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노조 1만 달성··· “노사문화 정상화 첫걸음”
포스코노조 1만 달성··· “노사문화 정상화 첫걸음”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4.28 00:00
  • 수정 2023.04.28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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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실현해 신뢰받는 K-노사문화 만들 것”
[인터뷰] 김성호 포스코노동조합 위원장

‘무노조 경영’의 대표 주자였던 포스코에 2018년 양대노총이 깃발을 꽂은 이후, 최근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조가 1만 명 규모로 빠르게 커졌다. 이제 포스코노조는 회사가 소위 말해 ‘손쓰기 어려운’ 확실한 과반노조가 됐다고 보고 있다.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은 “확실한 과반노조의 탄생은 포스코 노사문화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12월 임기를 시작해 1만 조직 달성, 포스코그룹 5개 노조 연대 출범, ‘K-노사문화’ 확산 노력 등 큰 걸음을 내딛고 있는 김성호 위원장을 지난달 31일 만났다. 추가 서면 인터뷰는 지난 26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이 지난 3월 31일 한국노총에서 ‘포스코그룹 5개 노조 연대 출범식’을 마친 뒤 참여와혁신과 만나 인터뷰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포스코노조 1만 달성···
노사관계 변화 예고

- 최근 포스코노조 조합원 수가 1만 명(조직 대상 약 1만 7.000명 중)에 가까워졌다.

포스코노조 조합원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6,000명이 조금 넘었지만, 최근 1만 조합원으로 명실상부 과반수 노조가 됐다. 회사의 변화를 원하는 포스코 노동자들의 의지가 빠르게 모인 거다. 1만 조합원이라는 확실한 과반노조의 탄생은 포스코 노사문화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 포스코노조는 28일 오후 5시 포항제철소 정문 앞에서 2023년 임단협 출정식을 개최한다. 올해 임단협 목표는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현장에서 포스코의 복지는 ‘20년 전에 멈췄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엔 포스코 복지가 좋아서 다른 대기업이 벤치마킹을 해갈 정도였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사내복지로 제공되는 휴양시설의 경우 상당히 노후화돼서 직원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다. 사택은 낡기도 했는데, 이를 이용하지도 못하는 신입직원이 많다. 식사 질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특히 지난해 3월 포스코의 지배구조 개편 이후 포스코 노동자들은 모회사에서 계열사 노동자가 됐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히 떨어졌다. 이런 현실 속에서 포스코노조는 취업하고 싶은 기업, 근무하기 좋은 기업, 애사심이 넘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번 임단협 출정식으로 포스코 노사문화가 더는 기울어지지 않고, 대등한 수준으로 바뀌고 있단 걸 당당히 증명할 것이다.

포스코그룹 연대··· 
‘K-노사문화’ 앞장선다

- 한국노총 포스코그룹 5개 노조가 지난 3월 31일 출범했다. 연대체를 구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포스코는 지난해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로 물적분할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금융권에서 보이듯 지주사 체제는 책임은 없고 권한은 막대한 문제, 셀프 연임 문제 등이 있다. 포스코연대는 흩어져 있는 그룹 관계사 노조가 힘을 모아 그룹을 견제하고 균형을 만들기 위해 뭉쳤다.

우선 포스코그룹 노조들이 연대하면서 포스코홀딩스 이슈에 대해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뀌고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포스코는 민간기업이다. 이젠 그런 외풍으로부터 포스코연대가 회사를 보호할 것이다. 권리를 주장하는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왜곡된 경영, 조직문화를 바로잡아 새롭게 만드는 주인으로서의 노조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5개 노조가 모두 공감하고 있는 내용이다.

또 포스코그룹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정치인을 뿌리 뽑아 기업의 가치를 진짜 주인인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려드릴 것이다. 이것은 노조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이기도 하다. 

- 포스코연대가 강조하는 ‘K-노사문화’는 어떤 의미인가? 

포스코연대는 최근 노동계의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며 국민에게 외면받는 노조는 힘을 발휘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 외면을 받는 과정에는 정부와 언론의 잘못된 정보 전달 때문인 면이 있다. 하지만 노조가 반성해야 할 지점도 분명히 있다고 본다.

