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못한’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 또 연행
‘기다리지 못한’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 또 연행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4.27 17:51
  • 수정 2021.04.27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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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고용노동청 항의방문 중 9명 강제연행
해고노동자들 단식 15일차··· “노동존중은커녕 목숨도 존중하지 않나”
4월 26일 저녁 경찰에 연행되는 김정남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 ⓒ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과 공공운수노조 간부들이 26일 저녁 경찰에 연행됐다. 해고노동자들의 단식은 오늘로 15일째를 맞고 있으며, 김정남 해고노동자의 정년은 오는 4월 30일이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은 지난해 무급휴직 동의서에 사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돼 아직까지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이들의 해고는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렸다.

26일 오전 11시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지부장 김계월)는 정민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실을 기습 항의방문했다. “기다리라”던 서울고용노동청의 답변을 듣기 위해서였다. 앞서 지난 13일 정민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해고노동자들과의 면담에서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니 밖에서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 바 있다. 그 날부터 해고노동자들 2명이 단식을 시작했고, 경찰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에서 단식 중이던 두 노동자를 연행했다.

해고노동자들이 거리농성을 시작한 지는 1년이 다 돼 간다. 이중 김정남 해고노동자의 정년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해고노동자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26일 다시 물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정민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26일 해고노동자들과의 대화에서 “나가서 기다려라”고만 답했다. 금호문화재단과의 교섭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금호문화재단도 어렵다”고 말했다.

해고노동자들이 분노하는 동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에게 청사 퇴거 공문을 보내왔다.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였다. 퇴거 공문은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왔고, 4차례의 공문이 발송되자 경찰은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을 포함한 9명을 또 연행했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원직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아시아나케이오 공대위)’는 이 상황에 대해 “집권기간 내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수많은 항의 시위가 있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연행한 적은 없다”며 “최소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늉은 했다. 그러나 정민오 청장은 그러한 시늉도 하지 않고 경찰력을 동원해 노동자의 입과 발을 묶었다”고 비판했다.

 

아시아나케이오 공대위가 27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복직판정 불이행 방치, 면담거부, 9명 집단연행 문재인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아시아나케이오 공대위는 다음날인 27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보다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인권가이드라인조차 지키고 있지 않다”고 규탄했다. 현재 단식농성 중인 김정남·기노진 해고노동자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구속 상태다.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은 “분노스럽고 처참하다. 어디 하소연할 데 없는 하청노동자들이 단식 14일을 맞이해 지친 몸으로 고용노동청장을 다시 찾았지만 돌아온 것은 폭력연행이었다. 노동위원회 판정대로 현장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그렇게 큰 요구냐”며 “이 소박한 요구를 군홧발로 짓밟은 문재인 정부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윤정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도 “문재인 정부가 우리 노동자들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으리라고는 정말 생각도 하지 않았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노동자들은 길바닥에 앉아 복직을 외치고 있다. 노동존중이라고 이야기했던 문재인 정부가 쳐다보고 있는 국민은 도대체 누구냐”며 “가장 아픈 곳에 놓여 있는 우리 노동자들의 삶을 한 번이라도 쳐다보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안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답할 위치가 아니다. 보고 후 연락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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