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한 여론-코로나19 재확산에도 '제2차 의사파업' 강행
냉담한 여론-코로나19 재확산에도 '제2차 의사파업' 강행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8.26 18:31
  • 수정 2020.08.26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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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협 막판 잠정합의안 도출 … 그러나 대전협 거부로 파행
26~28일 사흘간 의사 파업 진행 … 정부,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 대응
26일 오후 3시경 서울대학교병원 본관에서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문종구 씨(57)가 의사파업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밥그릇 싸움으로만 치부하지 말아 주세요.”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들이 배포한 유인물의 내용.

“진료할 환자를 내버려 두고 현장을 떠난다. 그리고 진료를 거부한다. 이것은 자기들에게 맡겨진 생명을 저버리는 거예요.” - 의사파업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한 문종구 씨(57)의 말.

정부와 의사단체의 막바지 협상이 파행으로 끝나면서 26~28일 사흘간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의사단체들은 의사파업을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 역시 의사파업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제2차 의사파업을 앞두고 24일부터 25일까지 보건복지부와 막판협상에 나섰다.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인한 의료공백에 공감해 잠정합의에 성공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일시정지하고, 의협은 의사파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잠정합의는 대전협의 반대로 파행됐다. 대전협은 25일 잠정합의결과를 임시 비상대의원대회에서 추인받지 못했다. 결국 대전협은 26일 파업을 유지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잠정합의에 찬성했던 의협도 파업으로 돌아섰다.

26일 오후 3시경 서울대학교병원 본관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전문의들이 의사파업을 지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이 같은 의사단체의 방침에 정부는 강경한 대응으로 맞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대한의사협회 2차 총파업과 관련해 원칙적인 법 집행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에도 “휴진, 휴업 등 위법한 집단적 실력행사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오전 ‘의사협회의 집단휴진과 관련해 긴급 정부대응 담화’에서 코로나19 진료 및 응급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26일 수도권 대학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미이행 시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6일 오후 2시 의사파업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서울시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파업이 공정거래법 26조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협을 고발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정될 시 의협은 최대 5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여론의 시선도 따갑기는 매한가지다. 26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사파업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한 문종구 씨(57, 서울 구로구 거주)는 “의사파업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위험에 처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직업들은 일반적인 직업과 다르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이유가 있다”면서, “물론 의사들이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진료할 환자를 내버려 두고 현장을 떠나거나 진료를 거부하는 건 본인들에게 맡겨진 생명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들이 배포한 유인물. 의사파업을 '밥그릇 싸움만으로 치부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함께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하지만 의협의 입장은 단호하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26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2차 전국의사 총파업에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기한 없는 제3차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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