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학생연구원도 산재보험 적용
내년부터 학생연구원도 산재보험 적용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3.24 19:26
  • 수정 2021.03.2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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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연구자에 대한 산재보험법 특례’ 국회 본회의 통과
“이 법을 적용할 때는 그 사업의 근로자로 본다” 노동자성 인정에도 성과
10월 19일 오전 9시 경북대 앞에서 "'실험실 폭발사고 치료비 미지급' 경북대학교에 대한 엄중한 국정감사 촉구! 학생연구원 산재보험 적용 촉구! 대학구성원 공동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지난해 10월 19일 오전 9시 경북대 앞에서 “‘실험실 폭발사고 치료비 미지급’ 경북대학교에 대한 엄중한 국정감사 촉구! 학생연구원 산재보험 적용 촉구! 대학구성원 공동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학생연구원에게도 안전한 ‘일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3월 24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는 학생연구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대학·연구기관의 연구개발과제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은 내년부터 산재보험 적용대상이 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산재보험법에 학생연구자 특례를 추가하는 것이다. 본래 학생연구원은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의 영향을 받아왔다. 대학원생들은 이 법률 제14조에 따라 민간보험에 가입한다. 여기서 학생연구원이 받을 수 있는 요양치료비 배상 한도는 최대 5,000만 원이다. 대학에서 연구하는 학생연구원들은 실험실에서 다쳐도 개인이 책임지거나 대학의 온정에 기대야 했다. 

21대 국회에는 학생연구원에게 산재보험 특례를 적용하자는 산재보험법 개정안 3개가 발의돼 있었으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넘지 못했다. 이후 환경노동위원회는 2월 23일 제1차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수정안을 상정해 심사한 바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각 법률안의 내용이 통합된 위원회 대안이 통과됐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위원회 대안을 제시하며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대학생·대학원생 등 연구활동종사자를 대상으로 민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중대 연구실사고 등이 발생한 경우 민간보험만으로는 충분히 보장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대학생·대학원생 등의 연구활동종사자 중 대학·연구기관 등이 수행하는 연구개발과제에 참여하는 학생 신분의 연구자가 재해를 입은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여 학생연구자를 재해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2019년 12월 경북대학교 화학관 1층 실험실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도 국정감사 이후 잊히는 듯 했다. 5명의 학생이 다쳤고, 그중 한 대학원생은 89% 전신화상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이 대학원생에게 청구된 치료비용만 약 6억 원이었다. 화상은 환부가 넓고 심할수록 치료에 드는 비용이 크다. 재활치료까지 포함하면 기간도 기약없이 길어진다. 치료비 지급을 미루던 경북대가 누적된 금액을 납부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경북대 외에도 대학 실험실에서 중상을 입은 사례는 많다.   

이처럼 실험실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정부와 기업이 맡기는 프로젝트 연구를 수행할 때도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소속된 대학원생들은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아왔다. 그간 연구 프로젝트를 하다 크게 다친 대학원생은 치료를 위해 대학을 떠나야 했다. 빈자리는 다시 새로운 대학원생으로 채워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비상대책위원장 문민기, 이하 대학원생노조)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입장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학원생노조는 경북대 폭발사고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대학원생 산재보험 적용을 요구하며 두 달간 국회 앞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대학원생노조는 “그동안 대학의 연구실은 안전보다는 효율이 우선이었다. 연구실 공간은 새롭게 채워지는 설비로 비좁아졌고,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기보다는 한 번의 실험을 더 해야 하는 곳이 되곤 했다. 2019년 경북대 사고처럼 중대재해를 당했을 때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며 “대학원생도 이제는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 할 권리에 한 발 다가섰다. 정부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수많은 다른 연구소들의 노동자들처럼, 대학원생도 나서서 자신이 일한 권리로서 산재보험을 보장받고 안전한 연구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 법안의 시행과정을 주시해 이 법이 현장에서 편법 없이 오롯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산재보험법 개정안에는 “이 법을 적용할 때는 학생 신분의 연구자를 그 사업의 근로자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강태경 대학원생노조 정책위원장은 “우리가 노동하고 있는 현실을 덮으려고 해도 덮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계기로 드러났다”며 “산재보험 인정을 시작으로 우리 노동조합의 힘을 더 모아내야 한다. 정부에게는 이 법안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경북대 사고자들의 치료 지원을 끝까지 책임져 주고, 앞으로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지속적인 투자와 환경개선에 노력해주기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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