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폭발사고 이후 1년, 미뤄진 학생연구원 산재보험법 논의
경북대 폭발사고 이후 1년, 미뤄진 학생연구원 산재보험법 논의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12.21 19:11
  • 수정 2020.12.2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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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노조, 학생연구원 적용받는 산재보험법 개정안 1월 임시국회 통과 촉구
국회 앞 농성장 접는다··· “학생연구원 염원 외면한 정부 규탄”
 대학원생노조가 국회 앞 농성을 시작하며 10월 6일 ‘안전한 대학 조성과 대학 공공성 확대를 위한 입법활동 촉구 대학원생노조 국회 앞 농성돌입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대학 내 학생연구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자는 ‘산재보험법 개정법률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미뤄졌다. 이에 두 달이 넘는 기간 국회 앞에서 농성을 이어갔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지부장 신정욱, 이하 대학원생노조)가 1월 임시국회에서의 산재보험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학원생노조는 12월 21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경북대 사고 1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1월 임시국회 안전한 대학 조성을 위한 법률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보험법 개정안 1월 국회 내 처리할 것 ▲정부는 국회의 산재보험법 개정 작업에 적극 협력할 것 ▲대학 내 연구활동종사자 모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21대 국회에서 학생연구원이 적용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법 개정법률안은 총 3개가 발의됐으나, 정부 부처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산재보험법 개정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한 주요 사유로는 대학 측과의 의견조정문제, 학생 연구활동종사자의 고용실태 파악 어려움 등이 있었다. 대학원생노조는 “(이번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는) 20대 국회에서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반대하면서 언급한 핑계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동일하다. 정부는 늘 같은 핑계로 법안 처리를 가로막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회의 대응은 나태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신정욱 대학원생노조 지부장도 “정부가 문제제기했던 것들은 법안 통과 이후 조율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며 “정부가 한두 달 시간을 달라고 했으니, 그동안 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노조는 국회 앞 농성을 종료한 뒤 다른 방식으로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초겨울 한파를 견뎌내며 지금까지 왔지만 대학원생들의 간절한 염원을 뿌리친 국회와 정부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두 번째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원생 40% “안전교육 받은 적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학원생노조는 직장갑질119와 진행한 ‘2020 대학원생 설문조사’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조사는 대학원생 586명을 대상으로 11월 23일부터 12월 4일까지 실시됐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안전과 관련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은 40.1%(234명)이었다. 대학원생들이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한 예방 교육이 철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학원생이 적용을 받는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구실안전법)’은 “연구주체의 장은 연구활동종사자에 대하여 연구실사고 예방 및 대응에 필요한 교육·훈련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제20조 교육·훈련).

안전교육뿐 아니라 실제 사고를 겪었을 때의 대책도 미진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54명의 대학원생이 실험실 등 업무 중 재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지만, 이들 중 보험을 포함해 대학 당국으로부터의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36명이었다.

양승서 대학원생노조 수석부지부장은 “학생과 노동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 대학원생들은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편리한대로 이리저리 바꿔가며 사용되면서도 학생과 노동자 중 어떤 권리 하나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그간의 책임회피와 과오를 바로잡고 대학원생들의 권리와 처우를 위해 제도적인 보장을 이뤄야 한다. 그를 위한 첫 발걸음으로 이번 학생연구원 산재적용 법안 통과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작년 12월 경북대에서 시료폐기물을 처분하다 발생한 폭발사고로 부상을 입은 대학원생이 아직 병상에서 치료 중이지만, 경북대학교는 여전히 치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경북대 화학관 폭발사고가 다뤄진 이후 부산대와 전남대 등에서도 연구실 사고가 추가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