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⑥] “통제와 과도한 경쟁이 공공기관의 역할 훼손한다”
[커버스토리⑥] “통제와 과도한 경쟁이 공공기관의 역할 훼손한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5.11 12:26
  • 수정 2022.05.11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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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신뢰받는 산업 위해 노동자들은 연대임금 또는 사회연대 노력해야
[인터뷰]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반복되는 공공기관 개혁론, 
공공기관 노동조합 대표자 설문조사

설문조사를 통해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공공기관 노동조합 대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엔 상급단체인 공공부문 산별노조·연맹의 진단과 계획을 들어봤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류기섭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박홍배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현정희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나순자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커버스토리⑥ 박홍배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 위원장을 지난 4월 25일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금융노조에는 9개 금융공공기관 노동조합이 산하 지부로 조직돼있다. 박홍배 위원장에게 금융공공기관 노동자들이 토로하는 현장의 어려움, 새 정부와 노정관계 전망 등 여러 질문을 던졌다. 박홍배 위원장은 기재부의 강한 통제, 신공공관리론,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 등을 키워드로 꼽아 답했다.

지난 4월 25일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과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기재부는 공공기관에 신과 같아”

- 금융노조 39개 지부 중 금융공공기관이 9곳*이 있다. 그곳에 있는 현장 노동자들을 만날 때 듣는 금융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해달라.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게 기획재정부 관련 내용이다. 기재부가 공공기관을 일방적·획일적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공공기관에 기재부는 신과 같은 그런 존재 아니겠나? 기준도 세우고, 지침도 내리고, 평가도 하고, 예산도 쥐고 있고, 인원과 사람에 대한 권한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재부의 일방적인 지배구조, 너무 후진적인 거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한다.

희망퇴직 문제도 이야기한다. 국책은행 직원 경우 퇴직을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좀 생각을 해야 하는데, 시중은행과 달리 희망퇴직의 기회가 사실상 지금 안 주어지고 있으니까.

산별협약 임금 인상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도 많이 나온다. 지난해 산별 중앙교섭으로 임금을 2.4% 올렸는데, 금융공공기관 대부분은 0.9% 인상하고 말았다. 또 2014년에 일방 축소된 복지에 대한 원상 복구가 언제 되느냐 이런 말도 많이 한다.
*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부동산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 그런 맥락에서 금융공공기관 자율교섭 보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노총 산하에 공공노련, 공공연맹, 금융노조 3개 산별연맹이 대정부 투쟁을 시작했고, 올해 1월 11일 노동이사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투쟁을 종료했다. 그 투쟁의 막바지였던 지난해 말 법률 투쟁도 병행했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고발, 공공기관 사내대출 관련 공공기관 혁신 지침에 대한 행정소송을 했다. 또 진행한 것이 기재부 예산 운영 지침에 대한 위헌 소송이다. 기재부 예산 지침에 의해서 모든 공공기관들의 예산, 인건비, 임금 인상률까지도 사실상 결정된다. 기재부는 법이 아니라 지침일 뿐이고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기재부의 기준을 넘어서 우리가 인건비를 집행을 하면 다음 연도 예산에 해당 부분을 빼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력이 있다.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정부가 비준해서 올해 4월 20일 발효가 된 ILO 단결 및 단체 교섭권에 관한 협약(98호)에서 명기된 공공기관 종사자라 하더라도 단체 교섭권은 온전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부분이다. ILO 제소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이전에 두 차례 헌법소원이 기각된 적이 있는데, ILO 협약도 있고 이번에는 좀 상황이 다를 것이라 본다. 위헌 결정이 나면 기재부의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 통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통제와 과도한 경쟁, 공공기관 역할 훼손시켜”

- 새 정부 들어설 때마다 공공기관 개혁론이 반복된다.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공공기관은 비용은 많이 들어가고 효율성은 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을 시장에서 경쟁시켜야 하고, 시장 경쟁에서 패한 곳은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신공공관리론이 있다. 이런 이론을 통해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정부 산하 기관들을 효율화할 수 있다고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쉽게 생각한다. 더구나 보수 정권에서는 그런 생각이 더 크다. 한편으로 어쩌면 정부 조직보다 더 손쉽게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공공기관을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한다. 예를 들어 보은 인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하기 쉽다. 이런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지게 하는 것 같다. 나아가 통제를 하고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니 공공기관의 역할인 공공서비스 제공은 훼손된다.

