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들,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들,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4.14 11:02
  • 수정 2021.04.14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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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리해고 돼 335일째 농성 중인 아시아나KO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 중 김정남 씨는 오는 4월 30일, 기노진 씨는 5월 31일 정년을 맞는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KO지부(지부장 김계월, 이하 아시아나KO지부)는 “1년을 기다렸다. 정년이 이제 코앞에 다가와 있기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단식에 참여한 사람은 정년을 앞둔 해고노동자 2명과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이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진행된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사태 해결 및 정년 전 복직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나케이오 연대모임 관계자가 “지노위도 중노위도 판정은 ‘부당해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K-재하청’, 중노위 부당해고 판정에도 사측은 묵묵부답

아시아나KO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수화물을 분류하고, 기내를 청소하는 역할을 도맡아 한다. ‘아시아나항공 – 아시아나에어포트 – 아시아나KO’으로 재하청 구조다. 아시아나KO뿐만 아니라 KA(여객지원), KR(정비지원) 등 여러 ‘K-재하청’들이 아시아나항공에 있다. 이 하청업체들의 지분은 비영리법인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사장 박삼구)이 소유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되자 아시아나KO는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과 무기한 무급휴직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제도도 활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무급휴직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아시아나KO 노동자 8명은 지난해 5월 11일 문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들의 정리해고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사측은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아시아나KO지부는 6명의 정리해고자에 대해 ▲180일에서 270일 분의 실업급여를 회사가 지급하는 것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판정 이행과 원직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1월 6일 서울남부고용지청 중재 교섭에서 사측이 이를 거절하며 교섭은 결렬됐다. 사측은 원직복직이 어렵다며 재입사를 주장했다.

아시아나KO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인력이 부족해지자 희망퇴직자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지난해 3월 31일 퇴직한 희망퇴직자들을 재입사시키고 순환근무 시킨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KO지부가 해고노동자 복직에 대해 “당장 근무투입이 가능한 상황에도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아시아나KO지부는 3월 23일 공공운수노조 소속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점거하기도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이들 사업장의 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노력할 것”이라고 서면 브리핑했다.

13일 오후 6시경부터 김정남 해고자, 기노진 해고자,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 공공운수노조

2명 정년 코앞,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는 언제까지 기다리나?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하자 전국공공운수노조와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은 13일 오후 1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사태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가지고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거듭 촉구했다. 해고자들의 정년이 코앞인데, 사측은 물론이고 “노력한다”던 정부와 여당까지 묵묵부답이라는 지적이다.

김계월 아시아나KO지부장은 “국가적 재난상황이 어찌 노동자의 잘못이냐. 아시아나KO는 코로나19라는 이유로 하청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시켰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아시아나를 위기에 빠트린 박삼구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하지만, 이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며 “민주노조원이라는 이유로 탄압과 차별을 받고 부당해고 판정에도 거리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하청노동자들은 언제까지 싸워야 하나. 부당하게 해고된 두 노동자의 정년을 거리에서 맞이할 수 없기에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태환 공항항만운송본부장도 “가장 열악하고 낮은 곳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던 아시아나KO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된 지 이제 1년이 다 돼 간다. 회사는 행정소송 한다고 김앤장 변호사를 수천만 원 주고 선임했다. 현장에서 인력이 모자라니까 희망퇴직으로 퇴사했던 사람들을 불러다가 일을 시키고 있다”며 “이번 정리해고 사태는 결코 경영난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조를 말살하겠다는 것이 이 사태의 본질이다. 고용노동청이 끝까지 반드시 우리 노동자들을 원직복직시키는 책임 다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이후 정년을 앞둔 김정남 씨와 기노진 씨를 포함한 4명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정민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해고노동자들에게 다시금 노력과 기다림을 이야기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정민오 청장은 이날 면담자리에서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니 밖에서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했다.

해고노동자들의 “노동청의 복직 계획과 안이 있냐”는 물음에는 “해결방안에 대해 당신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아시아나KO지부는 “서울고용지방노동청과 정부여당이 아시아나KO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해고노동자들이 제시한 복직이행과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정년 전에 현장으로 돌아가서 명예로운 퇴직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면담 장소였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에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해결방안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입장을 물었으나, “담당자가 통화 중이다”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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