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첫 회의 무산... “위원장 직무유기”
최저임금 첫 회의 무산... “위원장 직무유기”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4.18 18:10
  • 수정 2023.04.21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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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피케팅에 공익위원 입장 거부...“그간 관례에도 회의 개최 안 한 건 무책임”
양대 노총 “권순원 공익위원 공정성·중립성 결여 사퇴해야”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열릴 예정이던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의 불참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열릴 예정이던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의 불참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8일로 예정된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1차 회의가 무산됐다. 당초 ‘2023년 제1차 최저임금위원회는 전원회의’가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의 피케팅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전원회의 개회 시간에 맞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회의장 내에서 피케팅을 통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 사퇴’를 요구했다. 양대 노총이 항의 행동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박준식 위원장 등 공익위원들은 예정된 개회 시간을 넘기고도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공익위원들은 최임위 사무국을 통해 피케팅하는 조합원들이 퇴장해야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만 전했다.

개회를 1시간가량 기다리던 노동자위원들은 회의장을 퇴장하며 박준식 위원장이 의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자의 의사 전달 기회조차 박탈하고 회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박준식 위원장이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며 “책임 있는 공식 해명과 설명 없이 (회의를) 지연시킨 사태에 대한 책임은 공익위원과 사무국에 있다”고 말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물가 폭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첫 회의부터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입장도 거부한 채 회의를 무산한 것은 매우 문제 있다. 차기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위원장에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운영규칙에 따르면 전원회의 개회 선원과 의사 정리, 질서 유지 등 사무를 감독할 권한은 최임위 위원장에게 있다. 위원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부위원장이나 상임위원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회의가 무산된 후 양대 노총은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위원장의 개회선언, 노·사·공 대표들의 모두발언까지 모두 공개로 진행한 후 기자들을 포함해 정해진 최저임금위원과 배석자가 퇴장한 뒤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해 왔다”며 그간의 관례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개최조차 하지 않은 것은 박준식 위원장의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앞서 양대 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임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사퇴를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과 ‘상생임금협의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권순원 교수가 최임위 공익위원으로서 독립성·공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자리에서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은 노사 간 팽배한 견해차로 공익위원 한 명 한 명의 의견과 언행이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며 공정성과 중립성이 결여된 사람이 공익위원 역할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최임위 사무국과 사용자단체는 전원회의 파행의 책임을 양대 노총에 물었다. 최임위 사무국은 “합의된 배석 인원 외 시위자들에게 수차례 퇴장 등 장내 정리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근로자·사용자 측 대표위원들에 대한 위원장의 사전 협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위원 측에서는 응하지 않고 결국 퇴장했다”고 전했다.

경총은 “공익위원의 최저임금 심의가 아닌 활동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한 것은 공익위원의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로 인해 결국 회의를 무산시킨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무산된 1차 전원회의는 빠른 시일 내 세종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대폭인상, 최저임금위원회 독립성·공정성 보장,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대폭인상, 최저임금위원회 독립성·공정성 보장,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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