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육상·해상노조 “졸속 매각 절차 즉각 중단”
HMM 육상·해상노조 “졸속 매각 절차 즉각 중단”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1.22 10:27
  • 수정 2023.11.22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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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후보 3개 기업 자본 조달 능력 부족·잔여 영구채 문제 지적돼
사무금융노조 HMM지부 “해운산업 발전에 투자·지배구조 개선 이뤄져야”
21일 산업은행 앞에서 HMM 졸속 매각 저지 노동조합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사무금융노조 HMM지부와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이 ‘HMM 졸속 매각 저지를 위한 노동조합 총궐기대회’를 열어 HMM 매각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 대회는 21일 낮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렸다. HMM지부는 산업은행이 추진 중인 매각 절차에 대해 “해운업 발전 계획, 매각 이후 회사의 지배구조 계획이 불분명하다”며 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현재 적격인수후보로 낙점된 기업은 동원산업, 하림, LX인터내셔널 등 3곳이다. 이날 발언에 나선 양동현 HMM지부 20분회 대의원은 “3곳의 기업 모두 자체 인수자금은 최대 1조 5천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금액은 사모펀드 등 외부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동현 대의원은 이것이 “인수후보들이 안정된 경영 구조, 재무적 건전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지난달 20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1조 원 규모의 HMM 영구전환사채와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 신주 발행에 따라 HMM 발행주식 수가 늘어 주식 가격 인하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HMM의 매각 금액을 떨어뜨리려는 것이라는 당시 업계의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총 2억 주를 추가 상장했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를 기준으로 매각 대상 주식의 가격을 산정하면 6조 원이 넘는 상황이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주가 상승은 재무 건전성이 떨어지는 인수후보들로 인한 매각 유찰을 내다본 시장의 냉정한 판단”이라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현재 매각에 필요한 자금은 7조 2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인수후보자들의 인수 자격을 지적했다.

HMM지부는 인수후보들의 부족한 자기자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모펀드 등 투기성 자본을 통해 자금 조달하려는 것도 문제 삼았다. 양동현 대의원은 “사모펀드 등 사회적 책임이 없는 투기자본은 해운업 발전을 위한 장기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진 위원장 역시 “이대로라면 인수 후 HMM의 현금성 자산이 투기자본의 곳간을 채우는 데 쓰일 것”이라 우려했다.

HMM의 지배구조 문제도 함께 언급됐다. 현재 산업은행은 1조 6,800억 원 상당의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HMM을 인수할 회사가 갚아야 할 부분이며, 산업은행이 가지게 될 지분이기도 하다. 양동현 대의원은 “(국가가 지분을 가지고 개입할 수 있는) 불안정한 지배구조는 건실한 기업의 입찰 참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기호 HMM지부 지부장은 이런 문제의 해결 없이 진행되는 매각이 “졸속 매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성급한 지분 매각을 중단하고, 해운산업의 발전 계획과 영구채 문제 해결 방안을 우선 수립하라”고 산업은행에 촉구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도 산업은행이 매각 절차를 중단하지 않는 이유는 산업은행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산업은행의 바젤3 공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11%다. BIS비율은 은행이 보유한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재무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바젤3의 규제 하한선은 10.5%다.

산업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11%로 10.5%보단 높지만 향후 조짐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표적 기업인 한전의 적자 규모가 계속해서 커졌고, 올해 들어 나타난 해운 불황이 장기화 추세에 들어서며 HMM의 내년 실적 또한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자기자본 확충 필요성이 높아지자 산업은행은 올해 KDB생명 매각,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등 관리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연이어 추진해 왔다.

HMM의 최종 낙찰 여부가 가려질 본입찰은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입찰에서는 지난 7월 공고된 대로 HMM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인 약 3억 9,879만 주가 매각 대상이 될 전망이다.