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지오코리아, 노동자 동의 없이는 매각은 안 된다”
“디아지오코리아, 노동자 동의 없이는 매각은 안 된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2.04.14 11:53
  • 수정 2022.04.1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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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지오코리아 3월 25일 윈저브랜드 매각 결정 … ‘날벼락’ 맞은 노동자들
​​​​​​​‘협의’하자는 회사, ‘합의’하자는 노조 … “협의하자는 건 일방통행 하겠다는 것”
[인터뷰] 김민수 식품노련 디아지오코리아노동조합 위원장
김민수 한국노총 식품노련 디아지오코리아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디아지오코리아 노사의 2021년 임금교섭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쟁점은 디아지오코리아 매출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윈저브랜드의 매각이다. 회사가 사업부를 쪼개고 매각하는데 노동조합이 왜 가타부타 문제를 제기하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부는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지만, 노동자는 상품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매각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할 순 없어도, 매각에 따라 변화하는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에 발언권이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14일 기준 66일째 서울 여의도 디아지오코리아 본사(IFC몰)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김민수 위원장을 만나 현 상황과 앞으로의 투쟁 계획에 관해 물었다. 인터뷰는 4월 13일 오전 10시 천막농성장에서 진행했다.

- 지난 11일 위원장은 조합원들과 짧게나마 만남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지난주 목요일 밤 10시 41분 회사가 본인들의 입장을 공문으로 일방 통보했다. 조합원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하기에 공문 내용과 그에 담긴 의미를 조합원들에게 설명했다. 앞으로 노동조합과 조합원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 조합원의 반응은 어땠나?
분노가 점점 더 치밀어 오르는 상황이다. 회사와 노동조합이 주고받는 공문 속에서 드러나다시피 회사는 일방적인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매각 소식에 조합원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했다. ‘매각되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냐?’ 이런 반응이었다가 점점 회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려는지 알게 되면서 ‘정말 회사는 노동자들을 노예로밖에 생각을 안 하구나’ 이런 생각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 현재까지 교섭이 17차례 진행됐다.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요약한다면?
회사에서는 두 가지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21년 임금교섭이 결렬되고, 노동조합이 천막투쟁까지 진행하다 보니 임금에 대해서는 ‘교섭’을 진행하겠지만, 매각에 따른 나머지 모든 사항은 ‘협의’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임금교섭도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지만, 매각에 따라 조합원들이 이동하면서 노동조건과 관련한 변화가 크게 예상되기 때문에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한 사항이다. 회사가 협의하자고 말하는 의미는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 같이 노동조합에게 일방적으로 내용만 통보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각과 관련한 노동조건 부분을 협의로 진행하자는 회사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합의를 전제로 한 협의를 해야 한다. 17차에 이르는 교섭에서 이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는 끝까지 협의로만 하겠다고 해서 아무것도 진도를 못 나가고 있다.

- 4월 7일 17차 교섭 이후 저녁 늦게 회사가 노동조합에 ‘통보’한 내용에는 ▲현 디아지오코리아를 신설법인(Beer&International Spirits 사업부)과 존속법인으로 분할한 후 존속법인을 베이사이드PE에 매각 ▲현 조합원을 선별해 신설법인 및 존속법인에 전환배치 ▲희망퇴직 실시 등이 담겨 있다. 매각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 회사가 이를 공문으로 알린 당시 정황이 궁금하다.
17차 교섭 상황은 이러했다. 노동조합이 합의를 전제로 한 교섭을 진행하자고 회사에 얘기하니 앉아 있는 대표이사를 포함해서 모든 교섭위원이 답변하지 않았다. ‘왜 답을 못 하냐. 대표이사가 교섭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들어온 게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맞다고 한다. 그러면 ‘이 자리에서 합의를 전제로 하자’고 하면 또 더 이상 말을 안 한다. 그래서 진도를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교섭을 마칠 즈음에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양보할 생각이 없다. 다음 주 14일 교섭에서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해서 정확한 답변을 가지고 와라’라고 했더니 당일 저녁 늦게 공문을 보낸 것이다.

회사에서는 7일 교섭에서 공문으로 발송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협의를 했다’는 법적인 절차를 지키기 위해서다. 노동조합은 매각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노동조건의 변화에 대한 부분은 협의가 아니라 합의로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

- 7일 회사가 전달한 공문을 보면, 신설법인으로 가는 조합원과 존속법인에 남는 조합원을 ‘업무평가’에 기초해 회사가 선별하여 노동조합에도 통보했다.
신설법인으로 가는 조합원들은 고용승계가 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살생부라고 볼 수도 있다. 단체협약이 신설법인에 승계가 될지 안 될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속법인의 경우 단체협약이 승계된다고 나와 있지만 신설법인은 그렇지 않다. 임금이야 그대로 간다고 해도 당장 내년과 내후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아닌가.

