는 이제 막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층과 노년층이 상이한 결과를 보였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33만 8,000명으로 증가한 반면, 15~29세 취업자 수가 17만 명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서 20대 취업자 수는 15만 1,000명, 30대 취업자 수는 19만 5,000명 감소하고, 40대 취업자 수는 18만 명, 50대 취업자 수는 14만 6,000명 감소해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의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통계청은 노년층의 취업자 수 증가 원인을 코로나19 영향으로 중단됐던 노인 일자리 사업의 재개 때문으로 보고 있다.

6월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수를 보면 임시근로자는 40만 8,000명, 일용근로자는 8만 6,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상용근로자는 34만 9,000명 늘어났다.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는 6월 일시휴직자(직업 또는 사업체를 가지고 있으나 병 또는 사고 등을 사유로 잠시 일을 쉬는 사람으로, 복귀 의사가 확실하기 때문에 고용 통계에서는 취업자로 분류된다)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36만 명 늘어난 72만 9,000명으로 나타났다. 일시휴직자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160만 7,000명·148만 5,000명·102만 명) 3개월 연속 100만 명대를 기록했으나 6월에는 10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6월 경제활동인구는 줄고 비경제활동인구는 늘어났다. 경제활동인구는 2,828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만 2,000명 줄었으며 비경제활동인구는 1,649만 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4만 2,000명 늘어났다. 경제활동인구는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또한,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다’고 분류된 사람은 229만 6,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8만 9,000명이 늘어난 수치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의사와 가능성이 있으나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1년 안에 구직경험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 구직단념자는 전년 동월 대비 2만 4,000명 증가한 53만 8,000명을 기록했다.

6월 실업자 수는 9만 1,000명 늘어난 122만 8,000명, 실업률은 0.3%P 오른 4.3%로 확인됐다. 실업자 수와 실업률 모두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 지급액 역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6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 1,103억 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287억 원(62.9%) 증가한 액수다. 5월 실업급여 지급액(1조 162억 원)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고용노동부는 실업급여 지급액 급증에 대해 실업자 증가 외에도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실업급여 지급액 인상과 지급 기간 확대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한 코로나19

직장갑질119가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지원을 받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6월 5~10일)한 ‘코로나19 6개월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했다는 직장인은 12.9%로 나타났다. 이 중 정규직은 4.0%, 비정규직은 26.3%가 실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6.7배 높은 실직 경험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무직(4.6%)보다는 비사무직(21.2%)이, 고임금노동자(2.5%)보다는 저임금노동자(25.8%)가, 남성(9.8%)보다는 여성(17.1%)이 실직을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저임금노동자, 여성 등 한국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실업 한파에 더욱 취약하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실직 사유는 비자발적 해고(28.7%), 권고사직(27.9%) 순으로 나타났다. 자발적 퇴사는 18.6%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6개월간 실직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 76.0%가 실업급여를 ‘받은 적 없다’고 응답했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로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음’이라는 응답이 50.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고용보험에 가입했지만, 자격이 안 됨’ 26.5%, ‘고용보험 자격이 되나 신청을 안 함’ 13.3%, ‘자발적인 실업으로 분류됨’ 7.1%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32.6%는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비상용직은 52.8%, 상용직은 19.2%로 집계돼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비상용직이 상용직보다 2.8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직이 54.9%로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무직(17.6%)보다 3.1배 높은 수치였다.

문제는 위와 같은 ‘불평등’과 앞서 먼저 나열한 취업자 및 실업자 수 증감, 고용률, 실업률 등 고용 관련 수치가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엄청난 후폭풍을 남겼다는 점이다.

해고, 권고사직, 계약해지, 희망퇴직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실업’, 고용은 보장돼 있지만, 생계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는 실업과 비슷한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유급휴직’, 노동시간 단축 및 소득감소 등으로 나타난 ‘부분실업’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이러한 후폭풍은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곳,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참여와혁신>은 고용 대란 후폭풍으로 실업, 유급휴직, 부분실업 이 세 가지 절벽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당신에게 실업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를 묻고 그들의 노동, 실업, 삶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