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산업전환 대응의 묘수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산업전환 대응의 묘수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1.11 09:17
  • 수정 2022.01.11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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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를 기획할 때마다 품는 기대가 있습니다. 해당 주제로 고민하는 독자들이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그리는 겁니다. 편집국 기자들이 팀을 꾸려 기본 10여 명의 인터뷰이를 만나는데, 한 번은 묘수를 마주하지 않을까 막연한 희망은 커집니다. 

그사이 마감은 빠르게 다가옵니다. 초조해지죠. 아직도 뾰족한 수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더 해볼까 머리를 팽팽 굴리며 막판 스퍼트를 내보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지진 않습니다. 기대가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긴 하는 걸까요?

이번 산업전환 기획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동은 산업전환(탈탄소화·디지털화) 과정에서 정부부터 기업까지 노동을 배제하는 구조적인 벽뿐 아니라, 산업전환에 대응할 내부 실력의 한계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에 “좀 잘하라”는 지적 이상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취재를 해보니 늦었지만 노동이 꾸준히 고민하고, 경험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쌓는 ‘정공법’ 외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말이야 쉽습니다. 찌르르 심장이 저린 실패는 매번 고통스러울 겁니다. 지난해 10월 인터뷰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은 그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민중 경선’을 통한 진보진영의 단일후보 선출을 제안했습니다. 물론 경선으로 뽑힌 단일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이에 한상균 전 위원장은 “이번 패배는 오히려 지난 몇 번의 대선 전부터 해야 될 패배”라며 “이번 대선에서는 너무 늦은 감이 있는 패배를 자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패를 자임하며 행동하지 않는 한, 공동의 목표를 향한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런 그의 제안에 외부의 무관심보다 공동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노동계 일부에서 나온 시큰둥하고 냉소적인 평가는 더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기도 했습니다.

노동이 휘두를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는 마땅치 않습니다. 특히 산업전환 과정은 “하나의 ‘장기적인 과정’, 즉 숱한 모순과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장기적인 과정에 대비하기 위해 실패를 자임하려는 노동의 여러 시도를 냉소해선 안 될 것입니다. 냉소 대신 부족함을 함께 보완하고 실패를 격려하는 일, 그리고 다음 경험을 독려하는 길 외의 지름길은 찾지 못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취재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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