포스코연대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K-노사문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노조의 목표가 단순히 투쟁이나 임금·복지 향상에 있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의 권익 향상은 기본이다. 이에 더해  조합원들이 건강한 노동자이자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이뤄가는,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폭넓은 활동과 노력이 노조의 새로운 목표가 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K-노사문화를 주창하는 것이다. 

특히 포스코노조 19대 집행부는 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다. 이들은 투쟁보다 소통을 원한다. 그래서 포스코노조 새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노조조끼에 단결‘투쟁’ 대신 단결‘소통’을 새겼다. 노조조끼에 소통이라는 말을 새긴 노조는 본 적이 없을 거다. 투쟁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물론 회사가 소통이 안 되고 비합리적으로 나온다면 투쟁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회사를 적이 아닌 소통과 상생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MZ세대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이다.

- 포스코연대가 말하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더 설명해달라. 

포스코연대가 생각하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란 조합원과 이해관계자들이 공생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 의식이다. 구체적으로는 성과에 대한 합리적인 분배 요구, 회사는 투쟁의 대상이 아닌 동반 성장의 대상으로 인식, 기업 내 자정작용 강화 위한 노력, 합리적 조직문화 구축, 투명한 회계 및 세대갈등 해소 등 노동조합 윤리경영, 산업 미래 먹거리 발굴 등 사회전환의 주체로서 활동, 노동조합 주도의 산업안전 활동, 노사 공동 사회공헌 실천과제 발굴 등이 그렇다.

- 포스코노조 차원에선 K-노사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구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포스코노조는 시민과 함께하는 노조의 역할을 고민하기 위한 분과를 따로 만들었다. 해당 분과에서 액션 플랜을 작성 중이다. 오는 5월 중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다. 포스코노조는 지역 시민과 함께하기 위해 지난 3월 26일 일요일에 광양 제철 주택단지 백운대 벚꽃길에서 솜사탕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포스코노조의 깜짝 이벤트에 여러 시민과 조합원들이 가족의 손을 잡고 방문해 줬다. 앞으로도 지역 시민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자주 봉사할 계획이다.

- 포스코연대는 첫 공동 과제로 산업안전보건 활동을 꼽았다. 이유는?

포스코노조 위원장직을 맡기 전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근로자 대표를 했다. 직원들이 다쳐나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봤다. 산업재해 처리 절차를 밟아야 해서 유가족과 만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다. 직원이 손가락 하나라도 다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다. 이는 노사가 다름없다고 본다. 

철강산업이 장치산업에 제조업이다 보니 산업재해가 다른 사업장보다 많이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포스코연대 5개 회사 대부분 제조업이다. 그래서 기계가 오작동해도 안전한 조치가 자동으로 나오는 페일 세이프(Fail Safe), 사람이 실수해도 기계가 이를 막을 수 있는 풀 프루프(Pool Proof) 시스템을 노조가 앞장서서 만들어 보자는 데 모두 동의했다. 특히 안전 문제는 직접 기계를 다루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바로 잡을 수 있다.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산업전환 대응도
K-노사문화에 기초

- 포스코는 탄소 다배출 사업장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노동조합은 어떤 입장으로 변화를 맞고 있나? 

산업전환 대응도 K-노사문화 구축에 기초한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노동자도 공정한 배분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탄소세 도입이 커다란 과제다. 수소환원제철을 포함한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제철소로의 전환만이 살 길이다. 그런데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철강산업은 원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밀마진(철강 판매가에서 주원료비를 뺀 값)도 감소해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구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수소환원제철로 가려면 연구개발(R&D) 비용이 많이 든다. 전기세 등 정부의 세제 지원도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장영진 제1차관, 박일준 제2차관을 차례로 만나 산업전환 과정에서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 덧붙일 말은? 

민심을 얻지 못하는 노조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때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그리고 포스코노조는 노조답게, 당당하게, 합리적이게, 예측가능하게, 외부의 불합리한 공격엔 노사가 다름없게라는 생각으로 노조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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