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K대선, K자형 간극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K대선, K자형 간극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01.31 14:41
  • 수정 2022.01.31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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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중소기업 다니면서도 먹고 살 만했지. 대기업에 취직해야 한다는 생각은 거의 안 했어.”

언젠가 일터에서 만난 나이 많은 형님은 90년대 초반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살 만했던 시절은 IMF와 함께 흘려보내고선 일용직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2월호 커버스토리 기사를 쓰다 문득 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코로나19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평가됩니다. 노동 취약계층을 집중 타격했고, 대면 서비스업 등은 침체기에 빠졌습니다. 플랫폼노동 등 비정형 노동자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에 앞서 한국 사회는 저출생‧고령화와 저성장을 겪고 있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K자형 회복을 보일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세계 각국은 디지털화와 기후위기 국면에서 빠르게 산업을 재편할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20대 대선이 중요하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커버스토리 주제를 20대 대통령 선거로 정한 2월 초. 주요 원내 정당 후보들의 공약을 살폈습니다. 한국사회에 자리한 K자 간극을 좁히려는 후보가 누구일지 노동-일자리-복지 공약을 살피려 했지만, 노동 공약을 발표한 후보는 한 명뿐이었습니다. 다른 원내 정당 대선 후보들이 노동 관련 공약을 발표하기까지 약 4주를 기다려야했습니다. 기사를 쓰는 시점까지도 4명의 후보 중 절반만 노동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나머지 후보의 노동 공약 칸은 대부분 빈칸으로 두어야 했습니다. 노동이 사라진 대선이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사실 이번 선거는 노동뿐 아니라 정책이 실종된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말입니다.

발표된 노동-일자리-복지 공약을 정리하니, 용어가 생소하고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공약이 적지 않았습니다. 과연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공약을 낸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책으로 승부를 보려 했다면 유권자의 입장을 헤아려 공약을 충실히 풀어서 설명했을 거란 생각에서입니다. 유권자의 말로 정리되지 않은 공약은 네거티브와 이미지 대결로 공방을 가리는 대한민국 선거의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공약이 사라진 대선, 그래서 <참여와혁신>은 더욱 각 후보의 공약을 들여다보고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심화한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향후 5년간 어떤 정책이 필요할지 살폈습니다.

기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선거가 4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대선 후보들 간 치열한 정책 대결이 펼쳐져 공약이 보다 구체화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5년간 ‘먹고 살 만하다’고 느끼는 시민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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