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첫 회의, “경제 위해 1만 2천원” vs. “업종별 구분 적용 기대”
최저임금 첫 회의, “경제 위해 1만 2천원” vs. “업종별 구분 적용 기대”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5.02 21:48
  • 수정 2023.05.02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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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공익위 신경전...“주69시간제 설계자 공익위 안 돼”에 “공익위 사퇴 없을 것”
최임의 공개회의로 전환하자 목소리도
2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 ⓒ 한국노총

2024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1차 전원회의가 2일 열렸다.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 간 대립으로 첫 회의가 파행된 지 약 2주 만이다. 이날 최임위는 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공개회의로 전환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당초 지난달 18일 열릴 예정이던 1차 전원회의는 노동계의 피케팅에 반발한 공익위원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며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양대 노총 조합원 등은 회의장에서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 사퇴 등을 요구했고, 공익위원들은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어렵다며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주69시간제 설계자 공익위 안 돼”
vs. “공익위 사퇴 잊을 수 없어”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은 이날도 공방을 벌였다. 노동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를 촉구하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과 상생임금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주 69시간제를 노동개악안으로 내놓고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며,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 안은 자를 노동자들이 어떻게 신뢰하나. 최임위가 공정하고 독립적이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최저임금은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는 노사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탓에 중재자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의 조정안에 따라 대체로 결정된다. 노동계에서 공익위원의 독립성·공정성을 주장하는 까닭이다.

아울러 박희은 부위원장은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에게 “(권순원 공익위원으로 인해 최임위에) 불신과 우려를 갖고 있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올 한 해 위원회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설명했어야 한다. 그런데 퇴장을 요구하며 회의 장소에 나타나지 않고, 위원장의 역할을 저버렸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권순원 공익위원은 “공익위원직 사퇴는 잊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는 노동문제에 대한 학식, 경험을 토대로 법령상 적법한 절차로 임명됐다”며 “의견이 다를지라도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에 기반 해 최저임금 수준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식 위원장은 “더 이상 공식적으로 사과드릴 말씀도, (회의 무산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없다”며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노동계 “시급 1만 2,000원 요구”
경영계 “업종별 구분적용 기대”

회의에서 노동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양대 노총 요구안인 최저시급 1만 2,000원을 강조했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쓸 돈도 없는데 내수 활성화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내수 활성화의 첫 시작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임금이 올라야 소비를 할 수 있고 그래야만 내수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안정화 추세에는 있지만, 그 치유가 지금 완벽하게 돼 있지 않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동계가 요구하는 주장은 너무 현실을 도외시한 과도한 주장이고, 어떻게 보면 소상공인이나 중소 영세 사업주들을 사지로 모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동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할 뜻을 내비쳤다. 또 류기정 전무는 고용노동부 의뢰로 연구용역을 마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에 기대를 나타냈다.

업종별 구분적용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말 최임위 사무국으로 전달됐으나 아직 공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업종별 구분적용은 사용자단체의 숙원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다.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한 차례 시행됐으나, 그 후로는 노동계의 반대로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맞지 않고, 특정 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고착시킬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박준식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법정기한인 6월 29일까지 심의‧의결될 수 있도록 모든 위원들이 끝까지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임위 2차 전원회의는 오는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날 최임위 위원들은 하헌제 최임위 상임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운영위원에는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류기정 경총 전무,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등 5명을 지명했다.

회의 막바지 박희은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고, 공정성과 독립성 문제가 제기 되는 상황에서 투명하게 심의과정과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최임위 전원회의를 공개회의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자 박준식 위원장이 이에 동의를 표하며 하헌제 부위원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하헌제 부위원장은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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