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④] “이해당사자가 협의체에 들어가는 건 당연”
[커버스토리④] “이해당사자가 협의체에 들어가는 건 당연”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5.10 12:25
  • 수정 2022.05.10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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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의견 반영해야 지속적인 합의안 나올 수 있어”
“노사, 공공기관이 제 역할 잘할 수 있게 해야”

반복되는 공공기관 개혁론,
공공기관 노동조합 대표자 설문조사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공공부문은 개혁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돼왔다. 공공기관은 방만한 경영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곳이 됐고, 노동자들에게도 철밥통, 귀족 노동자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새 정부 연례행사인 ‘공공기관 때리기’가 한참인 요즘, 공공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해보기로 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에는 351개 공공기관이 있다. 그 중 노동조합이 조직된 기관은 283개다. 283개 공공기관 노동조합 대표자를 대상으로 ‘공공노동자가 말하는 공공부문 ‘개혁’은?’이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는 4월 19일부터 4월 29일까지 진행했으며, 노동조합 전·현직 대표자·간부 140명이 응답했다. 한 기관당 하나의 응답만 취합했음을 밝힌다(공동위원장 사업장 제외).

커버스토리④ 노동은 어떻게 참여해야 하나

다음으로 ‘공공기관 개혁 과정에서 노조가 참여하기 위한 방안’(복수 응답)이 무엇인지 물었다.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들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이해당사자 참여구조 마련’ 60.7%(85명), ‘노정교섭·협의 제도화’ 60%(84명), ‘노동이사제 안착 및 확대’ 35.7%(50명), ‘기타’ 7.1%(10명) 순으로 답했다.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제작

공운위에 노동의 참여
“당연하다”

기획재정부 장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공운위는 위원장(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해 20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은 11명 이내, 당연직 정부위원(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차관 등)은 9명 이내가 돼야 한다. 하지만 민간위원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천해 대통령이 결정하기 때문에 노동계 대표가 위원으로 위촉되긴 어려운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 설문조사에 응한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140명) 중 60.7%(85명)는 공운위에 노동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고, 그 이유로 ‘당위’(빈도 28)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해당사자의 위원회 등 회의기구 참석은 당사자의 이익 혹은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기본 과정이다” (응답자 23)

“이해당사자가 협의체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 (응답자 120)

“최상위 의사결정구조에 노동조합도 참여해야 한다” (응답자 114)

“현장의 실상황을 반영하려면 이해당사자인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응답자 126)

노동의 참여 
더 나은 기관 운영 담보해

응답자들은 노동의 참여가 더 나은 기관 운영을 담보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응답자 7은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다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기관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112는 “공운위에 실질적인 당사자가 참여해야 적정한 안이 도출된다고 본다”며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하고, 이를 반드시 반영해야 지속적인 합의안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응답자 35는 “노동이사제는 거수기 전락 우려, 단체교섭 의제는 실효성이 떨어짐에 따른 차선책”으로써 공운위에 노동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응답자 24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뼈저린 노동 소외 정치 경험”으로 노동의 참여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답했다. 

노정교섭·협의 제도화, 왜?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

이어 응답자의 60%(84명)는 노정교섭·협의 제도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공공기관의 단체교섭 구조는 ‘통제의 중앙집중화와 분권화된 기관별 교섭’으로 요약된다.(‘공공부문 노동개혁 10대 과제-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노광표, 2017) 

이 연구에서 노광표 한국고용노동연구원 원장은 “정부는 임금, 근로조건 관련하여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되어 공운위의 지침을 통해 일률적으로 통제하고 있지만 단체교섭 구조는 기업(기관)별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통제를 받지만 정부와 소통 틀은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노사관계 또한 갈등·대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들은 ‘노정교섭·협의 제도화’가 필요한 이유로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이기 때문’(빈도 16)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사장은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기관과 대화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정부와 대화가 필요하다” (응답자 11) 

“공공기관의 실제 사용자는 정부이고, 정부가 정한 지침으로 노사관계가 결정 나기 때문” (응답자 38) 

“공공기관의 단체교섭 파트너는 실질적으로 사측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등 정부임” (응답자 59) 

“공공기관의 모든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이므로 노조와 직접 교섭하고 협의해야 한다” (응답자 127) 

한공노협이 11일 오후 4시 국회 앞에서 '국민행복의 마중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공공기관 투명운영과 질 좋은 공공서비스의 첫걸음입니다'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nbsp;hnkang@laborplus.co.kr<br>
한공노협이 지난 1월 11일 국회 앞에서 '국민행복의 마중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공공기관 투명운영과 질 좋은 공공서비스의 첫걸음입니다'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견제·감시’ 위한 노동이사제 

응답자 중 35.7%(50명)는 ‘노동이사제 안착 및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올해 1월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공부문 노동이사제)이 통과돼 오는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다.

노조 대표자들은 노동이사제 안착과 확대가 필요한 이유 역시 ‘당위’(빈도 15)를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 그다음은 ‘감시·견제’(빈도 10)라는 키워드를 꼽았다. 

