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진료거부 의대생 국시 ‘재응시’ 허용에 커지는 반발
집단진료거부 의대생 국시 ‘재응시’ 허용에 커지는 반발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1.03 19:41
  • 수정 2021.01.03 2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건복지부, “2021년 의사 국시 실기 시험은 상·하반기 2차례”
​​​​​​​“단체행동하면 전부 구제해줄 거냐” 불거지는 ‘특혜’ 시비 … “공공의료 확충이 먼저”
8월 26일 오후 3시경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서울대병원 전임의와 시민이 나란히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들은 정부 의료정책을 반대하며 시위에 나섰고, 시민은 의사들의 파업을 반대하며 시위에 나섰다. ⓒ 참여와혁신 자료사진
지난해 8월 26일 오후 3시경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서울대병원 전임의와 시민이 나란히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들은 정부 의료정책을 반대하며 시위에 나섰고, 시민은 의사들의 파업을 반대하며 시위에 나섰다. ⓒ 참여와혁신 자료사진

정부가 2020년 집단진료거부에 참여한 의대생에게 사실상 재시험의 기회를 부여했다. 이에 여론은 의사에 대한 ‘특혜’라며 거센 반발을 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2월 31일 “내년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누어 2회 실시하기로 하고, 상반기 시험은 1월 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생들은 지난해 8월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회가 주도하는 집단진료거부에 참여해 의사 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집단적으로 거부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두 차례 응시 기간을 연장했지만 총 정원 3,172명 중 423명만 실기시험에 응시했다.

오는 1월 23일 치러질 실기시험은 지난해 실기시험을 거부한 2,700여 명의 의대생을 위한 조처로 보인다. 정부의 계획이 없었다면 실기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은 하반기 일정에 맞춰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물론 2020년에 응시를 거부하고 실기시험을 치르지 않은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정확히 ‘재시험’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기시험이 1월에 진행된다는 점은 ‘최대한의 배려’로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1월 실기시험 실시를 위해 “시험 실시 90일 전 공고해야 한다”는 의료법 시행령도 개정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의사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기일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공공의료 강화대책의 차질 없는 시행, 필수의료인력에 대한 의료계와의 협의 진전, 의료 취약지 지원을 위해서 내년도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라면서, “의료인력 공백을 최소화하여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건복지부의 방침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의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의 발언에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의대생 국시 재시험에 관련한) 국민의 여론도 바뀌는 것 같다”며 “조만간 정부가 현실적인 필요와 우리가 처해 있는 코로나19 상황까지도 감안해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후보시절인 지난해 12월 22일 인사청문회에서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료확충 대책에 필수의료가 들어가 있고, 또 막 시작한 의정협의체 주요 아젠다에도 필수의료 확충이 들어가 있다”며 “이를 진행하려면 의대 국시 문제도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진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론의 반발은 거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일요진단’에 출연한 다음날인 12월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사국시 재시험 반대합니다’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시거부 의대생의 재시험을 검토 중이라는 뉴스기사를 보았다. 1년에 보는 국가시험이 도대체 몇 개인가? 그것도 전부 단체행동하면 구제해줄 것이냐”라면서, “지난번 코로나19 비상시국에 환자를 볼모로 한 의료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는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해당 청원에는 약 2만 2,000명이 동참한 상태며, 12월 8일에 올라온 ‘의대생 국가고시 재응시의 특혜를 막아주세요’라는 청원에는 12만 9,000여 명이 동의를 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2일 “국민을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삼는 불법 진료거부와 국시 응시 거부 등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을 일삼는 의료계에 대해 더 이상 어떠한 관용도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더욱이 국시 응시 거부 이유가 직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무소불위의 특권을 주는 셈이며, 향후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면 언제든지 불법행위에 죄의식 없이 가담하게 될 것이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권덕철 장관의 발언이 있은 직후인 12월 23일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기로에서 의료인력 공백을 이유로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에게 재응시 기회를 부여할 의지를 내보인 권 후보를 규탄한다”면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은 공공의료 확충을 가로막은 반사회적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도 3일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 취임 직후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의지 표명은 없이 의대생 국시 재허용 조치가 전격적으로 추진된 데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집단적인 진료거부 행동으로 발생한 국가적·국민적 피해는 모르쇠하고 의사집단에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국민적 공분을 부를 뿐”이라고 규탄했다.

노동·시민단체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맞서기 위해서는 ‘의대생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공공병원, 공공의대 등 공공의료 확충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