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KO 단식농성자들 4명 강제연행
아시아나KO 단식농성자들 4명 강제연행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4.14 16:08
  • 수정 2021.04.14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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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히고, 꺾이고··· 농성자들 고립시켜 쪽문으로 연행
“부당해고라면서요. 그런데 왜 연행을 해 갑니까?”
단식농성 중이던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가 14일 오전 11시 45분 경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에서 경찰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고립된 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에서 단식농성 중이었던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들이 14일 오전 11시 45분경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됐다. 연행된 이들은 김정남·기노진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 이용덕 노동해방투쟁연대 활동가로 총 4명이다. 해고노동자들은 13일 오후 6시경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한 바 있다. 강제연행이 진행된 건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18시간도 채 안 된 시점이다. 

앞서 아시아나KO는 코로나19가 시작되던 지난해 5월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 동의서와 희망퇴직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무급휴직 동의서에 사인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됐다.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아시아나KO 노동자 6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사측은 이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으로 대응 중이다. 

해고노동자들은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김정남·기노진 해고노동자의 정년이 각각 4월 말, 5월 말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KO지부는 “이들의 정년을 거리에서 맞게 할 수는 없다”며 13일 오후 1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면담을 가졌다.

이경호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사무국장은 이날 면담을 “엉망진창”이라고 표현했다. 형식적인 면담이었다는 지적이다. 정민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노동청의 복직 해결방안에 대해 “당신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없다”고 말했고, 해고노동자들은 또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들은 복직이행과 원청 교섭 등을 요구하며 13일 오후 6시경부터 면담 장소였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단식농성에는 정년을 앞둔 해고노동자 2명과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이 함께했다.

면담 장소였던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건물 1층을 서울시가 임대해 사용하는 공간이다. 애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사전에 면담 장소로 통보한 곳이다. 이들의 단식농성에 서울시는 13일 오후 8시부터 무단점유 자진퇴거 요청서를 4차례 보냈다. 14일 오전부터는 경찰을 투입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건물 출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치 상태는 계속됐고, 해고노동자들은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약 18시간 만인 14일 11시 45분 경 쪽문으로 경찰에 의해 끌려 나왔다.

이 과정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는 단식농성자 1명 당 5~6명의 경찰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된 해고노동자 중 김정남 해고노동자는 다리와 허리를 다쳐 서울 종로에 위치한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다. 오른쪽 다리엔 멍이 들고 허리통증도 호소했다. 

 

4월 14일 오전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들의 단식농성이 진행됐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을 경찰이 막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단식농성 한 지 하루도 안 돼서 해고노동자들이 연행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왜 죄 없는 두 늙은 노동자를 연행해가는 겁니까? 부당해고라면서요. 그런데 왜 해결을 해주지 않고 연행을 해 갑니까? 이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노동자의 처절한 모습을 이 자리에서 지켜보자니 너무 기가 막히고 분합니다.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김계월 아시아나KO지부장은 해고노동자들이 연행되자 건물을 뛰쳐나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14일 오후 1시 ‘아시아나 하청 노동자, 아시아나케이오 폭력 연행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정년을 앞두고 절박한 심정으로 진짜 사장 박삼구와의 면담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목숨을 걸고 곡기를 끊었지만, 돌아온 것은 공권력 진압이었다”고 호소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4회의 퇴거요청서를 전달하고 대거 경찰을 동원해 연행한 것은 최소한의 형식만 갖춘 속전속결 진압이었고, 애초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노동존중’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음이 밝혀졌다”며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반성하고 노동존중 약속에 진정성이 담겨 있음을 일부라도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4월 14일 오전 경찰이 서울고용노동청 출입을 통제하자 전국공공운수노조와 아시아나KO지부가 출입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현정희 전국공공운수노조 위원장도 “부당해고라고 판정받고도 복직하지 못한 이 억울한 사연을 해결해 달라고 왔다가 강제로 연행을 당했고 폭행을 당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지 1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라며 “부당해고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 공권력을 투입해 쫓아낸 정부와 서울시는 이런다고 해결될 거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공공운수노조는 15일 오전 청와대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 번 사태해결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같은 날 입장을 내고 “일자리 카페 한편에 자리를 잡은 농성자들이 얼마나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줄 것이기에 전광석화로 밀어붙인 서울시의 행정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이것이 새로 당선되어 임기도 시작하기 전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기 1년 2개월의 전조가 아닐는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민주노총은 오늘 자행된 서울시의 폭거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동조합의 입장에 대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해고노동자들에게 무단점유 자진퇴거 요청서를 4차례 보낸 서울시는 “공권력을 우리가 행사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신대현 서울시 일자리정책과장은 “저희가 폭력을 행사한 건 아니다. 그 분들의 안타까운 것에 대해 도외시한다는 것이 아니라, 청년일자리센터는 공적시설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퇴거를 해주십사 요청을 드린 것”이라며 “집행은 저희가 퇴거를 하라고 요청을 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요청을 했는데 (퇴거를) 안 하시다 보니까 경찰에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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