또한 신설법인과 존속법인으로 가는 조합원의 명단을 노동조합에게 보내준 데서 정말 회사 직원들을 노예로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기업의 재산이 아니라 사람이다.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자의 권리가 있는데, 지금은 우리에게 선택권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노동자의 선택권이 있다면 두 개의 법인으로 나뉜다고 해도, 양쪽의 법인의 노동조건 결정 과정에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면 조합원의 의사에 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순서가 거꾸로다.

- 90일 전 매각 사실을 통보하고 이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단체협약 제24조와 관련해 노사의 해석이 다르다.
회사는 3월 25일 매각을 발표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알렸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통보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7월에 매각이 완료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에 90일 이전이라고 주장하는 거다.

반면 노동조합은 매각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약 체결 이전에 양해각서(MOU) 체결이 있을 것이고, MOU를 체결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난 몇 차례의 교섭 동안 누가 MOU를 맺었는지, 언제 MOU를 맺었는지에 대해서 회사에 계속 답변을 요구했다. 그런데 대표이사 답변은 ‘글로벌에서 합리적인 결정에 따라 윈저 브랜드를 더욱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답뿐이다. 그게 아니라 재차 ‘누가’ MOU를 맺었냐고 물어봐도 앵무새처럼 똑같이 얘기하는 거다. 너무나 답답한 상황이다.

16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영국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디아지오 코리아 노동법 준수' 집회 현장에서 김민수 디아지오코리아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회사가 매각과정을 노동조합과 공유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8월 노사협의회 때 매각 여부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질의한 적 있다. 당시 대표이사는 매각은 없다고 밝혔다. 회의록에도 있고 녹취록에도 남아있는 내용이다. 대표이사의 말을 믿고 ‘대표이사가 매각은 없다고 정확하게 얘기했다. 흔들리지 말고 업무에 집중하자’고 조합원들한테 전달했다.

노동조합에서 MOU 체결 날짜를 자꾸 물어보는 이유가 이것이다. 지난해 8월에 이미 MOU를 맺었다면,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게 아닌가. 그런데 교섭에서 지속해서 물어보는데도 회사는 끝까지 답을 안 한다.

노동조합이 단협 24조 위반이라고 말하는 건 회사가 매각과 관련한 모든 부분에 답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런 정보도 공유하지 않으니 밀실 협상, 졸속 매각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

매각 여부에 대한 결정 권한은 회사에 있지만, 그 매각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노동조건에 대한 변화는 교섭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회사는 계속 협의를 하겠다고 한다. 다른 말로 일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말밖에는 안 된다. 

- 회사가 노동조합과 교섭에서 매각 문제를 다루지 않으려는 의도는 뭐라고 보나?
매각 발표 이전부터 모든 시나리오를 회사가 짜놨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노동조합과 논의를 하다 보면, 회사가 계획한 시나리오에 수정이 있지 않겠나? 그걸 피하려는 것 같다. 신설법인으로 가는 조합원의 명단, 존속법인으로 남아 있는 조합원의 명단까지 짜놓은 모습을 보면, 노동조합의 주장이 억지가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여겨진다.

- 회사가 내놓은 안을 보면, 베이사이드PE와 회사가 고용안정 기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도 참여해야 할 부분으로 보이는데?
계약 내용 안에 베이사이드PE로 데리고 가는 명단도 들어가 있을 거라고 본다. 데리고 가고 싶은 사람들만 데리고 가고 싶은 거다. 그 조건으로 존속법인에 단협 승계도 수용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 향후 투쟁 가닥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궁금하다.
회사는 13일에도 공문으로 노동조합과 협의할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합의를 전제로 한 협의가 되지 않으면 그다음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

노동조합이 과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 분명 법인이 바뀌면서 발생하는 상황이 있다. 가령 퇴직금 문제다. 디아지오코리아는 현재 퇴직금 제도를 누진제로 시행한다. 단협에 의거하면 5년 이상 근무 시, 1년 만근했을 때 1개월이 아니라 1.2개월, 10년 이상 근무 시 1.3개월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지급한다. 8년 차 조합원이 2년만 더 근무하면 1.3개월로 적용되는데, 이분이 신설법인으로 가게 되면 단체협약 적용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보게 된다. 분명히 회사에 정당하게 요구해야 하고 같이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한편으로 이런 부분들에서 아무런 결정이 안 나면 급해지는 건 회사라고 생각한다. 인수 회사가 사모펀드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조합원들이 필요하다. 신설법인도 마찬가지다. 조니워커나 기네스 등 메인 브랜드들을 판매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도 안 가면 비즈니스를 못 할 거 아닌가. 조합원과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는 매각은 안 된다. 이에 대해 확신하면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마지막으로 조합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조합이 2월 7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하고 지금까지 65일째 천막농성을 하는 이유는 실은 우리 조합원들을 위해서다. 조합원들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노동조합을 믿고 끝까지 단결력을 잃지 말고 같이 잘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흐트러지지만 않으면 최소한 우리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결과는 분명히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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