- 설문조사를 해보니 많은 응답자가 공공기관 개혁론 반복의 주요 이유로 정권 초반 지지 확보 수단을 많이 꼽았다.

공공기관도 국민의 뜻에 부응하지 못하고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일탈, 그런 일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의 미비 때문이다. 다른 한편 정치에 의해서, 정권에 의해서 공공기관이 망가진 사례들이 많지 않나. MB정권 자원외교로 광물자원공사가 어마어마한 부채를 떠안은 사례처럼. 그때마다 국민들에게 많은 비난과 지탄을 받았다.

그렇기에 잘못이 무엇이 되었건 기관 스스로가 노력하고, 정부도 기관이 제역할을 할 수 있게 제언하는 노력을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관 자체를 또 종사하는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을 개혁의 대상,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들을 갈라치기 하는 것과 마찬가지고 유권자인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굉장히 무시하는 나쁜 정치라 생각한다.

- 반대로 괜찮은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아직 임기를 마치지 않았지만(인터뷰 당시) 그래도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일정 부분 이전 보수 정권들과 결이 달랐다. 마냥 좋다고 생각하는 작은 정부론에서 벗어나서 공공기관 역할 확대를 위해 노력을 한 정권이다. 공공부문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 양대 지침 폐지, 성과연봉제 완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항목 별도 지표로 도입,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와 임원추천위원회에 노동계 인사 참여, 노동이사제 도입 등 과정에서 좀 더 평가해야 할 것은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있었던 것 같다.

- 윤석열 차기 정부와 노정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모두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 아닌가 싶다. 일단 한국노총을 찾았던 윤석열 당선인이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얘기를 했고, 그걸 후보 시절에도 얘기한 바가 있다.

물론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서 노동계와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두고 봐야 된다. 윤석열 당선인이 한국노총에 방문해서 한국노총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런 한국노총 출신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노동 정책은 많은 부분 위임하겠다고 얘기했다. 정권 출범 이후를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당선인의 노동 공약, 당선인의 노동 공약을 제안하고 공약화시켰던 주변의 학자들의 기존 생각, 썼던 글과 했던 말을 보면 친노동 정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우려하는 정책들이 당연히 있고 계속 촉각을 세우고 있다.

- 구체적으로 차기 정부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짚는다면?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서 흘러나왔던 공공기관 정원 축소에 대해서는 조합원들과 산하 지부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전에 있었던 공공기관 선진화 시즌2 아닌가라는 얘기도 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에 명확하게 세대 상생형 임금 체계라고 한 부분이 이제 공공기관 임직원들을 청년 세대와 아닌 세대로 구분 지으려는 게 아닌가 싶다. 그 다음으론 근로시간 규제적용 제외, 과거에 이야기됐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추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예단하기는 어렵고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나올 국정과제, 신임 노동부 장관의 행보에 노동정책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정책이 담길 것으로 보고 그에 맞춰서 대응해 나갈 것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노사정 더 터놓고 이야기 나누고,
노동은 사회공헌 활동 고민해야“

- 공공기관의 제 역할은 무엇인가?

각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이유에 따라 다 부여받은 운영 목적과 역할이 있다.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관을 일방적으로 통제만 하려고 할 게 아니라 각 기관의 순기능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고민을 해야 한다. 설령 그 사업이 독점적이라고 하더라도 금융산업의 특성상 경쟁을 했을 때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

이를테면 산하 지부 중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가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하는 일 중 하나가 분양 보증이다. 건설사의 분양과 관련된 리스크들을 일정 부분 보증서로 안아주고 보증료를 받는 사업이다. 이걸 민간으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확대했을 때 보증료가 낮아져서 건설사의 보증료 부담이 줄어들고 분양받는 고객에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분양 보증에 가입한 건설사에 대지급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보증료가 어느 정도 있어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민간은 보유하고 있는 전체 보증료가 적어 금세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공공의 역할이, 특히 금융에서는 이런 역할이 굉장히 크다. 또 대표적으로 지금 이전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해서 필요한 중소기업이나 혁신기업들에게 지원하는 역할을 다른 시중 은행처럼 하지만 문제가 생기고 위기에 처한 산업이나 기업을 지원하는 구조조정 역할이 크다. 이걸 민간 회사에서 할 수 없다.

