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예산운용지침은 위헌” 헌법소원 제기한 한공노협
“기재부 예산운용지침은 위헌” 헌법소원 제기한 한공노협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2.18 19:23
  • 수정 2022.02.18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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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노협, 기재부 예산운용지침 헌법소원심판 청구
“지침으로 단체교섭권 침해···기재부의 반헌법적 행정권력 심판할 것”
한공노협이 1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재부 예산운용지침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한국노총에 조직된 공공노동자들이 기획재정부의 예산운용지침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기재부가 지침으로 총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을 정해 헌법에 보장된 공공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협의회(이하 한공노협)는 1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재부 예산운용지침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공노협은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박해철, 이하 공공노련),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박홍배, 이하 금융노조),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위원장 류기섭, 이하 공공연맹)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8일 ‘2022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을 확정한 바 있다. 이 지침에는 ▲공공기관 총인건비 인상률을 1.4%로 확정 ▲저임금기관에 대한 추가인상(+0.5%~1.0%)과 차등인상률 사각지대에 있는 저임금 공무직에 대한 0.5% 추가인상 ▲통상임금 소송결과에 따른 배상금을 총인건비 한도에 포함 ▲공공기관 경상경비 동결 및 업무추진비 2.0% 삭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기재부는 “총인건비 한도 내에서의 개인별·항목별 등 구체적인 증감은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수당‧복리후생비 등의 신설을 억제하고 유사한 수당 등을 통‧폐합하는 등 임금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며 “임금체계 개편으로 평균임금, 경영평가 성과급의 기준이 되는 월 기본급, 기준월봉 등이 높아져서는 안 된다”고 정했다.

한공노협은 ‘2022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제33조가 명시하는 단체교섭권을 기재부가 지침으로 무력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공공노동자들은 단체협약을 맺어도 기재부의 예산지침을 따라야 했다. 각 기관의 이사장, 원장 등 사용자는 지침을 넘어서는 처우개선을 약속하기 어렵다. 지침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감점요소이기 때문이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립의 신의철 변호사는 이 지침을 두고 “사용자를 없애버려 교섭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의철 변호사는 “공무원들은 정부와 교섭을 하고 민간기업은 사장과 교섭을 한다. 그런데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정부가 예산을 관장하는데 교섭은 바지사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아무 권한 없는 협상을 하고 있다”며 “법도 아니고 시행령도 아닌 지침으로 단체교섭권이라는 중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재판부는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봐 주시길 바라고, 행정부도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기 전 전향적 자세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한공노협이 1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재부 예산운용지침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한공노협은 “기재부가 예산운용지침을 내리는 데 근거법이라고 할 수 있는 공운법 제1조에서는 공공기관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의 확립하는 목적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세부지침을 통해 자율경영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며 “국회가 비준한 ILO 제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에 따라서도 공공노동자들은 입법 기구에 예산에 관한 권한이 유보돼 있다고 하더라도 단체협약을 무효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을 차단하거나 제한하는 형식으로 기재부가 재정적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ILO협약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공노협 대표자들은 “기재부의 반헌법적 행정 권력 행사를 심판해 공공부문의 단체교섭권을 보장받고, 공공기관보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 공공기관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공공부문 노동조합 조직률은 70%를 넘어가지만, 교섭은 실질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가 매년 350개 공공기관에 지침을 내리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라며 “예산운용지침을 폐기해 공공부문에서 제대로 된 노사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발언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노조는 매년 사용자 단체와 산별중앙교섭을 하고 있다. 지난해 6개월간 치열하게 교섭해 임금 인상률 2.4%에 합의했지만,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올해도 그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것들이 불합리하다고만 생각해 왔는데, 이번 헌법소원을 준비하며 현행 예산운용지침이 명백한 위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헌법소원을 통해 공공기관에 대한 수탈이 반드시 개선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도 “공공연맹에는 매우 열악한 공공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공노동자들은 정부의 모든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권리를 빼앗겨 왔다”며 “예산편성지침을 반드시 바로잡아 공공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고, 공공노동자와 정부의 교섭창구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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