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당일 퇴직’ 제안받은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
‘복직 당일 퇴직’ 제안받은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9.07 17:41
  • 수정 2021.09.07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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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케이오 부당해고 481일
노조 “복직 이행 의지없는 사측,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문재인정부 규탄”
7일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앞에서 아시아나케이오지부와 아시아나케이오공대위가 '아시아나케이오 부당해고 방치하는 문재인정부 규탄!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정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조합원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정남 조합원은 4월 30일에 거리에서 정년을 맞았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복직 당일 퇴직’을 제안받았다. 해고노동자들은 사측의 정리해고는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세 차례 받은 바 있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에게 "지금이라도 이 부조리를 시정하는 데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앞서 아시아나케이오는 지난해 5월 11일 코로나19로 인한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당시 해고를 통보받은 노동자는 총 8명이다.

이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지부장 김계월, 이하 아시아나케이오지부)는 회사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순환근무를 검토하지 않는 등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이 불확실한 점 등을 지적하며 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480여 일 동안의 농성 중엔 두 명의 조합원이 거리에서 정년을 맞기도 했다.

농성 중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에 이어 지난달 20일 진행된 행정소송에서도 아시아나케이오의 정리해고는 부당해고라는 판정이 나오자 서울고용노동청은 원만한 문제해결을 위해 교섭을 중재하겠다고 노동조합에 제안했다.

고용노동부를 통해 아시아나케이오지부가 건네받은 사측의 최종안은 ▲해고자에 대한 복직 이행(단, 복직한 당일 퇴직을 전제) ▲해고기간 동안의 퇴직금 정산과 임금상당액 지급 ▲해고자 전원에게 위로금 2개월분 지급 등이었다. 사측은 노동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정소송 항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아시아나케이오 부당해고 방치하는 문재인정부 규탄!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현장. 김정남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조합원(왼쪽)과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오른쪽)이 기자회견 뒷편에 서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관계자와 경찰이 참석자들을 막아서자 아시아나케이오지부는 "정부 관계자와 경찰만 코로나19를 피할 수 있냐"며 부당한 방역조치를 비판했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와 아시아나케이오공대위는 7일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사측과 정부를 다시 한 번 규탄했다. 부당해고라는 판정이 여러 번 내려졌음에도 사측은 노동자에 대한 복직 의지가 없고, ‘소송전’에 몰입하는 기업을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에 따르면 이미 사측은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이행강제금 약 9,000만 원을 납부했다. 또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을 선임하는 데도 큰 비용을 지불했다.

8명의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 중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다른 일자리를 찾은 노동자 2명과 정년을 맞은 2명을 제외하면 복직 대상 인원은 4명이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는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으로 아시아나케이오가 끌어다 쓴 돈이면 이미 이 노동자들을 복직시키고도 남는다”고 비판했다.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농성장에서 두 번째 가을을 맞이한다. 하루하루 견디며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지만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서럽고 가슴이 먹먹하다. 부당해고 판정의 기쁨은 잠시뿐이었고 회사는 여전히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도 이 부당해고를 방관하고 묵인하는 게 틀림없다. 이제는 대통령이 마지막 해결을 해야 한다. 노동이 존중받는다는 건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일뿐이다. 하나의 일자리라도 지키겠다던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돼 달라”고 호소했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도 “코로나19 재난을 감당하는 사람이 왜 이 땅의 힘없는 민중과 노동자여야 하나. 지노위와 중노위, 사법부도 부당해고라고 인정했다. 원직복직은 고사하고 돈 몇 푼으로 해결하려는 자본에 대해 정부는 노동자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며 “481일이 지났다. 공공운수노조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싸움에 끝까지 같이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편, ‘복직 당일 퇴직안’이 누구의 제안인지는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는 “노동조합이 ‘해당 안을 내민 주체가 고용노동부인지 회사인지’를 질의하자 양측은 서로 발뺌하며 무의미한 책임 공방만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케이오 본사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중재를 하려고 여러 안을 내셨는데 그중에 저희가 택한 것이라 애매하다”면서도, “그래도 저희가 그 방안을 냈다고 봐야겠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 번 더 사법부의 판결을 받아보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전향적인 안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많이 다르다. 사측에서 통보를 받은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그런 안을 던질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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