그래서 금융산업의 특성, 특히 금융공공기관의 특성에 대한 권력자들과 정치하하는 이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 것들을 고려한다고 하면 적어도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보내고 한국은행을 춘천으로 보내고 이런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않을 거다.

- 노동의 참여 측면에서 노사정 협의 구조의 성과 혹은 보완할 지점은 무엇인가?

양대노총 공대위* 차원에서 노정 협의 또는 교섭은 상당 기간 정상 운영되지 못했다. 민주노총 조직을 제외한 한국노총 3개 조직이 참여했었던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가 있었고 공공기관 위원회는 1기, 2기에 걸쳐서 약 2년간 운영이 됐는데 1기에서 합의됐던 노동이사제가 올 초 어렵게 국회를 통과했다. 2기에서는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 개선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는데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아쉽게 종료가 됐다. 공익위원들의 보고서 채택 정도로 마무리가 됐다. 제일 큰 아쉬움은 한국노총 산하 3개 조직은 사회적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야 된다는 입장이고 추가적인 3기 공공기관위원회 운영을 이야기했는데, 기재부 측에서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왔다고 전해 들었다.

금융위와 하는 노사정 협의체 같은 경우에는 금융권의 핵심적인 현안이 될 만한 사안들이 있었는데, 다소 민감하더라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적극적인 협의를 할 수 있어야 했다. 이를 테면 한국시티은행 철수 문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신용카드 적격비용 재산정 이슈가 이었다. 협의 테이블에 잘 올려놓지 않았고 결국 협의체의 협의가 겉도는 그런 한계가 있었다. 협의체의 실질화는 차기 금융위원장과 차기 정부의 손에 달려 있을 것 같다.
* 양대노총 공대위?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로 한국노총의 공공노련, 공공연맹, 금융노조, 민주노총의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가 함께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국민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금융산업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노사정이 더 터놓고 대화하는 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기에 대한 기약 없이 종료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가 열려야 한다고 본다.

또 하나는 민간이나 공공기관 할 것 없이 금융산업이기 때문에 타 산업 대비 더 높은 기준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만큼 노사정 모두가 그런 것을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연대임금 또는 사회연대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 공공상생연대기금*, 금융산업공익재단*에 추가 기금 출연도 고려해야 하고 재단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 노력도 이어가야 한다.

정부는 금융공공기관을 포함한 전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정책을 처음부터 신중하게 고민하고 수립해야 한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논해야 할 마당에 차기 정부 시작 전부터 산업은행 이전 이슈가 불거진 것이 안타깝다. 지금 서울이 글로벌 금융허브로 도약할 기회가 찾아오고 있는데, 서울 금융중심지 정책이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으로 경쟁력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당선인한테 내가 제안했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재이전, 금융감독 체계의 효율적인 개선, 노동자 경영 참여, 금융공공기관 거버넌스 개선 같은 것들을 차기 정부가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다.

민간금융기관도 과연 지금 수준의 금융회사 지배구조가 금융회사라는 매우 높은 윤리, 책임, 공공성에 부합하는 수준인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공공상생연대기금 : 2016년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대위는 정부의 성과연봉제 확대방침에 대한 반대투쟁을 전개했다. 투쟁으로 2017년 6월 성과연봉제 강제도입 정책이 폐기되면서 공대위는 기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해 사회적 연대를 위한 기금을 설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렇게 2017년 12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출범했다.
* 금융산업공익재단 : 2018년 2,000억 원 규모로 출발했다.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사회공헌활동을 하기 위해 2017년 금융노사 산별중앙교섭에서 합의한 것이 뿌리이다. 임금인상분의 일정 부분을 노사 합의로 재단에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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