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사 평행선...올해도 공익위원 손에?
최저임금, 노사 평행선...올해도 공익위원 손에?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5.26 09:36
  • 수정 2023.05.26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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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 개최
노 “서민경제 몰락 우려”, 사 “법인 파산신청 급증”
최저임금 결정 과정 공개 요구에 “현행 수준 유지”
최저임금위원회가 2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2023년 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 노동과세계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가 2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노사 간 공방이 이어지며 올해도 공익위원에서 제시한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임위에서 노사 간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공익위원은 상하한선(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논의토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제시한 단일안을 표결에 부쳐 최저임금을 정한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계는 물가 폭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생계 곤란을 겪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시급 1만 2,000원(월급 250만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물가·공공요금·금리 인상으로 어려운 건 사업주도 마찬가지라며, 경기 침체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수익 감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경제 몰락 우려 vs. 법인 파산신청 급증

노동자위원은 2022년 월 생계비는 전년 대비 9.34%인상(220만 5,432원→241만 1,320원)했지만, 같은 해 최저임금은 5.0%만 인상돼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되려 4.3%가량 삭감된 점을 강조했다. 해당 생계비는 최근 공개된 최임위의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 분석 보고서’에 담긴 수치다.

사용자위원은 해당 생계비를 최저임금 심의자료로 활용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봤다. “비혼 단신 근로자 월 생계비 241만 원은 월 소득 700~800만 원에 달하는 고임금 계층의 소비지출까지 포함해 산출된 평균값”이라는 게 그 이유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상식적으로 최저임금 심의는 정책 대상인 저임금 근로 계층의 생계비를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고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위원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실태를 반영한 설문조사 결과를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23일 민주노총이 공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량은 올해 최저임금인 월 201만 508원으로 본인과 가족이 살기에 부족하다고 답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선 ‘230만 원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비율이 62.5%에 달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 3명 중 2명이 최소 시급 1만 1,000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공익위원들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태를 잘 들여다봐 주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류기정 경총 전무는 “경기 불황의 척도라는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올해 4월 누계 기준 46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으며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작년 소상공인의 절반은 월 100만 원의 수익도 올리지 못했다”고 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근로자 1명을 채용하면 한 달에 최소 248만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며 “시급 기준 최저임금의 적정성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인건비 총액 측면에서 기업 수용성과 지급 능력을 고려한 결정이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노동부가 23일 발표한 ‘2022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임금 격차가 다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대로 우리 사회를 내버려 두면 노동자 서민 가구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결국 서민경제 몰락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수 소비마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이제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와 공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적용,
업종에 따라 다르게 vs. 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까지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업종별로 최대 34%p의 격차를 보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 업종별 구분 적용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업종별 구분 적용을 반대하는 노동자위원은 788만 명에 달하는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 비임금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헌법이 모든 노동자의 적정 임금을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나, 이미 3명 중 1명은 최저임금법 밖에 놓여있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가 아니라 최저임금법 5조를 통해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사용자위원들은 현행 최저임금법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해당 논의는 최임위 권한 밖이라고 반박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 공개 요구에 “현행 수준 유지”

노동자위원은 최임위 전원회의를 전면 공개해달라는 노동·시민단체의 공개 요구 서한을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그리고 공익위원들이 어떤 기준을 갖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지, 근거는 무엇인지,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의 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 권리 보장을 (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임위 사무국은 회의가 종료된 이후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회의 공개와 관련하여 공개 수준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했으나, 현행 공개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임위는 다음 달 5일 임금수준전문위원회를 열어 임금실태 분석 결과 등을 사전 심사한 뒤,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3차 전원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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