“기관운영의 최소한의 투명성 및 견제와 균형 확보” (응답자 20) 

“건전한 견제와 균형의 당사자가 되기 위해서,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응답자 31)

“공기업 이사진의 정부 코드에 맞는 정책이 공기업의 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견제 필요” (응답자 70) 

기타 의견으로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응답자 39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기관 내 모든 노동조합의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자료가 공개되면 관련 사안에 대해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문제 제기가 가능해진다. 그 과정에서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고, 노동조합 구성원들의 의사를 모아 (문제 해결 과정에) 반영할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체협약이 제일 강한 무기”

나아가 응답자의 25.7%(36명)는 단체교섭 의제가 확대되고, 단체교섭이 실질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협약이 제일 강한 무기다. 노사협의회 위주로 개편하려는 개악은 저지해야 한다.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계의 목소리를 법·제도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게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그리고 그 의제를 피상적 수준 말고, 현안까지 담는 의제로 확대하는 것은 진짜 필요하다. 여기에 대해서도 정부가 채널을 열어줘야 한다” (응답자 21) 

“공공기관 운영이 일방적으로 기재부에서 결정하는 방식에서 탈피, 노사관계의 실질을 단체교섭을 통해 정립해야 한다” (응답자 40) 

“단체교섭 실질화 필요(한정된 예산 내에서 단체교섭을 진행해도 단체교섭 의제 한정 및 실질화 낮음), 단체교섭 내 상위부처 및 기재부 등 이해당사자도 참여해 실질적인 단체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 (응답자 77)  

산별교섭 실질화도 필요

산별교섭을 실질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응답자 7은 “단체교섭은 의제를 확대하되, 그 형식은 산별교섭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기관의 규모에 따라 노사 간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교섭의 결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단체교섭 본연의 목적이 노동조건의 표준화를 촉진하는 것이라면 산별의 형태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공기관의 경우 서비스의 내용은 다르지만, 운영 주체는 정부이기 때문에 공공부문 전체를 아우르는 산별교섭을 통해 변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응답자 82는 “현 노조 구조가 이해관계 다양해 대정부 교섭이 어려울 수 있다. 내부 의견 통일도 어렵다”는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과제도 이야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18일 서울시 중구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공공성 강화, 노동권 확대를 위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공운수노조 정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성 강화 노동권 확대가 적힌 박스를 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br><br>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4월 18일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공공성 강화, 노동권 확대를 위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공운수노조 정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성 강화 노동권 확대가 적힌 박스를 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공공기관 노사 
‘제 역할’ 집중해야

공공기관 개혁론이 반복될 수 있는 배경엔 ‘공공기관은 방만하다’는 등 여론이 좋지 않은 점도 있다. <참여와혁신>은 마지막으로 ‘국민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과 기관의 역할은 각각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먼저 ‘공공서비스 질 향상과 확대’(빈도 51)를 위해 노사가 공동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노동조합도 기관도 당연히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응답자 52) 

“저렴하고 품질 좋은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공공성 강화” (응답자 53) 

“공공기관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 일을 해나가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되면 국민의 인식은 저절로 좋아질 것이다” (응답자 127)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금과 일자리를 가진 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일 것 같다. 귀족노조라 보일 수 있는 경제적 이권의 문제보다 공정과 국민을 위한 사회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세금을 축내는 게 아닌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공공기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사가 노력해야 한다” (응답자 98) 

인식 개선 위한 
직접적인 노력도 필요

공공부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빈도 21)이 노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답변은 그 뒤를 이었다. 

“항상 정권 교체기에 공공기관의 방만을 이슈로 몰아가는 게 현실임.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해 기관별 전문 인력을 두고, 대시민 활동을 강화해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제도를 확충해야 함” (응답자 54) 

“공공부문이 많은 일을 하는 건 사실인데 어떤 걸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면서 하는 말들이 너무 많다.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본다” (응답자 4) 

“방송 및 언론매체에 자주 출연해 논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민께 공공기관의 현실을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음” (응답자 71)  
 
“노조와 기관에 대한 마녀사냥식 언론보도와 침소봉대식 때리기로 공공성에 대한 심각한 왜곡현상 발생. 공공기관과 노조 제대로 알리기 캠페인 필요” (응답자 12) 
 
“보수 정권의 여론몰이 영향이 큰데, 공공기관 노조의 요구사항과 투쟁사항들만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 현장에서 묵묵히 수행하는 직원들의 노력과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 홍보가 될 필요 있음” (응답자 106)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목소리도 

노동조합의 역할로 공공성 강화와 더불어 사회적 책임이 나왔다. 응답자 7은 “근로조건 향상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국민 입장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응답자 8도 “사회적 연대를 통한 약자의 보호망으로써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이야기했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은 기관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경영감시 활동도 포함한다. 응답자 110은 “건전한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노동조합이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응답자 17도 “노동조합은 공공기관 및 기관 내부의 기득권 집단에 대한 권력 남용 및 도덕적 해이 등을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책 및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노동조합의 역량 강화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응답자 122는 “노동조합은 국민 눈높이 변화와 이슈에 부응할 수 있는 역량 강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응답자 32는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혁신 노력 문화 조성, 포용적 조직 분위기 유도 등이 필요하다”며 “지키는 데 급급해 보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에 그 성과를 공유한다는 인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관, 노조 파트너로 인정하고
독립성 강화해야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들이 꼽은 공공기관의 추가 역할은 노동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응답자 72는 “노동조합이 경영의 걸림돌이 아니라 순기능이 있는 파트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응답자 121은 “공공기관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노동조합과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며 “횟수 채우고, 법망만 빠져나가려는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에 독립성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응답자 130은 “공공기관들은 자율성, 독립성, 전문성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방침에 휘둘리면서 종속적 의존적인 형태가 다수인 형편”이라며 “공공기관들은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스스로 존재가치를 높여가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응답자 91은 “내부의 민주적 운영과 정치권 등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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