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지역본부’라 쓰고, ‘희망’이라 읽는다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지역본부’라 쓰고, ‘희망’이라 읽는다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6.08 10:00
  • 수정 2021.06.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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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서울 땅을 벗어난 건 오랜만입니다. 6월호 취재원을 만나러 기차에 오르고 한참을 가다보니, 창밖으로 너르게 자리한 지붕 낮은 집들이 보입니다. 잠시 전원이 주는 풍경을 벗 삼아 숨을 골랐습니다. 어느덧 역에서 내려 도로가의 풍경을 훑습니다. 일렬로 나열된 가게 사이로 빠진 이처럼 비어있는 점포가 눈에 밟힙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위기,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쳐 산업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의 울타리에도 구멍이 생기고 있습니다. 총연맹과 산별조직 차원에서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노동자의 현실을 모두 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목받는 곳이 바로 ‘지역본부’입니다. 그동안의 한국 노동운동이 산별조직 중심으로 움직였던 이유에선지 지역본부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한 조합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역본부는 지역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지역 내 연대를 위한 컨트롤 타워이자 현장 노동자의 삶에 밀착한 이웃으로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인권운동가인 안젤라 데이비스는 “벽은 밀면 문이 되고,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막다른 위기의 순간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밀거나 눕힐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지역본부를 조명해보고 지역본부 차원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습니다. 지역본부가 ‘희망’이라는 단어로 읽힐 그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