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대선 후보 인터뷰] “‘자본주의 말고 다른 대안은 왜 안 돼?’ 질문할 때”
[진보정당 대선 후보 인터뷰] “‘자본주의 말고 다른 대안은 왜 안 돼?’ 질문할 때”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2.02 14:50
  • 수정 2022.02.14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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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백윤 사회주의좌파공투본 대선 후보
“자본→공공주도경제로 전환해 국가책임일자리 1,000만개 만들자”

일터에서 사람이 죽어도,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계속 벌어져도 자본주의는 견고했다. 지금의 상황이 단단히 잘못됐다는 말은 이어지는데 대안은 쉬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노동당과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사회주의라는 의제를 20대 대선에 꺼내놓았다. 자본주의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에서다.

사회주의좌파공투본 경선에서 당선된 이백윤 후보는 일곱 갈래의 공약을 내놨다. ▲민주적·공공적 경제체제로 전환 ▲안전한 일터, 완전고용을 위한 노동체제 전환 ▲사회·국가책임 복지사회 전환 ▲차별과 폭력 없는 평등·연대 사회 전환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기후정의·생태사회 전환 ▲노동자·민중의 민주주의 체제 등이다.

핵심은 이윤중심 사회를 공공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민의 양질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규정하고,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백윤 후보가 보기에 사회주의는 근본적이고 급진적일지는 몰라도, 허무맹랑하진 않다. 그래서 이백윤 후보는 20대 대선에 출마해 질문하기로 했다. “체제를 건드리지 않고 해결이 되겠어?”

*인터뷰는 1월 20일 사회변혁노동자당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참여와혁신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사회주의라는 대안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내겠다”

- 이백윤 후보를 소개하고, 출마 배경을 말해 달라.

노동당과 사회변혁노동자당이 사회주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해 내부 경선을 치렀다. 노동당과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사회주의 대중정당으로 통합을 앞뒀다. 사회주의를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내겠다는 포부가 있다.

경선에서 당당히 1등을 했다. 이윤이 우선인 사회에서 이 사회의 가장자리 사람들과 함께 싸워왔던 이력이 사회주의 대선 후보로 적합하다고 판단해주신 것 같다. 신자유주의 교육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고, 기아자동차 2차 하청업체인 동희오토 노동자로 12년을 살았다. 비정규직 노동조합 운동을 했는데, 잘 안 되더라. 비정규직들이 아무리 열심히 투쟁을 해도 삶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사회체제와 제도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출마 선언 이후 선거 활동은 어땠나.

사회주의가 꼭 필요하고, 현실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려고 동분서주 하는 중이다. 노동조합이나 철거민 등 사회 아픈 곳에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계신 분들과 만나려고 노력한다.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왜 그렇게 힘든 길을 걷냐’는 반응도 있고, 부담감과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도 솔직히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잘못됐고, 문제가 많다는 것도 알겠는데 사회주의는 당장 사람들의 환호와 공감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 짐작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사회를 전환하자는 목소리를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상당수 계셔서 고무적이다.

- 한국 사회에 왜 사회주의가 필요하고, 후보가 바라보는 사회주의는 무엇인가.

자본주의라고 하는 시스템을 이렇게 저렇게 고쳐보기도 하는데, 문제가 해결되기보다 깊어진다면 자본주의 말고 다른 것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했던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룰을 적용하자는 이야기를 기득권을 이용해 막는 방식으로 이 사회가 작동했다고 본다. ‘자본주의 말고 다른 대안은 왜 안 돼?’라고 질문할 때는 이미 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주의는 사람들이 성취감과 긍지를 추구하고 그것을 갖는 사회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적정한 수준의 일을 하고, 그 외의 시간은 여가나 다른 성취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여하는 사회다. 그렇게 해도 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윤중심에서 공공중심으로 사회가 전환돼야 하겠다.

“자본주도경제에서
공공주도경제로 바꾸자”

- 향후 중장기적으로 주요한 노동 키워드를 무엇으로 보나.

산업전환과 필수노동이다. 지금의 산업전환은 노동에 피해를 전가하는 방식이다. 자동차산업만 놓고 봐도 그동안 대재벌이 도급화, 하청 계열화, 단가 후려치기로 많은 수익을 창출해 왔다. 발전소도 마찬가지다. 비용절감을 위한 외주화는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재벌의 책임을 묻고, 재벌체제를 청산해야 한다. 당장 재벌기업을 100% 국유화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수 있지만, 주요 재벌에 대한 강한 통제는 필요하다. 국가가 직접 소유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하다.

또한 코로나19는 그동안 노동이라고 이름 붙이진 않았던, 혹은 주변적인 노동으로 치부했던 필수노동의 가치를 부각시켰다고 본다. 그 중요성을 인정하는 데서 끝나지 말고, 국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 후보의 공약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

자본주도경제에서 공공주도경제로 국가의 경제근간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 속에서 국민의 삶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도 규정돼야 한다. 지금은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겠다고 하는데 정규직이 반대한다. 자본주도경제에서 자본이 모든 것들을 다 가져가고 있는데 약자들끼리 아귀다툼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국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1%가 더 많은 부를 쌓아나가는 데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 토대를 바꾸고, 국가는 국민들의 삶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 재벌기업을 공기업으로 전환하고, 플랫폼 산업을 공영화한다는 정책이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다고 보나.

