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어떤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어떤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10.11 00:00
  • 수정 2021.10.11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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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에서 가끔 작업복을 입은 이들을 만납니다. 일터에서의 옷을 입고 마이크를 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왜인지 조금 더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사를 쓸 때도 작업복을 입고 왔다는 문장을 하나쯤 넣기도 했습니다.

<참여와혁신> 10월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작업복’입니다. 작업복은 입는 것만으로도 노동자의 직업이나 직장을 드러내곤 합니다. 같은 곳에서 일하지만 고용형태에 따라 작업복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작업복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러 이유로 외면받아오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취재 이전의 시선입니다.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간호사, 승무원, 소방관, 환경미화원처럼 작업복을 오래 입어왔던 사람들부터 타설공, 퀵서비스노동자, 경륜선수 등 작업복이 필요하지만 지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작업복은 그냥 일할 때 입는 옷”이지만 그들이 떠올린 감정은 다양했습니다.

보람, 자부심, 불편함, 부끄러움.

그중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김춘심 선생님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춘심 선생님은 일할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보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일을 못 하게 되더라도 작업복을 보며 차곡차곡 쌓아놓은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회상하겠다는 겁니다. 작업복을 화두로 그와 시간을 보냈지만, 어쩌면 일하며 느끼는 수많은 감정 중 일부가 작업복에 투영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업복 이야기는 작업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겠습니다. 옷은 입는 사람이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일도 그렇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원하는 작업복과 작업환경이 갖춰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