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불법 파업‘ 꼬리표...노조법 2·3조 개정에 힘 모은다
여전한 ’불법 파업‘ 꼬리표...노조법 2·3조 개정에 힘 모은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09.15 07:22
  • 수정 2022.09.15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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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민주노총 등 93개 노동·시민단체 하반기 노조법 개정 투쟁에 전력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5명에 470억 원,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25명에 28억 원. 최근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특수고용 노동자의 파업에 ‘보복성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른다는 비판을 제기한 노동조합·시민단체·정당 등이 모여 노조법 개정을 위한 공동 운동본부를 출범했다. 운동본부는 민주노총 등 93개 단체와 진보4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등으로 구성됐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출범을 알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이 나라에서는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기가 어렵다. 어렵사리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작은 위법을 문제 삼아 파업 전체를 불법으로 내몰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허다하다”며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하반기 입법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법 2조 개정은 간접고용노동자(하청·파견·용역 등)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 등을 사용자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노조법 3조 개정은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금지하도록 하는 게 골자로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린다. 이날 운동본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2조와 3조를 함께 개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하청·파견·용역 등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노조법 3조는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사용자가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지만,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벌이면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노조법 2조를 해석하기에 따라 근로계약의 당사자만을 사용자로 인정하면 하청노동자 등의 파업은 이른바 ‘불법 파업’이 된다. 원청은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CJ대한통운을 상대로 각각 파업을 벌인 조선소 하청노동자, 화물노동자, 택배노동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노조법 3조로 손해배상을 제한한다지만 오히려 탄압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그 조항을 고치자는 게 노란봉투법인데, 그것만으로 현실의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며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게 하는 노조법 2조 개정이 뒤따라야 그들의 노동3권을 현실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라도 노동조합의 존립을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세희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파업은 그 법률적 성격으로 보면 소극적으로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에 불과할 뿐, 그 행위 자체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헌법상 쟁의권 보장 취지에 따른 쟁의행위 일반에 대해 민사상 면책이 이뤄져야 하고, 이례적으로 폭력이나 파괴 행위를 동반한 권리 남용과 법익 침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배상 책임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의 인적 물적 범위는 제한되어야 한다”며 “천문학적 액수의 손배·가압류로 인해 노동조합의 재정이 파탄 나고, 노동조합 자체가 와해되거나 붕괴되는 극단적인 상황은 회피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존립을 불가하게 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고. 상환은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와 조합비, 노동조합의 재정 규모 등을 고려해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운동본부는 시민 캠페인, 국회 대상 입법 활동, 증언대회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인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노조법 개정 문제는 20년을 끌어왔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등 사회적으로 여론이 확산한 이때 최선을 다해 힘을 모아 노조법 개정을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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