국민들은 재벌문제를 이중적으로 생각한다고 본다. 재벌독식구조에 대한 반감은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재벌을 해체해서는 안 되지 않냐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재벌을 개혁하자는 공감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 자본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창출한 지식에 기반해 플랫폼 산업이 팽창하는데도 불구하고 자본은 수많은 불안정 노동을 만든다. 공적기반인데 이익은 사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재벌기업의 공기업 전환이 현실적이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가는 마음만 먹으면 현행법상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장치가 있음에도 안 하고 있다. 국가 권력을 어떻게 잡아나가느냐가 사실은 핵심이다.

- 구체적인 실현방안은 무엇인가?

GDP 대비 국가예산을 50%까지 늘리는 것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이다. 우리나라는 GDP가 2,000조 원이다. 그러면 국가예산이 1,000조 원은 돼야 하는데, 607조 원밖에 안 된다. 자본과 가진 자들에 대한 증세는 당연히 해야 하고, 세금을 통합해서 걷는 것만 해도 상당한 세수효과가 발생한다. 세제개혁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1,000조 원의 국가예산을 바탕으로 국가책임일자리 1,000만 개를 만들자는 게 공약이다. 지금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가 2,000만 개가 조금 넘는다고 한다. 여기서 1,000만 개 정도를 공공주도로 구성하면 민간 일자리를 견인할 수 있다고 본다. 국가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나머지 민간 일자리를 규율하는 방식으로 국민 전체의 고용구조를 긍정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사회주의 개혁의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한다.

- ‘안전한 일터, 완전고용을 위한 노동체제 전환’ 공약에는 일하는 모두에게 노동권 보장, 최저임금제를 생활임금제로 대체, 비정규직 철폐, 작업중지권 보장 등이 담겨 있다. 법 제·개정을 위해 사회구성원들과 국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노동공약에 대해서는 다양한 저항이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쉽사리 설득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공약이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라고 이야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득을 침해한다고 생각해서 반대할 사람들은 너무나 많겠다. 지금의 정치권력은 사회 기득권과 긴밀하게 유착돼 있다. 사회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에 의해 권력의 행사와 입법이 좌우되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법을 제정해 전국적으로 공약을 실현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지자체부터 확장시켜나가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 요구의 주체가 될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을 만들고 사회적 힘을 형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 공약의 이름에 ‘혁명’이나 ‘체제전환’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은 혁명을 붙일지를 고민했었다. 혁명을 붙이기에는 당연한 요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자본에 의해서 빼앗긴 우리의 보편적인 권리들을 확보한다는 것은 혁명일 수 있겠다는 차원에서 붙여봤다. 현실에서 워낙 안 되니까 갈 길이 멀다. 인간답게 살 권리, 여성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노동의 노동할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혁명일 수밖에 없다.

- 모든 공약을 통틀어 향후 5년 꼭 현실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약은 어떤 것인가.

통합가사돌봄센터를 설치하고, 가사돌봄노동자를 국가가 직접 고용하는 것이다. 국가가 가치를 제대로 부여받지 못했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양질의 공공일자리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다. 가사돌봄노동의 수혜자들과 정부는 함께 운영 시스템을 관장해나가야 한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회주의 모델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선거에 떨어지더라도 핵심적인 운동으로 발전시키려 한다.

“한계 봉착한 진보진영
급진적 아젠다 제시해 지평 넓혀야”

- 향후 이백윤 후보가 말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정당 차원에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공약을 실현하는 차원도 있겠지만, 사회주의라는 변화가 현실 가능하다는 점들을 계속 알려낼 생각이다. 또 기후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공약의 현실화를 떠나 시급한 문제다. 기후운동이 정부정책을 비판적으로 지지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생산과 소비시스템을 유지하면서는 기후정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 기후위기를 자본주의적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정확하게 거부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 기후 총파업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 진보정당이 유권자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할 지점은 무엇인가.

성찰과 확대가 필요하다. 얼마 전 진보진영 후보단일화가 무산됐다. 구체적인 경선 방법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호신뢰의 문제라고 본다.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부터 있었던 불신의 역사를 치유하는 과정을 밟지 않고 진보진영의 통 큰 목소리가 가능할까 싶다. 공동의 실천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밟아나가는 것이 분열된 진보, 소수의 고립된 진보라는 인식을 극복하는 시발점이라 본다.

또 지평의 확대가 필요하다. 그간 노동계에서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사회대전환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그게 뭔데?’라고 물으면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것은 사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사회, 사회주의다. 그 말을 못 해왔던 것이다. 진보진영 역시 기업의 사적소유나 부의 편중을 이야기하려면 소유문제를 건드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한계에 봉착했다. 몸은 왼쪽에 있는데 고개는 오른쪽을 쳐다보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지평을 확대해 사회주의, 혹은 더 급진적인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면서 대중에게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오늘 민주일반연맹 노동자들을 만나고 왔다. 톨게이트 투쟁, 국민건강보험공단 투쟁, 그 이전에는 인국공 사태가 있었다.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공격하는 상황에 노동은 어떤 답을 제시할 것인가. 좁혀진 문을 넓히자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문을 넓히는 장애요소는 재벌과 자본이다. 시스템으로 극복하지 않으면 결국 계속 좁은 문 앞에서 공정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라는 의제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 함께 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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