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노조 과반 달성··· “억눌려 온 목소리 터져 나와”
포스코노조 과반 달성··· “억눌려 온 목소리 터져 나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7.05 17:22
  • 수정 2023.07.05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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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단협 핵심 요구는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금속노련 임원에 대한) 공권력 과잉 집행··· 앞서 연대하고 싸울 것”
[인터뷰] 신재호 포스코노조 광양지부장

포스코노동조합이 ‘조합원 한마음 콘서트’를 열어 과반수 노조(조합원 약 1만 1,000명) 달성을 공식 선포했다. 지난 5월 29~20일 포항 제철소, 6월 9~10일에는 광양 제철소 인근에서 총 4차례에 걸친 콘서트를 통해 포스코 안팎으로 노동조합의 성장을 알린 것이다. 광양 조합원 한마음 콘서트에서 신재호 포스코노동조합 광양지부 지부장을 만났다. 신재호 지부장은 “과반노조 달성은 직원들의 억눌려온, 회사에 목소리 내고 싶은 마음이 터져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세계 1위 철강기업에 걸맞게 포스코 노동자들의 위상도 다시 높아지길 현장은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신재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조 광양지부 지부장이 지난 6월 9일 광양 전남드래곤즈 보조구장에서 열린 포스코노조 한마음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과반노조를 달성한 배경은 뭐라고 보나? 

포스코노조 19대 집행부가 잘해서만은 아니라고 본다. 19대 집행부에서 과반노조 달성은 직원들의 억눌려 온, 회사에 목소리 내고 싶은 마음이 터져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과반노조를 만들어 준 만큼 실질적으로 노조 힘이 더 세지고, 우리가 원해온 일터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 조합원들이 바라는 일터의 모습은? 

19대 집행부 선거 슬로건이 ‘포스코를 다시 위대하게’다. 10년 전만 해도 포스코는 정말 구직자들이 오고 싶어 하는 회사였다. 구직자들이 입사하길 원하는 대기업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직원들의 애사심도 강했다. 그런데 이젠 아니다. 보상, 사내문화 등에 불만을 갖고 직원들이 많이 이직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꿔 세계 1위 철강기업에 걸맞게 포스코 노동자들의 위상도 다시 높아지길 현장은 원하고 있다. 

- 과반노조가 된 이후 체감하는 변화가 있나? 

포스코노조에 많은 권한이 생겼다. 법적인 근로자 대표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우리사주조합 참여, 탄력근무제 합의 권한 등 여러 권한을 갖게 됐다. 예를 들어 우리사주조합 같은 경우 직원들이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 도입을 시도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회사의 승인 여부가 가장 중요했다. 이젠 노조가 회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직원들이 더 많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사업장 전체 직원의 3분의 2 이상이 조합원인 유니온숍(입사하면 자동으로 노조 가입)이 돼서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해 직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도록 하고 싶다.

- 과반노조 공식 선포 이후, 올해 단체교섭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 어떤가? 

회사는 50년째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2021년 최대 매출, 최대 영업이익이 났을 때도 힘들다고 했다. 힘드니까 아껴야 하고, 조금 잘 되더라도 이때 아껴야 한다는 식이다. 그래 놓고 연말에 임원들 급여 올리고, 성과급 줄 땐 경영을 잘했으니 보상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패턴이 반복된다.

- 올해 포스코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은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성과 인센티브(PI) 제도 신설 등 총 21가지다. 핵심 요구는 뭔가?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이다. 

- 비상 경영을 선포한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그룹 주요 임원진이 약 100억 원 규모 스톡 그랜트(Stock grant·회사 보유 주식을 임직원에 무상으로 나눠주는 보상 방식)를 올해 받은 것과 관련이 있나? 

그렇다. 스톡 그랜트는 지난해 말에 결정된 것으로 안다. 당시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된 포항 제철소 복구가 한창이었다. 광양 제철소에서도 무상으로 직원들이 지원하러 갔다. 교대 근무하면서 쉬는 날 포항 제철소에 가서 흙 퍼내고 땀 뻘뻘 흘리며 복구에 애를 쓰고 있었다. 그렇게 직원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임원진은 스톡 그랜트 지급을 결의한 거다. 힌남노로 인한 적자 문제도 계속되던 상황이었다.

이건 직원 기만이라고 본다. 직원들은 복구 지원을 할 때 애사심 하나로 했다. 시간외근무수당도 따로 안 받았다. 2013년 광양 제철소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바닥에 스티로폼 깔판 깔고 직원 몇백 명이 누워서 자며 헌신적으로 복구 작업을 했다. 당시 반년 걸린다는 복구 공사가 한 달 반 만에 끝났다. 앞으로 다시 사고가 난다면 직원들이 나서지 않을 거다. 회사가 그렇게 만든 거다. 이번 단체교섭에서 자사주는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금속노련 광양기계지역금속운수산업노조(포운노조)의 400일 넘는 천막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광양 제철소 앞에서 포운노조의 농성을 지원하던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협력사 문제에 원청 노동조합이 직접 개입하긴 어렵지만,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의견을 회사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무엇보다 금속노련 집행부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은 모든 노동자가 힘을 합쳐 연대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포스코노조는 이 부분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공권력 과잉 집행에 대해 포스코노조도 앞서서 연대하고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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