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지부, 장제원 의원에 "산은 부산 이전은 대선 전리품 아냐"
산업은행지부, 장제원 의원에 "산은 부산 이전은 대선 전리품 아냐"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1.19 16:25
  • 수정 2023.01.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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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지부, 국민의힘 앞에서 '본점 부산 이전 반대' 아침 집회 열어
장제원 의원에 "산은은 대선 전리품 아냐", "불법·졸속 부산 이전 철회해야"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가 19일 오전 8시 10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본점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아침 집회를 열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산업은행이 본점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노동자들이 19일 오전 8시 10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226번째 아침 집회를 열었다.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는 지난해 6월부터 매일 업무 시작 전 본점 로비에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반대 아침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 장소는 225일간 집회를 열었던 산업은행 본점 로비가 아니라 국민의힘 당사 앞이었다. 산업은행지부는 "산업은행 본점 이전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여부를 논의한 후 결정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일부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법을 무시하고 '묻지마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연 이유를 밝혔다.

한국산업은행법 4조는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은행지부는 이를 근거로 "법 개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본사 이전은 불법이고 졸속"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내건 공약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공약을 지난 5월 11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시키며 빠르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 재원을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각종 금융기관이 모여 있는 서울을 벗어나면 정책금융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산업은행지부의 설명이다. 결국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이 축소되고 지역 산업 육성, 특화 산업 육성 등의 정책금융의 영역도 작아지게 되므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졸속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현준 산업은행 위원장은 "산업은행노동자 2,000명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보다 열심히 일해서 지방 기업에 2,000억을 지원해주는 것이 산업은행의 역할이다. 본점 부산 이전은 기업에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산업은행의 기능을 약화해 오히려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19일) 집회에선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부산시 사상구)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산업은행지부는 신중한 논의와 법 개정이 필요한 본점 이전을 윤석열 정부가 급하게 추진하는 배경엔 부산이 지역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입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장제원 의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의지를 거듭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에선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박형준 부산 시장 등과 함께 산업은행 이전을 다시금 약속했다. 김현준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장제원 의원은 산업은행을 마치 대선 승리의 전리품인 것처럼 여긴다. (산업은행을) 무조건 자신의 지역구로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 아닌가. 법을 만드는 사람이 법을 안 지켜선 안 된다. 국회의원이 어떻게 법 개정도 안 된 상태에서 불법으로 본점을 이동시킨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연대 발언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강조하던 것이 법치주의이다. 그런데 산업은행 이전은 왜 법을 어기면서 졸속으로 진행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산업은행지부는 아침 집회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본점 부산 이전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2일 산업은행지부는 감사원에 ▲이전 추진과정에서 임원 직무 해태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예산 낭비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근태 불량 및 사내 게시판 검열 등을 이유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또, 이날(19일) 산업은행노동자 84명이 산업은행의 '동남권 영업조직 인사발령'을 통해 부산으로 인사발령을 받은 것에 대해 김현준 위원장은 "불법적인 조직개편이기에 발령 자체가 위법·부당하다. 전직명령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인사발령취소소송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투쟁 계획을 묻는 말에 산업은행지부는 "아침 집회는 계속할 거다. 오늘 이후론 일주일에 한 번씩 외부 아침 집회도 가질 예정"이라며 "국회·용산 대통령 집무실·국민의힘 당사·더불어민주당 당사 등 집회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사측과 계속 협상 중이다. 하지만 파업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파업에 나설 것"이라 주장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산업은행지부가 19일 오전 8시 10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본점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아침 집회를 열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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